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범 지부장·손상량 시설분회장 공동단식 16일째, 조합원간 편지로 서로의 마음 전해

정재범 부산대병원 지부장과 손상량 시설분회장이 인터뷰 중에 서로를 바라 보고 웃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직접고용 투쟁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연대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부산대병원 정재범 지부장과 손상량 시설분회장이 ‘직접고용’ 요구를 내걸고 공동단식을 함께 시작한지도 이미 16일째다.

9일 부산대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가 있던 날 정재범 지부장은 “20년 동안 근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분이 그 20년 동안 휴가 한번 못 가고 집안 경조사는 그냥 다 못 갔으며 예전엔 3일 이상 결근하면 바로 잘랐다는데 왜 이제야 알았는지”라고 자책했다.

이에 손상량 비정규직 지부 시설분회장은 “연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가슴이 벅차고 정규직 동지들이 함께 해 주는 것에 때때로 울컥한다. 정말 고맙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병원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 함께 해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조합원들 간의 말 못할 사연들도 편지 교환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지난 3일 부산대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 집중투쟁이 있던 날 류승택 정규직 조합원(양산병원 중앙공급실)은 비정규직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중앙수술실과 중앙공급실에 원만한 환자수술을 위해 스팀을 넣어주고 공조기를 가동시켜 주는, 병원 내 모든 시설을 24시간 관리 유지하는 시설용역 노동자들이 있는데, 병원생활한지 1년도 안 된 제게 왜 이분들이 자꾸 눈에 밟힐까요?”라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어 류 조합원은 “제 딸이 대학 졸업 후 첫 월급으로 속옷을 사왔는데 ‘아빠 세금 떼고 나니 월급이 150만원 밖에 안 되고 세상에 1년 계약직이래’라며 분통해 하는 모습이 아직도 가슴에 멍울처럼 남아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자식들에게 비정규직의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의 투쟁은 승리해야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박봉준 비정규직지부 조합원(A동 기계실)은 “작년 A동 8병동 여의사 당직실에서 화재사고가 났을 때 저를 포함해 시설파트 야간 근무자들이 달려가 처음부터 끝까지 남아 화재사고 현장을 누비면서 현장을 정리했는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참혹했을 것이지만, 그 스프링클러는 바로 저희들이 관리하는 업무 중 하나입니다”라면서 재해 앞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조합원은 “시설분회가 직접고용 투쟁에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서자 정규직 시설파트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지 몰랐고, 응원한다 힘내시라고 하실 때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라며 “자회사 운운하며 또 다른 용역업체를 만들겠다는 사측을 막아주십시오”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정재범 부산대병원지부장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손상량 시설분회장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