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비준한 협약은 ILO 전체 189개 중 29개(15.3%) 불과, 사회 곳곳 ‘아우성’의 본질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로 예정된 ILO 100주년 기념 총회에서 기조연설이 확실시 되면서 한국의 ILO 핵심 협약 비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긴급토론회에서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ILO 핵심 협약 비준 없이 총회장에 가서 연설한다면 ILO가 그걸 인정하게 될지, 만약 어떤 불미스런 일이 생길 경우 ‘국격’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ILO 회원국들과 국제적 교류를 많이 해왔던 윤 대표는 “이전 정권 때 정부가 전문가를 통해 연구한 ILO협약 10년 자료가 ‘비공개’이고, 강제노동, 결사의 자유에 관해 문재인 정부도 지시를 연구했는데 그 자료도 역시 ‘비공개’로 돼 있는데, 그 자료를 알게 된다면 ‘핵폭탄’ 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말하는 방대한 그 자료는 ILO 협약에 관한 모든 연구내용이 담겨있고, 특히 한국의 협약 문제와 관련한 각각의 법 개정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한국 정부가 비준한 협약은 ILO 전체 189개 중 29개(15.3%)에 불과하다.

ILO협약을 몇 개나 비준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누리는 권리와 이익의 수준을 측정하는 초보적 방법이다. 한국은 주요 OECD국가 중 협약 비준 개수가 꼴찌로 노동권 수준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운운하기 창피할 정도로 국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은 ILO기본협약들은 대부분 한국전쟁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심지어는 2차대전 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다. 윤 대표는 “지금이 2019년인데 아직도 반세기전 옛날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고 역사”라고 혀를 찼다.

협약과 권고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ILO의 노동기준들은 국내 노동법을 위한 모델 역할을 한다. 각국 정부는 국제노동기준에 의거해 사용자 및 노동자와 협의 하에 노동법과 사회정책을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수준에 맞게 제정하고 이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개별 정부가 ILO협약을 비준하고, 그 협약의 정신에 맞게 관련 법률과 정책을 개정함으로써 완성된다. 협약이 비준되면, ILO는 해당 국가의 노사정이 관련법과 관행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감시감독 체계를 운용하며, 기술적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게 된다.

결국 ILO 협약비준은 그 나라 경제구조와 맞물려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월 200만 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2천만 노동자의 절반을 넘고, 최저임금 올렸다고 관료들이 자본을 등에 업고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이유도 임금 관련 협약들을 몇 개나 비준했나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주먹구구식 직업훈련제도, 세계 최장 노동시간, 해마다 수천 명씩 죽어 나가는 산재사망, 형편없는 사회보장과 노인 빈곤,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들에 대한 후진국형 차별과 혐오, 세계 최악 출산률 등이 ILO 189개 협약 비준 여부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청소 노동자나 가사 노동자들의 삶이 그토록 어렵고 힘든 이유도, 돼지농장 똥오줌 저장고 청소하다 노동자들이 질식해 죽는 이유도, 멀쩡한 간호사들이 ‘태움 문화’로 서로를 괴롭히는 이유도, 한국 정부가 그 비준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ILO협약들에서 문제점의 본질과 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사회적 대화의 길을 묻다’ 긴급토론회에서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ILO 핵심 협약 비준 없이 총회장에 가서 연설한다면 ILO가 그걸 인정하게 될지, 만약 어떤 불미스런 일이 생길 경우 ‘국격’이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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