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신현우·천민경·강해원 3자 대면인터뷰···차별·제도에 우는 무기계약직들

경비업무를 하는 신현우 국립중앙박물관 분회장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공공부문 2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24일 중앙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 실현, 노정교섭 구조 구축’ 등을 핵심요구로 하는 7월 총파업 계획을 확정하고 결의했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 중 30만 명이 비정규직 조합원이다. 이 중 20만 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이번 7.3 공동파업은 성사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펼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직접 주체가 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공공부문 사용자 격인 문재인 정부를 겨누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그동안 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정책이 ‘조삼모사’, ‘엉망진창’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노동과세계>가 이번 공동파업의 한 주체인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중앙박물관 분회를 찾아 공무직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박물관 하면 프랑스 ‘루브르’를 떠올린다. 관람객이 연간 1천만 명에 수십조 원의 관광수입을 올린다. 우리나라에는 아사아 1위,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총 33만 점의 ‘국보급 유물’을 품은 이곳에서 일하는 공무직 노동자들은 ‘국치급 고물’로 취급받고 있다.

공개 채용시 매년 수백 명이 지원하지만 한두 명밖에 뽑지 않는 것이 중앙행정기관 공무직자리이다. 이 과정을 거쳐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노동자들이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하지만 어이없게도 수많은 경력과 더불어 자격증 및 어학능력,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의 급여는 세후 157만원에 고정돼 있다. 한국 최고 박물관인 국립중앙원박물관 공무직들의 현실이다.

12일 저녁 6시 이촌역 연결통로로 나오자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용을 드러낸다. 대지 면적이 약 9만 평(30만m²), 총면적(한 건축물의 각 층 바닥 면적의 합계)이 약 4만 1000여 평에 이른다. 계산상으로는 30평 아파트 1300채를 합친 면적이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보물 창고’인 이곳에서 막 근무를 끝낸 천민경(38) 웹 디자이너를 만났다.

올해 9년차로 박물관 홈페이지를 디자인 및 관리하고 있는 천 씨의 급여는 월 208만원에 묶여있다. 이것도 초임 168만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때 개인적으로 ‘12년도 교육문화교류단 무기계약근로자 등 운영지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여 겨우 올린 금액이다. 천 씨는 “자부심 하나로 열정 페이를 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임금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해 해가 갈수록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둘씩 포기하게 되면서 삶의 질이 점점 낮아질 뿐이다.”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2010년 10월 채용 당시 ‘박물관 홈페이지 웹디자인 및 개발지원’ 분야에 나온 ‘공고문’에는 급여가 (「2010년 국립중앙박물관 무기계약근로자등 보수책정 지침」의 ‘5.특수임금의 책정’적용을 기준으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결정)이라고 되어 있었고, 자격조건으로는 웹 디자인 운용 2년 이상 경력자, flash 3년 이상 경력자 등의 응시자격이 매우 까다로웠지만 당당히 채용되었다. 그러나 입사 후 계약직의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중앙박물관 분회 현판 ⓒ 노동과세계 정종배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 무기계약근로자 등 운영지침(안)’에는 홈페이지 유지 및 보수와 전산 및 디자인 업무가 속해있는 ‘특수분야’ 직종이 월 230-26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2012년 교육문화교류단 무기계약근로자 등 운영지침’에도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이너 연봉은 월 225-243만원으로 나온다. 동종업계인 지자체 디자이너의 경우 연봉이 3400만 원 이상으로 월 280만 원 이상이다.

올해 14년차로 고객지원팀 안내데스크에서 중국어 통역 안내원으로 일하는 강해원(39) 씨는 2005년 10월 박물관 용산 개관 4일 전에 입사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해당 국가 어학연수, 요구되는 어학성적,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보유해 입사 당시 월 150만원을 받고 특수분야(비정규직)로 일을 시작했다. 14년이 지났지만, 지금은 종사하는 직종이 최저임금에 편입돼 197만원에 묶여 있다. 서울시 관광협회 관광안내소의 외국어 안내원이 2019년 최대 242만원으로 4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동종업계의 신입 기본급을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2018년 문화재청 고객지원센터 신입 안내원의 기본급은 월 1,947,590(1호봉기준, 4대 보험료 공제 전 금액)원이었으나 동일 연도 국립중앙박물관 신입 기본급은 160만원으로 34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강 씨는 “처음 입사 시 대한민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소개하고 안내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시작했고 그때는 월급도 중요하다고 생각 안했다”면서 “국가 기관인데 당연히 요구하지 않아도 합리적으로 운영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십 년 넘어서면서 점점 박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매년 2~3%의 임금인상이 공무원 임금 동결되면 같이 동결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무기계약직을 거쳐 공무직이 되었지만 정규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강 씨의 입장이다. 매년 330만여 명의 외국인 및 내국인의 민원을 견뎌내며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친절과 서비스 점수만을 강조할 뿐 감정노동자로서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무여건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월요일에 휴관이던 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고정 휴일이 없어졌고, 연간 관람객은 점점 증가하는데 일하는 공무직의 수는 그대로여서 업무량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박물관이 월요일에도 개관하면서 국민들의 문화시설 향유는 늘어났지만, 직원들의 근무여건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또 주말 연장근로를 주중 대체휴무로 쉬게 하여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박물관 예산 상황에 따라 근무 패턴이 바뀌고 팀장의 성품에 따라, 주무관의 기분에 따라 임금인상과 수당이 결정된다”고 강 씨는 의문을 제기했다.

천 씨 역시 “박물관 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서장에게 잘 보이면 임금을 3.5% 올려주고 밉보이면 0%로 동결시키는 등 부서장 마음대로 인사고과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씨의 임금자료에는 2012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9.1% 인상된 189만원이 3년간 부서장 직권에 의해 동결됐다. 이후 2015년 3.8%, 2016년 3%, 2017년 3.5% 올랐고, 작년에는 다시 동결됐다.

천 씨는 홈피 업무 외에도 무기계약직 전환 몇 달 전, 관련 운영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삼성이 기증한 LED전광판 콘텐츠 디자인 업무까지 떠맡게 됐다. 천 씨는 “공무직들은 공무원들이 할 수 없는 전문적인 업무를 하면서도 업무는 점점 많아지지만, 직급, 호봉조차 없어 9년차가 되어도 365일 말단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1년에 2번 사무관, 과장 두 사람이 작성하는 ‘근무성적평가서’도 노동자를 옥죈다. 5년 이내에 두 번 이상 최하 점수를 받으면 계약해지가 가능하다고 문체부 공무직 관리규정에 있다는 것이다. 평가서가 ‘협박용’이 돼버린 셈이다. “평가를 아무리 잘 받아도 성과급은

커녕 계약해지의 불안함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반발하기 힘들다. 또한 공무직의 인건비는 사업비 안에 포함되어있어, 사업비와 동시에 to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공무원들이 공무직 대신 업체와 홈페이지 유지보수를 맺고 편하게 운영하려고 매년 예산을 가져오려고 애쓸 때마다 스트레스가 심하고, 일할 의욕이 전혀 나지 않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경비업무를 하는 신현우 국립중앙박물관 분회장 ⓒ 노동과세계 정종배

호봉이 일찍이 폐지된 것도 열악한 조건을 고착화시켰다. 신현우 국립중앙박물관 분회장은 “민속박물관의 경우 작년에 공무직 전환되면서 호봉이 폐지됐지만 우리는 2012년에 폐지됐다”면서 “관람객 수가 하루에 1만 명 넘고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겉으로 보기엔 최고일지 모르나 임금이나 처우는 최하”라고 꼬집었다.

문체부 산하 국립기관이다 보니 이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중앙 예산이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예산이 없다는 것도 ‘핑계’라는 지적이다. 신 분회장은 “문체부 장관이 정무적·정치적으로 기재부 장관과 협의로 기재부가 승인만 하면 되는데 자기들하고는 관계가 없으니까 공무원들이 안 한다”고 주장했다. 천 씨도 “작년 예산 불용액이 10억 넘게 발생했지만 공무직 처우개선에 전혀 쓰이지 못했다.”고 전했다.

임금체계가 부서별, 직원별, 직종별 일관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같은 미화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연봉제와 직무급제로 나눠 임금을 주고 있다. 공주박물관의 기획, 학예가 모두 157만 4천원의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지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최대 230만원, 어린이박물관은 200만 원대로 차이가 있다. 예산을 주무르는 기획재정부는 가족수당, 직무관련수당을 받고 명절휴가비는 기본급의 120%를 받아가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

신 분회장은 “공무원들은 예산 써내면 심의하면 되는 문제를 공무직들은 반영 예산에 대한 투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서 당장 안 되면 근속가산금 보상이라도 요구하고, 올해 안 되면 내년에라도 보상해달라는 것이지만, 지금은 출발점이 최저시급으로 맞춰져 있어서 정상화 하는 노력과 호봉제 실시가 고려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국립중앙박물관 분회는 서울 160명을 포함 전국 340명 조합원이 있고, 2017년 8월 노조가 설립돼 작년 4월 집행부가 구성됐다. 분회는 문체부 집단교섭 구조로 바뀌면서 5~6월 조정신청에 들어갔고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5/20~24까지 점심시간 쟁의행위 매일 20~30여명 참여, 5/28 1차 파업(100여명)과 6/4 사랑채 파업에 30여명, 6/13 사랑채 파업투쟁에 100여명이 참여했다.

오는 7월 3일 파업 참가는 네 번째다. “조합원들 파업경험은 10%도 안 돼 160명을 네 번 나눠서 40명씩 파업을 하게 해서 한번은 하게끔 하고 있다”면서 “7월 3일에는 하루 전면파업으로 100여명 전원 참가할 계획인데, 실제적인 파업의 효과는 사무동 보다는 전기, 기계, 시설 쪽에서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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