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는 25일 솥발산 묘역에서 박경근열사 2주기 추모제를 엄수했다. 추모제에는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본부 조합원들과 연대단위, 공공운수노조 변희영부위원장 과 박경근열사 어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열사의 뜻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받은 산 자들의 투쟁을 결의했다. 

마필관리사 박경근은 지난 2017년 5월 자신이 일하던 부산경남경마장에서 마사회에 대한 분노를 한장의 메모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죽음의 배경에는 높은 산재사고율을 야기하는 과도한 업무, 부족한 휴식, 그리고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었다. 그도 모자라 마필관리사들을 고용하고 있던 조교사들의 비인격적 대우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서, 결국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기에 이른 것이다.

ⓒ 공공운수

노동자들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부산경마장의 경쟁구조와 조교사들의 횡포는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노동자들은 마사회가 이 죽음에 책임이 있기에 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고인의 명예회복, 노조탄압 중단, 직접고용을 촉구하면서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마사회가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8월 1일 또 한명의 노동자 이현준 열사가 숨진채 발견됐다.

노조와 마사회의 합의는 그 이후에야 이루어졌다. 고용형태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고, 협의체 논의의 결과로 직접고용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마필관리사를 고용하고 있던 조교사들이 협회를 구성해 노동조합과 노동관계를 정상화 하는 것을 결론으로 끌어냈다.

다단계 착취구조, 비정규직, 노조탄압, 고용불안, 그리고 무한의 경쟁과 차별.

ⓒ 공공운수

아직도 박경근, 이현준이 죽음을 통해 막고자 했던 모순들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남아있다. 하지만 동료의 주검을 부여안고 싸웠던 그 기억만은 우리 노동자들의 마음속에 온전히 살아있다. 열사를 추모하는 것은 언제나 투쟁의 결의여야 한다. 열사들이 염원했던 세상을 향해 우리가 다시 또 한 걸음 내딛는 이유다.

ⓒ 공공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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