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임 영어회화전문강사(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저는 경기도 영어회화전문강사입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는 2009년 ‘영어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에 따라 토익 900점 이상 공인된 영어실력자들을 채용하여 도입됐습니다. 현재 영어회화전문강사는 초중고 정규 영어수업, 방과 후 또는 방학기간 중 교육활동,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관련 업무, 기타 학교 현장의 영어관련 상시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올해로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째입니다.

이러한 상시적인 근무현실을 고려하여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해고가 빈번한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고용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장관에게 “무기계약 전환 등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과 행정심판, 고등법원의 판결 등은 일관된 목소리로 4년 초과자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무기계약 지위를 가짐을 거듭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막무가내입니다. 지금도 전국의 영어회화전문강사는 반복적인 해고 압박에 처해있습니다. 게다가 처우마저 열악합니다. 사용자인 교육감은 뒷짐을 지고 사용자가 아닌 학교장이나 관리자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해고의 권한까지 부여합니다. 이로 인해 10년째 일을 잘해온 영어회화전문강사에게도 또 다시 자격을 되물어 해고위협을 가하는 상황입니다. 학교는 4년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에게 신규채용 시험을 거치도록 강제하고 그 외에도 관리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수시로 해고를 남발합니다.

관리자들은 8~9년 경력에 토익 950점의 실력자라도 재계약은 내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하겠다면 횡포를 부립니다. 강사들이 무기계약직이 되면 학교예산을 깎아먹는다는 루머를 확인해보지도 않고 해고하기도 합니다. 경력에 따른 숙련도는 무시하고 시험성적이 나은 사람을 뽑는 것이 공정한 것 아니냐고 해고합니다. 이러면서 학교관리자들은 인권위와 법원, 교육부의 고용안정 권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막말과 월권을 일삼고 있습니다.

이렇듯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관리자의 갑질과 권한 남용에 휘둘리고, 해고절차나 다름없는 신규채용 절차에 시달리며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해고당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존권을 박탈하며 “분위기 바꾸겠다”, “나이 많아서 안 된다”를 해고의 이유로 내세우는 현실은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해고를 남발하는 것이 과연 교육부와 교육청이 말하는 공정한 절차입니까!

학교 관리자들은 교육부의 정책과 고등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4년 초과 영어회화전문강사의 무기계약 지위를 인정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갑질 해고를 즉각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매년 벌어지는 차별적이고 비인간적인 재임용 시험 등 사실상의 해고절차는 당장 철폐돼야 합니다. 사용자인 교육감이 책임지고 최소한 학교 재배치를 통한 고용안정이라도 마련해야 합니다. 부당한 해고를 막아주시길 교육부와 교육청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10여년 동안 매년 이맘때면 “분위기 바꾸겠다”, “나이 많아서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수시로 해고되고 있다 . 사진은 2013년 전북의 영어회화전문강사 대량해고 사태 때 도교육청에서의 항의 농성 장면. (사진=교육공무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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