1/23 충주 보건의료노조 전임지부장수련대회와 울산 민주노총 사업설명회 ‘위원장 동행’ 취재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입니다…. 28일 정기대의원대회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김명환 위원장이 23일 울산 사업설명회를 마친 후 서울로 향하는 KTX에서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28일 정기대의원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22일 밤 9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고 김용균 시신이 오후에 태안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김명환 위원장은 고인에게 분향하고 절을 한 후 “와줘서 감사하다”는 어머니 김미숙 씨의 손을 한참동안 꼭 잡았다.

밤 10시 카니발 차량이 위원장을 태우고 충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입니다” 전화 통화 소리가 뒷좌석에서 들려왔다. 김 위원장은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로 28일 정기대의원대회 참여를 독려하는 중이었다. “밤늦게 죄송합니다. 28일 대의원대회에 참여하실 거죠? 대회가 길어질 것 같으니까 끝까지 지켜봐주십시오” 한 손에는 대의원 명단이,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밤 11시 10분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보건의료노조 금강아산지부장이 어둠 속에서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유황 먹은 계란후라이를 숙소로 갖다 주겠다”며 그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건물 식당 창문으로 사람들의 모습들이 새어나왔다. 보건의료노조 전임지부장들이 토론을 끝내고 대거 뒤풀이에 한창이었다.

김 위원장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잠시 후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술을 들고 찾아왔다. 나 위원장은 술 한 잔 건네면서 28일 대의원대회가 어떻게 준비돼가고 있는지를 물었다. “어제 80명 대의원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불참자가 8~9명 나왔다”면서 “불참률이 10% 정도로 대의원대회에 가야겠다는 분위기”라고 김 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이 정도면 900명의 대의원이 모이는 것인데, 보는 것만으로도 장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의료노조는 22~23일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서 300여명의 전임지부장 수련대회를 열었다. 토론을 마치고 가진 뒤풀이 때 주최 측이 준비한 '보건의료노조처럼' 이름이 새겨진 소주. (사진=노동과세계)

보건의료노조는 ‘제주 영리병원’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2월 11일 청와대 앞 집회에서 집단적인 ‘삭발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보건의료노조 사무차장이 귀띔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09년 필수유지업무 문제로 87명이 삭발한 전력이 있다. 나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처럼’이 새겨진 소주를 보여주며 “28일 우리는 대의원 전원이 참석해서 끝까지 대회를 사수할 것”이라며 총총 나갔다.

아침 8시 30분, 하룻밤 새 부쩍 자라났다. 겨울 아침 햇살에 반사된 덥수룩한 수염의 김 위원장이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매점에서 일회용 면도기를 사들고 숙소로 잠깐 올라갔다. 대강당에는 300여명의 보건의료노조 전임지부장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대강당으로 가는 복도에는 휴대폰으로 찍어 인화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보건의료노조가 이벤트로 준비한 ‘베스트 포토를 뽑아주세요’ 행사였다. 가장 많은 스티커를 받은 조에게는 시상을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진들이 ‘영리병원’에 관한 얘기로 가득했다. “어머님 영리병원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 ‘SKY캐슬’이 떠올라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영리병원이 ‘1%부자’와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22~23일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서 300여명의 전임지부장 수련대회를 열었다. '베스트 포토를 뽑아주세요' 이벤트 코너에 걸린 사진. “어머님 영리병원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 ‘SKY캐슬’ 패러디 장면 (사진=노동과세계)

민주노총 위원장이 1박 2일 가맹조직 수련회 장소에서 아침 9시 30분에 사업설명회를 하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김 위원장에게는 책임이 무겁다. 대의원 한명 한명과의 만남이 소중하다. 대부분 수련회는 다음 날 ‘무거운’ 일정을 잡지 않는다. 가벼운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정리하기 마련이다.

사업설명회는 아침인데도 차분하고 집중이 높았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연단을 주시했다. 휴대폰을 쳐다보는 참석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경사노위’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원자력병원 지부장은 ‘플랜B’에 대해 걱정했다. ‘부결’에 대한 우려에서였다. 김 위원장은 “사업계획 수정에 대한 얘기는 적절치 않다”면서 “민주노총에서 ‘날고 긴다’는 대의원들 900명이 질서 있는 토론과 결정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자”고 다독였다.

보건의료노조는 22~23일 충주 건설경영연수원에서 300여명의 전임지부장 수련대회를 열었다. 김명환 위원장이 이주호 정책실장의 사업설명회 발제를 보며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이화의료원 지부장은 ‘민주노총 존망이 걸려있는 대대에 위기감 있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가져가지도 못하는 무거운 사업보고서는 usb로 담았고, 대신 기념될 만한 사진집을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면서 “의장으로서 3분 타이머등 룰을 정해 진행할 것이고, 그래도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되도록 대의원 여러분들이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정파적으로 참여 자체를 막는 것은 조직적 규율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2005년 단 하나의 사진, 영등포 구민회관 사건이 지금도 뇌리에 지워지지 않고 못 박혀 있지만, 그렇게 돼선 절대 안 된다”면서 “이제는 15년 전과 달라졌고, 사회 각계각층이 주목하고 있는 지금 그렇게는 안 될 것으로 믿는다”고 김 위원장은 애써 강조했다.

11시경 김 위원장은 다시 차에 올랐다. 충주에 미리 내려와 있다 함께 동행한 이주호 정책실장이 “후보 대의원 전원을 대기시키고 대의원 95% 이상이 끝까지 앉아 있을 것”이라고 보건의료노조로부터 들은 소식을 전해줬다. “김밥으로 대충 하지 말고 아예 도시락을 확실하게 줘서 장시간을 대비한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함께 들려줬다. 보건의료노조는 정 대의원이 112명, 후보 대의원이 22명으로 규모 순위 4위 조직이다.

23일 오후 5시 울산 일정을 뒤로 한 김명환 위원장은 차 안에서 잠깐 잠을 들이켰다. 이대로 일정이 끝이 아니다. 저녁 8시 30분에는 서울에서 ‘서울신문’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이제 울산이다. ‘사업장 담장’이 상징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사업장 담장을 넘어 사회대개혁으로’라는 슬로건을 몇 번이고 되되이는 듯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후 2시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입니다…. 28일 정기대의원대회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십시오.” 다시 ‘콜센터’ 모드로 돌아갔다. 피로 탓일까. 그의 목소리도 조금씩 갈라지기 시작한다.

울산에서도 ‘걱정’과 ‘우려’가 묻어난다. “대공장 대의원들은 대의원대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한 번에 훅 빠져나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후 5시 울산 일정을 뒤로 한 김 위원장은 차 안에서 잠깐 잠을 들이켰다. 이대로 일정이 끝이 아니다. 저녁 8시 30분에는 서울에서 ‘서울신문’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 오후 5시 45분 울산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서울로 향했다. 그의 백팩 가방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28일을 향한 시간은 째깍째깍, 어둠이 다시 깔리고 있었다.

23일 오후 5시경 울산지역 사업설명회 후 참가자들과 단체사진을 찍은 김명환 위원장. (사진=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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