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와대 앞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 정규직전환 투쟁 지지와 연대’ 기자회견

박순향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가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높은 임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지금 길거리에서 투쟁하는 이유는 고액임금을 달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 임금은 항상 최저임금입니다. 최저임금 받아도 좋으니 해고는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시범영업소 200명 해고에 이어 1500명을 해고했고, 원치 않았지만 길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정부는 ‘해고는 당신들이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해고를 선택하는 노동자는 없습니다. 저희는 해고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저녁에 가족들과 오순도순 저녁밥을 먹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희 말 들어주시고 한번만 돌아봐 주십시오.”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순향 톨게이트 부지부장이 눈물을 쏟아내며 한 말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서울여성회,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들의 정규직전환 투쟁 지지와 연대’ 기자회견을 갖고 “1500명 요금수납원 해고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라면서 정부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없애자는 한국여성의 전화 발언문을 대독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여성의전화가 보내온 발언문을 통해 “위기가 있을 때마다 혹은 위기라고 과장될 때마다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면서 자라온 한국의 부정의한 가부장적 기업의 관행에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면서 “톨게이트 수납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여성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없애고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때 노동존중과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약속했지만 지금 무엇이 이루어진 것이 있느냐”면서 “자회사와 용역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지, 직접고용이라는 자리는 너무 명쾌할 뿐 아니라 노동자가 필요하면 직접고용 하면 될 일을 왜 비틀려고 하는지, 자회사가 그렇게 좋으면 총리부터 대통령부터 하라”고 성토했다.

황옥미 홈플러스 일반노조 전략지원국장은 “2007년 마트 여성노동자 1천명이 500일간 넘는 투쟁으로 무기계약직을 쟁취하고, 이에 멈추지 않고 노조로 단결해 올해 정규직을 쟁취했다”면서 “투쟁 없이 만들어진 거 없기에 도로공사 수납원 동지들이 지금은 힘들지만 연대동지들과 꼭 승리하는 투쟁 만들어가는 데에 우리 흠플러스 노동자들도 함께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외주를 통해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원청의 경제적 이익을 산출하고, 관리자는 대부분 남성이고, 은퇴한 남성 임원의 자리를 보장해주는 정관예우를 통해 유지되는 자회사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돼 달라는 게 정부가 말하는 정규직 전환의 실상이냐”고 반문하면서 “여성 비정규직 양산하는 성차별적 조치는 미투에 대한 역행”이라고 주장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황옥미 홈플러스 일반조 전략조직국장, 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류은숙 서울여성회. ⓒ 노동과세계 정종배

김금숙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형편이 좋다는 은행이나 증권회사에서 창구, 콜센터 등에는 여성들이 적합하다는 성별분업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노동자들을 포진시킨 후 저임금과 배치전환 및 승진에서 철저하게 차별하고 있다”면서 “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이고 철저하게 차별받고 차별이 고착화돼 있는 여성노동의 차별과 싸우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류은숙 서울여성회 활동가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엄혹한 파견법, 비정규직 문제로 급식노동자들과 요양, 돌봄 노동자들에 이어 이제 수납노동자들까지 길거리에 나와서 싸우는 것이 박근혜 때가 아닌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어 더욱 분노한다”면서 “왜 여성노동자 일자리는 낭떠러지여야 하고 위험에 처해야 하는지, 정부는 몇 마디 달달한 말로 여성들을 현혹하지 말고 시민이자 노동자로서 여성들이 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013년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 529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통해 1심과 2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받은 바도 있고 대법원 판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극히 정당한 요구”라면서 “1500명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대부분은 여성이고 때로는 어머니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부차적인 노동력으로 여겨지며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강요받았지만 이젠 그 굴레를 스스로 깨트릴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를 비롯 전국여성노조, 전국여성연대 등 10 여개의 여성 단체가 7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 정규직전환 투쟁 지지 합동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기자회견에 참여한 공공연대 조합원이 '집단해고 철회, 직접고용 쟁취' 피켓을 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기자회견 참여자가 '자회사가 그렇게 좋으면 젠틀맨 퍼스트' 피켓을 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기자회견 중 참여자들이 분노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7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 정규직전환 투쟁 지지 여성단체 합동기자회견장 뒤로 청와대가 보인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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