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일 어제부터 청운동사무소 - 청와대 방향 도로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1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앞둔 ‘폭풍전야’ 2일 오후 2시 청와대 앞에 도착했다. 7월 한낮 무더위, 30도 뙤약볕에 온몸은 땀으로 젖어들었다. 등골 쪽은 티셔츠가 이미 물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청와대 앞 즐비하게 진을 치고 있는 농성천막 앞 도로 쪽이 어수선하다. 경찰병력, 사복 경비원들이 청와대 쪽을 막고 있었다. 순간 도로 후미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톨게이트 해고조합원 몇 명이 도로를 횡단하는 시위를 벌였고, 경찰들이 쫓아가 막아선 상황이었다.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봐라. 우리 시민들도 약속을 지킨다. 하물며 대통령이 왜 약속을 지키지 않나. 나도 문재인 찍었다”면서 조합원은 절규했다. 그러고는 동료들에게 부축돼 호흡을 골랐다. 조합원의 안색이 큰 병에 걸린 사람처럼 하얗게 들떠 있었고 호흡이 힘들어 보였다.

청와대 쪽으로 몇 걸음 올라가자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여성을 만났다. “청와대에 구경하러 왔는데 경찰들이 무작정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집회 장소로 모이세요” 한 조합원이 뒤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조합원들이 산발해 있어서 들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청와대 분수대는 하염없이 굵은 물을 계속 쏟아내고 있었다. 늘 기자회견과 구호로 난무한 청와대 분수대였지만 이날만큼은 너무 조용했다.

어느 순간 민주일반연맹 노조간부가 갑자기 사랑채 앞에서 도로 쪽으로 뛰어나왔다. 경찰차량이 보였다. 여경이 코팅돼 보이지 않는 경찰차량 안쪽을 가리키며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노조간부가 “다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뭐 그런 것 갖고 이러느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경은 “경찰이 맞았잖아, 잘리면 그래도 되냐”고 반문했다.

경찰에 의해 통제 상태인 청와대 사랑채 모습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사랑채 앞은 경찰들이 원을 그려 진을 치고 있었다. 카드 분실을 한 조합원이 있었는지 “찾아줄 테니 돌아가라”고 경찰들이 안내했다. 

“대통령, 기재부, 노동부 얘기 들으러 왔는데 다 막고, 인도로 가려고 하는데도 못 들어가게 했고 체포까지 했다”고 동행 조합원이 말을 꺼냈다. “도로공사는 10년 넘게 수납원으로 일해온 우리들을 억지로 자회사로 가라고 밀어붙이고, 어제부로 해고돼 너무 답답해서...내 아이도 경찰인데, 착한 시민이지만 법 지키면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한 여성 조합원이 털어놨다.

청운동 주민센터에서 청와대로 들어가는 도로는 차량으로 막혀있다.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 600여명이 도로에 널부러져 있었다. 더위와 분노와 허탈감이 뒤범벅이 된 채 청와대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틀 동안 계속된 진입투쟁 탓인지 지칠 만도 하건만 표정엔 여전히 자신감이 묻어났다. 

“패잔병들이네” 막 도착한 한 여성조합원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말했다. “남자 팔짱 끼고 애인이다” 조합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청와대로 들어가 보려고 안간힘을 쓴 에피소드들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대오 중에는 오른 손을 다쳐 부목으로 고정시킨 여성 조합원도 보였다. 이틀 동안 치열했던 진입 투쟁의 흔적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일자리위원회 협의가 맞는 얘기인지 대통령 말 들어보려고 왔는데 경찰이 막았고, 대치 상황에서 일어서서 가려고 하는데 경찰들이 막무가내로 방패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앞에는 다 넘어지고 아수라장이 됐고, 팽팽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벌어져 넘어지는 사람을 막으려다 오른 손이 꺾였던 것이다. “여경은 힘도 없는 50대 여자 조합원 사지를 번쩍 들어 연행해 갔다”면서 “반말은 예사고 소리 지르고 범인 제압하듯 연행해갔다”고 분개했다.

조합원들은 피로를 풀기 위해 박카스를 나눠 마시고 있었다. ‘부당해고, 정부책임’이라고 적힌 손피켓으로 바람을 부치며 땀을 식히기도 했다. 톨게이트 해고노동자들이 응시하고 있는 청운동 청와대 앞 도로는 처절한 관문 ‘헬게이트’로 변해 버렸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일 어제부터 청운동사무소 - 청와대 방향 도로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7월 1일인 어제 청와대 면담투쟁 중 팔을 다친 조합원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일 어제부터 청운동사무소 - 청와대 방향 도로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일 어제부터 청운동사무소 - 청와대 방향 도로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한 조합원이 투쟁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도로공사 홈페이지에 공지됐다가 삭제된 내용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도로공사 홈페이지에 공지됐다가 삭제된 내용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도로공사 홈페이지에 공지됐다가 삭제된 내용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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