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소설가가 말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거짓말을 꾸며낸 어린 자녀. 그 낯선 모습에 부모는 적잖이 놀라기도 한다고. 때론 “저 천사 같은 아이가”하며 충격을 받기도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드디어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했어요!”하며 부부가 손뼉을 치고 기뻐할 일이라고 한다. 왜냐면 아이는 마침내 스토리텔링을 시작한 것이고, 보지 않은 것, 존재하지 않은 것을 창작해내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짓말을 잘 받아주며 질문을 붙이면, 아이는 꾸며낸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온갖 사고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도 했다.

작가다운 낭만적 접근이고,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유치한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다. 어른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특히 정치인의 거짓말은 수많은 피해를 낳고 이따금 정권을 들어먹기도 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정치인도 아니고 교육지도자란 시도교육감들이 거짓말을 한다? 6월 현재 전국교육공무직본부(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는 시도교육감협의회와 임금교섭이 결렬돼 파업을 앞두고 있다.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인 공정임금제 실현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기본급 인상과 근속수당 인상, 근속수당 가산금 지급이 핵심적인 세부 요구다.

엄청난 요구가 아니다. 공정임금제(정규직 수준의 80%)는 대통령과 교육감들의 약속에 기반하고 있다. 17개 시도교육감 중 10개 지역 교육감들이 노조와 차별해소 정책협약을 맺었다. 그 중에선 “호봉제를 도입하고, 근속수당 인상 및 근속가산금신설 등을 통해 정규직 임금의 80%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못 박은 교육감도 많다. 노조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당장도 아니고 단계적 이행계획을 교섭해보자고 하는데, 교섭요구 3달이 다 되도록 제대로 교섭테이블에 앉아 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대통령도 그렇고 교육적 양심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감들이 약속을 지키라는 노동자들과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진보 교육감이라는 간판을 내건 교육감들이고, 그들이 시도교육감협의회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노조와 마주앉은 시도교육청 교섭단의 입장은 가장 불성실하고 보수적 방향으로 결정 난다. 과연 민주진보교육감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들은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이끌 정치력이 없는 것일까? 의지가 없는 것일까? 교육청들의 교섭태도로 이 질문의 답을 짐작해볼 수 있다. 교육감들은 수십만 학교노동자들의 처우를 결정짓는 자리에 얼굴 한 번 비칠 생각조차 없다. 교섭이 풀리지 않으면 교육감들을 만나도록 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교육청들은 시종일관 거부했다. 약속이행 의지는 고사하고 어쩌면 이리도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을 무시할까 싶다.

의지를 다해 노력했지만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초에 지킬 생각이 없는 약속은 거짓말이고 사기다. 거짓말을 잘만하면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고, 거짓말이 출중해서 수십 년 정치를 해먹으면 정치 9단이라고 칭송받는 게 한국사회라 그런지, 교육감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정치협약이라는 게 어차피 지킬 확률이 낮은 줄 알고도 맺는다지만, 약속 불이행은 그렇다 치고 수십만 교육공무직의 대표들과 만나는 단 1~2시간, 그 요구조차 싫고 격이 안 맞는다는 교육감들의 태도는 깊은 ‘빡침’을 자아낸다. 이런 상황을 교육감들은 어떻게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어떤 교훈을 가르칠 수 있는지 그게 자못 궁금하다. 7월 3~5일 교육공무직 역대 최대의 3일 총파업을 앞둔 지금도 시도교육감들은 일언반구 한마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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