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재벌이 인력 채용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대형마트들이 ‘무인셀프계산대’를 확대 운영하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사진=대전본부)

2019년 7월, 찌는 듯한 무더위의 날씨에 적폐중의 적폐, 재벌을 해체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실천단 활동에 참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를 선언하고 첫 투쟁이다. 

2년 전인 2017년 우리 마트노조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여의도 천막농성을 했다. 평소 최저임금 인상이 절박하지만 지켜보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런데 막상 노조라는 이름으로 최저임금 투쟁에 나서보니 느껴지는 게 많았다. 당시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힘을 받는 시기였다. 정권 초인데다가 최저임금은 대통령 주요 공약사항이었다. 최저임금 대표적 당사자인 마트노조 여성노동자들이 국회 앞에 천막을 치니까 경찰도 강제로 철거를 못했다. 2년이 흘렀고 우리는 새삼 다른 분위기에서 최저임금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첫 날부터 경총과 여당 당사, 해체되었어야 할 자유한국당 당사 앞과 전경련, 그리고 산업은행까지 일정이 빡빡하다. 최저임금이 사회적 이슈이기는 한 지, 첫 기자회견 일정부터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 재벌 해체 깃발을 달고 40여 년 만에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행진한 경험은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특히 온 나라가 경제가 어렵다고,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양 이야기하는 때에 민주노총이 ‘문제는 재벌이다!’ 이렇게 콕 찍어서 주장하고 나선 것이 선명하고 멋지다.

이 땅의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주는 대로 받고 사는데 익숙했다. 부당하게 이용당해도 무엇이 잘못되어서 우리가 이런 처지에 있는지 애써 알려 하지 않았고 또 누가 알려 주지도 않았다.

우리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고 조합원이 되고 나서야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신성함을 그리고 우리의 고혈을 쥐어짜서 착취하는 지금의 저 악당들이 우리를 이토록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자본 일반에 대한 분노에서, 그 정점에서 모든 권리를 부당하게 누리는 재벌과 그 하수인 정치권력을 보면서 새삼 재벌 철폐 없는 적폐 청산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박근혜는 감옥으로 갔지만 이재용은 유유히 빠져나와 대대손손 왕처럼 군림하고 있다. 적폐 청산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도 재벌에는 항복한 모양새이고, 정치권력 언론권력은 재벌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다. 영세 상공인 목줄을 쥐고 이윤을 빨아 먹고 있는 것도 재벌이고, 몇 조원의 투자다 몇 만 명을 고용 창출 하겠다고 큰 소리 치면서도 정작 비정규직 최저임금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도 재벌이다.

재벌 본사를 돌면서 사연들을 들어보니, 가맹점 알바 노동자가 고객에게 흉기로 목숨을 잃었어도 자신들은 모르쇠 하는 CU 같은 곳도 있고(알고 보니 CU 본사는 삼성계열), GS처럼 소속 노동자의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서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재벌 갑질과 소비 감소 때문에 어렵다는 상인모임 간부의 양심 고백도 들었다. 그래서 재벌은 이 불경기에 계속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으며 수익을 늘였구나 싶었다. 재벌만 살찌고 전 국민은 최저임금에 허덕이는 양극화가 이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다.

생기느니 비정규직 일자리이고 최저임금이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이 되어가고 있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절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요구할 힘이 노동자들에게는 없다. 950조원이 넘는 재벌 곳간을 열어서 노동자도 함께 살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자!

아직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아는 만큼이라도 함께 힘을 모아서 적폐의 무리들을 노동자의 힘으로 해체시키고, 우리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꼭 쟁취해서 당당한 노동자로 살리라 다짐해 본다. 재벌체제 개혁!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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