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3주기, 김태규 49재 추모 문화제

 

 

 

2016년 5월 28일 오후 5시,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안전문 유지보수 용역업체 노동자 김모 씨가 끼어 사망했다. 김 씨의 사망사고로 사회 전반에 위험의 외주화와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구의역 사고에서 2년여가 지난 2018년 12월 11일 새벽에는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원청인 서부발전의 사고 은폐 시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일명 ‘김용균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한 이후인 2019년 4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건설공사 현장에서 김태규 씨가 추락사했다. 시공사 측은 단순 실족사로 사인을 발표했지만 닫혀있어야 할 승강기의 반대쪽 문으로 떨어진데다, 안전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있어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지급되지 않는 등 현장의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의역 사망사고로 촉발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현장에선 여전히 수많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구의역 김군 이후로도 김용균, 이민호, 이명수, 김태규 같은 이름들이 ‘위험의 외주화’에 희생됐다.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안법 개정안은 하위법령에 의해 법취지를 상실하며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후 6시, 광화문 인근 세종로 소공원에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앉았다. 100여 명의 시민들은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씨의 3주기이자, 수원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김태규 씨의 49재를 추념하는 문화제를 진행했다.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발언하고 있다

문화제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위험과 죽음이 전가되는 노동안전의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으로 산안법이 본래의 법취지를 살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구의역 사망사고 희생자의 직장동료인 정당당 씨는 “김 군이 사망하기 전에도 성수역, 강남역에서 노동자들이 희생됐지만, 정규직화가 된 이후 단 한명의 사망자도 다친사람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노동안전에서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김미숙 씨는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이 이윤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기업에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안전문제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산안법 개정안 하위법령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경수 본부장은 “산안법 개정안 자체를 두고도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 비판했는데, 하위법령은 거기에서도 후퇴하고 있다”면서 “서로에게 복무하는 자본과 권력이 산안법을 훼손하고 막아서 노동자의 생명을 자신들의 이익으로 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제는 참가자들이 산안법 개정과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라는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을 부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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