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청와대 앞 학교비정규직노조 기자회견···“대통령 공약 이행하라” 눈물의 삭발식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여성노동자 100인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열세 살 아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게 큰일(삭발)은 꼭 허락받고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눈을 흘기다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이 정부에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 학교현장에서 차별과 갑질에 삭발자의 심정과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많은 조합원님들이 계십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늘 바쁘게 싸돌아다니던 나를 거울 앞에서 오랜만에 바라봅니다. 우리들의 역사와 미래를 오랜 시간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

이미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장이 13일 밤 집에서 나흘 후에 있을 삭발을 앞두고 절절한 심정을 토해낸 말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17일 오전 11시 청와대 사랑채 옆 도로에서 ‘집단삭발식 및 대통령 공약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면서 여성노동자 100명이 눈물의 삭발로 투쟁을 결의했다.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박금자 학비노조 위원장은 “학비 노동자들이 차별과 설움으로 지내오면서 이 자리에 서기까지 이 땅의 비정규직이 없는 ‘제로화 약속’을 지키라고 삭발을 결의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면서 “우리도 이 땅에서 비정규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고 아이들에게 그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우리의 염원을 담아 삭발식을 한다”고 흐느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오늘 학비 노동자들의 절실함이 결코 유실되지 않도록 통 크게 싸울 것이고 예정대로 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100명의 간부들이 선두에서 눈물을 머금고 투쟁을 하는 것이지만, 삭발을 시작으로 총파업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나가자”고 호소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면서 여성노동자들 대부분이 참여하는 삭발을 가족들에게 이해시키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동지들의 결기에 존중을 표한다”면서 “이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학교가 정말 비정규직이 없는 모범을 보여야 하겠기에 전교조도 투쟁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힘껏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여성노동자 100인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100명의 학비 노동자들이 삭발을 거행하자 곳곳에서 울음들이 터져 나왔다.

삭발을 끝낸 안종화 초등 돌봄사(청주지회장)는 “대통령이 약속한 공정임금제가 지켜지지 않고, 작년 최저임금 개악으로 근속이 7년 됐지만 임금이 깎였고, 근속이 적은 조합원들은 더 많이 깎여 이 자리에 나와 삭발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정부는 돌봄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복지 개선에 대한 정책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경숙 세종급식실 조리사는 “아흔이 넘은 시어머니에게 얘기도 못 꺼내고 올라와 삭발을 하고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면서 “얼마나 절절했으면 100명이나 삭발을 했을 것인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알아야 하고, 우리들의 요구에 대해 나태하게 대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여성노동자 100인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80%의 공정임금제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 87페이지에 있는 내용”이라면서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원 배치기준과 인건비 예산 기준을 마련하고, 전체 교직원의 41%를 차지하는 학교비정규직을 당당한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태호 학비노조 사무처장은 “이번 삭발식에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의 학교비정규직들뿐만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부부,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 등도 참여한다”면서 “40~50대 여성노동자들이 삭발까지 하는 것은, 본인은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왔지만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결심 때문”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학교 비정규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약 50%인 35만여 명이고, 전체 학교 교직원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2달째 교섭절차조차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학비노조가 삭발식 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한편 서비스연맹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같은 장소에서 ‘7월 총파업 승리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까지 행진을 벌였다. 전국학비노조는 18일 오전 11시 파업찬반투표 결과발표 및 총파업 선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연다.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여성노동자 100인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여성노동자 100인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청와대 앞에서 여성노동자 100인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학비노조가 결의대회 후 서울정부종합청사로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학비노조가 결의대회 후 서울정부종합청사로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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