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산재트라우마 극복’ 국회토론회···“작업중지 이후 대책없어” “법으로 사용자 강제해야”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노동과세계)

“크레인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피하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가 못 피하고 사고를 당했다. 와이어가 끊어질 때 몸이 잘리는 것을 보았다. 내가 살아있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몸이 안 좋아서 몸살 약만 지어먹었고 귀도 이상해서 이비인후과에 갔다. 숙소에 가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정신력으로 이겨내 보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55세 여성)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주관으로 지난 7일 국회에서 진행된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토론회에서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이 소개한 대목이다.

류 소장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2017.5.1.) 재해 트라우마 관리사례’를 발제하면서 “산업재해가 연간 9만여건 발생하여, 사망자 1,700여명이 발생하는 일상적인 문제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트라우마 관리를 수행할 전문 인력과 시스템의 부족을 지적했다.

양선희 대구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트라우마 상담은 일반 직무스트레스 상담과 달라 상담심리사의 빈번한 이직으로 트라우마 전문 상담사 양성이 어렵다”면서 “사고현장을 제거할 수 없고 트라우마는 노동자들이 매일 출근하면서 재노출되기 때문에 정부가 더 신경 쓰고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말관리사(자살)와 태안화력발전 협착사망의 트라우마 대응사례를 소개하면서 “말관리사의 경우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으로 월 연장근무가 213시간에 달할 정도로 ‘사람보다 말이 먼저’라고 얘기한다”면서 “지난 4일에는 태안발전 2호기에서 협착사고가 또 발생했는데, 회사는 당사자 과실로 몰아붙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용노동부가 재작년에 만든 산재트라우마 매뉴얼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충남노동인권센터 노동자심리치유사업단(두리공감) 장경희 씨는 “산재트라우마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찰이나 관리 없이 발생 사건에 따라 해치우는 방식이 문제”라면서 “매뉴얼은 사측에 조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용자측은 축소하려고 해 예방과 치유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감정노동과 일터괴롭힘은 이제 법으로 들어왔지만 산재트라우마의 경우 아직 권고하는 실정이라 사업주에게 강제하게 해야 해결의 단초를 만들 수 있다”면서 “작업중지가 풀리면 노동자들은 복귀하는데 이후에는 대책도 없고, 산재가 떨어지기 이전에는 병원비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다”고 소개했다.

고병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은 “성희롱 감정노동, 자살방지 등은 전국 21개 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면서 “트라우마센터의 경우 전국에 최소한 3개는 있어야 하고, 매뉴얼은 더 보강해서 최대한 빨리 지원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사고를 경험한 노동자 트라우마는 어떻게 극복되는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양선희 대구근로자건강센터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기본발제 모습 (사진=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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