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전교조, ‘스쿨미투’ 교사 의식 심층조사 결과 발표···성평등 인식 100점 만점에 50점

▲ 스쿨미투 집회에서 열린 퍼포먼스, 대회 참가자들은 칠파늘 상징하는 커다란 종이에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발언과 겪었던 성폭력 내용이 적힌 칠판 ©김상정

스쿨미투 당사자들이 제기하는 원인과 대책에 대해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스쿨미투 교사 의식조사를 실시하고, 19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성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위한 교육부·교육청·교원양성기관의 종합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조사는 전교조 여성위원회와와 참교육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지난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SNS를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국의 유초중고 교사 1239명이 참여했다. (신뢰도 수준 95%, 오차범위는 2.78%) 스쿨미투에 대한 교사 의식을 심층 조사한 최초의 결과이다.

한국사회 성평등 정도 100점 만점에 50점

교사들은 2019년 한국사회의 성평등 정도가 5점 만점에 2.53정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교육경력이 짧을수록 '성평등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여교사 평균은 2.37점이며 남교사는 2.93점으로 여교사가 느끼는 불평등의 정도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 운동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는 97.8%의 교사들이 “일상의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운동이고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미투 운동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82.1%의 교사들이 동의하지 않았고, 85.6%의 교사들은 '과도한 문제제기'라는 의견도 수용하지 않았다. 다만 61.8%의 교사들은 '일상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고백했다.

스쿨 미투 운동 매우 긍정적이다.

교사 10명 중 9명은 스쿨 미투 운동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매우 긍정적이 요인'이었다고 생각했다. ‘스쿨 미투 운동이 교사로서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응답한 이들은 96.2%에 달했다. 95.7%의 교사들은 학생인권운동으로서의 스쿨미투 성격에 동의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스쿨미투가 “입시경쟁교육 체제에서 교권을 침해하고 학교 교육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교사 역시 74.2%였다.

전교조는 “스쿨 미투는 학교 일상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되돌아보고,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성찰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따라서 성폭력, 성희롱, 성추행 등 사건을 교사 개인의 일탈로만 바라보는 교육당국의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학교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한 계기로 삼는 종합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스쿨 미투라는 시대적 변화에 다소 혼란을 겪을 수 있겠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은 높아진 학생 인권 의식과 감수성 등 시대적 추세에 맞춰, 새로운 수업과 생활교육 혁신을 위한 교원 양성·임용·연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클미트에 대한 교사인식 조사 화면 © 김상정

교사들이 보는 스쿨 미투의 원인은?

교사들은 스쿨 미투의 원인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학교의 비민주적인 구조와 문화를 지적했다. 학생들이 스쿨 미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학교 일상에서 교사의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수업과 생활교육” 항목에 대한 교사들의 동의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응답 동의율을 보면△우리 사회 젠더 불평등으로 인한 차별과 폭력의 문제가 학교 안에서도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85.5%) △학교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81.7%)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형식적으로만 보장되고 실질적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78.7%)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교사들의 양성, 임용, 연수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73.6%)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69.7%) △학교가 성폭력을 은폐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의 입장에 더 공감하기 때문이다.(69.7%) △일상적인 수업과 생활교육에서 교육과정과 교수방법이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하기 때문이다.(55.3%) 순으로 나타났다. 동의율에 대한 성별 응답을 보면, 여교사의 동의율이 남교사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교사들의 스쿨 미투 대책에 대한 인식은?

교사 10명 중 9명은 스쿨 미투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내놓은 스쿨 미투 대책에 동의했다. 동의율을 보면 △피해 학생의 진실과 정의 및 배상에 대한 권리 보장(97.9%) △사립학교법 개정(96.8%) △전문성 있는 상담 인력 양성과 배치(94.5%) △차별금지법 제정(93.9%) △신속하고 정확한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92.8%) △교사 양성·임용·연수의 대대적인 혁신(91.0%) △학생인권법 및 학생인권조례 제·개정(91.0%) △학교 페미니즘 교육 활성화와 의무화(90.2%)순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스쿨미투는 1회적인 교육이나 성폭력, 성희롱에 대한 협소한 대책만으로는 근절되지 않으며 학생과 교사에 대한 현장 대책, 학교·교육청·교원양성기관에 대한 대책, 법과 사회 제도적인 대책 등으로 구분하여 장단기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교조는 이 같은 설문 결과에 따라 “즉각적으로 학교에서 시행할 수 있는 학생들의 권리 보장,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 학교 페미니즘 교육 활성화와 의무화 등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교육부의 대책이 요구되며 동시에 학교 현장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또한, “스쿨미투 대책으로 교사들이 대다수 동의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학생인권법 및 학생인권조례 제·개정 등은 교원노조, 학생인권 및 학부모 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이다. 교육주체들의 오래된 요구 사항에 대해 범정부 및 국회 차원의 조속한 입법 처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2월 16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집회에 참석한 교사가 집회구호가 담긴 선전물을 ©여성위원회 제공

스쿨 미투는 학교변화에 긍정적인가

93.5% 교사들이 ‘스쿨 미투 운동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바라봤다. 92%의 교사들은 ‘학교의 권력 구조에서 학생의 지위와 권리를 고려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입시경쟁 교육 체제에서 교권을 침해하여 학교 교육의 위기를 가져온다”는 2차 피해성 발언들에 대해서는 81.1%의 교사들이 반대하고 있었다. 입시체제에도 불구하고 스쿨미 투는 당장 해결되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교사의 정당한 생활이나 수업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요소로 스쿨미투가 작용할 것이라는 데에는 68.2%의 교사들이 반대했으며 30% 이상의 교사들이 찬성을 해 스쿨미투에 대한 현실적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는 스쿨미투가 자신의 교육행위와 관련해서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65.8%의 교사들의 응답에서도 확인됐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높아진 학생인권 의식과 감수성에 따른 시대적 추세에 맞춰 교사들에게 새로운 수업과 생활교육 혁신에 관한 연수와 토론을 강화하고 학교 단위에서 민주적이고 인권적인 생활교육과 교수행위에 대한 공론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스쿨 미투 이후의 학교는

교사들은 스쿨 미투 이후 학교와 교사 개인의 변화는 있지만 스쿨 미투가 제기한 문제의 해결은 미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스쿨 미투 이후에 교사 개인에게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46.4%의 교사들이 있다고 응답했고, 학교의 변화에는 더 많은 64.7%의 교사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쿨미투가 제기한 문제들이 잘 해결되고 있다는 답변은 11.4%에 불과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대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보여주듯 교사 10명 중 6명은 교육부가 발표한 스쿨미투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모르고 있었다.

교육부는 스쿨미투 최초 공론화 이후계기교육 시행 등 여러 대책을 발표하였으나이에 대해 65% 의 교사들은 실효성이 없거나 아예 모른다고 응답했다. 24.8% 교사들은 스쿨미투 대책에 대해서 모른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은 학생과 교사에 대한 현장 대책, 학교·교육청·교원 양성기관에 대한 대책, 법과 사회 제도적인 대책 등으로 구분하여 장단기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전교조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스쿨미투 운동의 성격, 원인, 대책 등에 대한 학생, 교사, 학부모, 시민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시 원점부터 종합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학생 청소년들의 전국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하며, 그들의 목소리와 요구에 응답하는 문재인 정부의 종합적인 스쿨미투 대책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