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민주노총 최저임금 개악 사례발표 기자회견···고용노동부는 “개선됐다” 토론회 열어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2019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7월 내년도 임금인상분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그대로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근로시간이 줄어들고, 인원이 감축되는 등 노동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현장의 증언과 제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노총이 21일 오후 1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가진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에서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며 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피해가 없을 거라고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면서 “상여금에 이어 수당 쥐어짜기가 전면화 됐다”고 피해사례를 종합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8일부터 2주간 온라인 설문과 상담소에 접수된 최저임금 개악 이후 피해 제보 100 건을 분석한 결과 △상여금 삭감 및 기본급화(22%) △수당 삭감 및 기본급화(20%),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근로시간 줄이기(16%) 순으로 나타났다.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기본급화한 경우는 제조업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제보된 사례 26건 중 19건에 달했다. 곽 국장은 “빈약한 기본급에 상여금을 통해 임금을 충당해온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 작년부터 상여금 삭감이 전면적으로 진행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온라인 제보를 통해 접수된 피해 사례 68건은 도소매업, 5인미만 사업장,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최저임금 미달 위반(41.7%) △수당삭감 및 기본급화(38.9%) 순이었다.

곽 국장은 “온라인 제보에서 특기할 점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월급이 적다(최저임금 미달 위반)’는 제보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라면서 “39%를 차지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경우 시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례가 많았고, 작년과 동일한 저가의 도급계약을 맺으며 인원감축과 최저임금 미만이 함께 발생한 경우도 제보되었다”고 소개했다.

고용노동부의 ‘하나마나’식 근로감독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이 고용노동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올해 최저임금 신고건수 및 위반건수가 419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7~2018년 위반건수가 1700여건 이상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곽 국장은 “2018년 고용노동부가 전국에 최저임금신고센터를 설치한 효과가 거의 없었다”면서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관을 증원했음에도 2019년 전체 근로감독 목표물량을 늘리지 않았고, 사전통보·자율시정 중심으로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근로감독을 목표로 실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피해 사례의 유형도 다양하게 나왔다. 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근속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폐지 △간식비 현물지급 △15시간 미만 근무자에게도 지급되던 주휴수당 포함 임금을 올해 최저시급으로 삭감 △근로시간을 줄이기 △인원 감축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익명의 제보자는 “3개월, 1년을 채울 때 주는 인센티브 제도가 폐지되고 우수 스텝을 뽑는 제도로 바뀌어 일부만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 “간식비는 하루 3천원에서 4천원으로 늘었지만 매장 안의 식품으로만 이용 가능하고 4천원을 채우지 않았을 때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아니어서 딱히 이득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작년까지는 주휴수당을 안 받아도 되는 아르바이트에게도 주휴수당 포함 9030원을 주었지만 1월 1일 기준으로 최저시급으로 바뀌어 8350원으로 삭감되었다”면서 “근무시간을 주 15시간 아래로 줄인 아르바이트도 있고, 아르바이트가 그만두자 그 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자리를 없앴다”고 덧붙였다.

유근영 마트 노동자가 피해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유근영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조직국장은 “대형마트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근무시간이 일방적으로 변경되어 임금이 삭감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수당 10시간 포괄임금제로 그 이상을 일해도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후 고용형태가 무기계약직 임에도 회사가 마음대로 해고를 시키고 있지만 잘릴까봐 이의제기도 못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파견직 노동자들의 임금피해 사례도 나왔다. 도서관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익명의 제보자는 “저희 업체와 학교 측 도급계약을 임금인상 반영 없이 작년과 동일한 저가의 계약금으로 동결하면서 인원을 강제로 한 명 감축하고 나머지는 근로시간을 줄여 월 세전 165만 원가량 받는다”면서 “토요근무에 대한 추가임금은 계산되지 않고 있다”고 제기했다.

휴게시간을 늘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는 형태도 도마에 올랐다. 카페에서 근무하는 제보자는 “원래 저는 풀타임 근무를 했고, 저녁과 마감시간에는 1명이 더 출근하여 2인이 근무했는데, 올해부터 근무 시간을 둘로 나누어 1인 근무로 바뀌면서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면서 “바쁜 날은 혼자 90분을 초과 근무한 적도 있는데, 급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기본급은 인상됐지만 휴게시간이 늘어나서 급여는 그대로다”(○○아파트 근무),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소정근로 시간을 줄여서 월급은 그대로다”(택시노동자), “주당 15시간 이내로 근무시간을 쪼개서 주휴수당을 없앴다”(편의점 근무) 등의 사례가 쏟아졌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월급을 적게 주는 사업장도 대두됐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제보자는 “시급 6600원에 주휴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마저도 최저시급이 올라서 6300원에서 올려준 거라고 한다”면서 “하루에 물류박스가 최소 열 박스씩 들어오는데 정리하는 데만 꼬박 세 시간이 걸려 혼자 무거운 박스들을 드느라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제가 처음 일할 때는 아르바이트 공고 글에 시급은 최저시급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들어온 월급은 8350원이 아니라 8000원 시급으로 계산한 것 같은 금액이었다”(프랜차이즈 식당 근무), “작년까지는 최저시급을 받았는데, 올해 오른 최저시급은 받지 못하고 있다”(식당 근무), “기본급 외 판매수당이 있지만 판매를 하지 않으면 기본급만 줄어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자동차 판매) 등의 제보도 추가됐다.

권대진 제주 축협 공판장 노동자가 최저임금 피해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권대진 사무금융연맹 제주축협지부 축산물공판장 생산팀분회장은 “최저임금으로 10% 올랐지만 우리의 임금은 오르지 않았고, 기존에 아니었던 최저임금 항목이 올해 대체돼버렸다”면서 “380명 중 300명의 최임 미달로 연간 수십만 원, 수백만 원 미지급 됐고, 연간 6~7억 원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피해 사실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영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복리후생비 19만원(교통비 12만원, 식대 13만원)중 122,160원을 초과하는 67,839원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서 월급이 12만원 줄었다”면서 “학교현장 인력이 너무 부족해 급식실 노동자가 류마티스 병에 걸려 일하고 있는데, 우리의 임금을 빼앗아가는 게 행복하냐”고 정부와 국회에 대해 분개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노동자 생계비’를 규정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인 ILO와 UN은 최저임금 수준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비’를 충족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억제정책에 단호히 대처하고 가구생계비에 기초한 최저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360만 저임금노동자와 함께 더 노력하고 투쟁할 것임”을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