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부산대병원 손상량 시설분회장 인터뷰···단식 결심 “지부장한테만 맡길 수 없었죠”

7월 8일, 노동과세계는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공동투쟁 단식농성장에서 손상량 시설분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지금 우리는 큰 빚을 지고 있어요. 병원 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 해주기 때문이죠. 부산대병원이 잘 해결돼 국립대병원 13개가 우리 뜻과 같이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부산대병원은 이름만 거점병원이고 공공병원이지 실제는 아니에요. 돈만 버는 병원 같습니다. 거점병원으로서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노동과세계>가 8일 오후 1시 찾아간 부산대병원 본관 안쪽 입구에서, 단식투쟁 12일째 비쩍 마른 몸의 손상량 시설분회장(58)이 밝힌 소회다.

국립대병원 설치법에는 자회사를 못 두게 돼 있는데도 부산대병원에서는 ‘자회사’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에 맞서 95명 조합원을 이끌고 있는 손상량 시설분회장이 정재범 지부장과 함께 단식투쟁을 결심했다. “우리 현안을 분회장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있는 지부장한테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손 분회장은 설명했다.

작년 7월에 분회를 설립해 자신을 분회장으로 선출시켜준 조합원들의 지지도 한몫했다. “정규직과 함께 1차, 2차 파업 투쟁도 해보고 34일간 천막농성을 하면서 조합원들이 단결했어요. 조합원들이 안 따라줬다면 이런 의지는 안 생겼을 것”이라고 그는 겸연스레 말했다.

한국노총 사업장에서 6년을 대의원 활동으로 보낸 그에게 노동조합은 하나의 학교였다. “대의원을 오래 했지만 사실 관심 있게 활동하지 않았는데, 민주노총 와서 보니까 정말 생각하던 것과 달랐어요. 산별노조에서 모르는 분들이 한군데로 올인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손상량 시설분회장과 정재범 부산대병원 지부장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8일은 단식 12일 차이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그는 정규직인 지부장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우리 조합원들이 많이 호응해 주고 있지만 분회장보다 정규직 지부장에 대한 지지가 더 강한 것 같기도 한 것 같아요”라며 부러워했다.

국립대병원으로 서울대병원 다음 가는 부산대병원의 처우는 열악하다. “내가 6년 됐는데, 지금 들어오는 사람과 임금 차이가 없어요. 어떤 직급도 없는 조합원들은 10년이 돼도 임금이 별 차이가 없고, 영원한 비정규직일 뿐, 근속년수에 따른 누진이란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특히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우리 비정규직들을 ‘동네북’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월급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모든 사람들이 지시를 했어요. 과장이나 직급이 있든 없든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시를 했죠. 박봉도 화가 나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분회장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현안이 많이 있었지만, 정규직이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지난 3일 광화문광장이 들썩이던 날, 이곳에서는 보건의료노조 집중 결의대회가 있었다. 전국에서 많은 연대와 지지로 1천만 원 가까운 투쟁기금도 전달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가슴 뭉클한 시간도 가졌다.

“민주노총 하면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그건 어용노조 얘기죠. 우리 현안을 파악하고 올인해서 내 일처럼 도와주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에요. 정말 많은 힘이 됩니다. 여기에서 쓰러질 수 없는 일이죠” 그의 각오는 환한 미소로 피어올랐다.

손상량 시설분회장은 후각이 예민해지는 등 단식에 따른 신체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단식 농성장이 부산대병원 A동 로비 한쪽에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부산대병원 A병동 로비 사람들이 다니는 곳들엔 조합 선전 피켓이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단식농성장이 위치한 부산대병원 A병동 로비에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란 피켓이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인터뷰 전문>

- 심경

= 단식 3~4일이 되면서 음식 냄새가 느끼했다. 5~6일째는 허리가 아팠다. 지금은 정상적인 상태로 마음도 비교적 가볍다.

단식을 결심한 것은 조합원들이 믿어주고 따라준 데 있다. 다른 노조에 있을 때는 그 사람이나 나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함께 동참해 주고 있다. 지부장이 우리 현안을 분회장보다 더 깊게 생각하고 있어, 지부장한테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규직과 함께 1차, 2차 파업 투쟁도 해보고 34일간 천막농성을 하면서 조합원들이 단결했다. 병원 지부와 본조에서도 우리 현안에 대해 챙겨줬다. 조합원들이 안 따라줬다면 이런 의지는 안 생겼을 것이다. 분회장 하면서 이번 일은 꼭 해놓고 현장에 돌아가겠다. 이번 일이 해결되면 조합원들 내부 현안도 정리가 될 것이다. 꼭 필요한 투쟁이다.

- 노조 운영 어땠나

= 대의원을 오래 했지만 사실 관심 있게 활동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와서 보니까 정말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산별노조에서 모르는 분들이 한군데로 올인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조합원들도 많이 호응해 주고 있다. 분회장보다 정규직 지부장에 대한 지지가 더 강한 것 같기도 하다.

-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어떤가

= 내가 6년 됐는데, 지금 들어오는 사람과 임금 차이가 없다. 정부가 최저임금 기준으로 올리거나 하는 형태로 임금이 결정된다. 어떤 직급도 없는 조합원들은 10년이 돼도 임금이 별 차이가 없고, 영원한 비정규직일 뿐이다. 근속년수에 따른 누진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바로 정규직이 될 줄 알았다. 한 해 두 해 가다 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말만 하고 결과는 없는 상태다. 부산대병원은 너무 열악하다. 월급도 너무 낮고, 특히 모든 사람들이 지시를 했다. 과장이나 직급이 있든 없든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시를 했다. 박봉도 화가 나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분회장으로 이런저런 현안은 많이 있었지만 정규직이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 파업을 했다고 들었다

= 4월 27일 1차 파업 때 세종시에 갔고, 6월 27일 2차 때는 청와대 앞으로 갔다. 현장 필수조합원 13명을 남기고 모두 참여했다. 우리 시설분회는 전기, 기계, 환경, 통신, 산소 고압가스, 소방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주로 병원 건물 지하에서 일을 한다. 지하의 환경은 열악하다. 각종 장비, 기계 소리가 24시간 풀로 가동되고 있다. 우리는 정당하다. 임금을 바로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병원 복지를 함께 받고 싶다는 것뿐이다. 일단 같이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에 환경개선이 됐으면 한다.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우선이다.

-각오

=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청와대 앞에 조합원 72명이 참여했다. 병원 앞에서 43일간 천막농성 때는 보건의료노조 전임자들이 찾아주고 동조해줬다. 단식이 힘들지 않다. 민주노총 하면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그건 어용노조 얘기다. 우리 현안을 파악하고 올인해서 내 일처럼 도와주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다.

이번 투쟁이 잘 마무리된다면 민주노총 투쟁에 적극 참여하겠다. 지금 우리는 빚을 지고 있다. 병원 정규직 조합원들도 고생이다. 부산대병원이 잘 해결돼 국립대병원 13개가 우리 뜻과 같이 비정규직 없는 병원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 부산대병원은 이름만 거점병원이고 공공병원이지 실제는 아니다. 돈만 버는 병원 같다. 거점병원으로서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지난 3일에는 보건의료노조 집중 결의대회가 있었다. 전국에서 많은 연대와 지지가 있었다. 1천만 원 가까운 투쟁기금도 전달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편지도 주고받았다. 많은 힘이 된다. 여기에서 쓰러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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