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서울지부, 학교 관리자 ‘갑질’ 실태 설문조사 결과 발표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는 교사가 휴가를 내려면사유를 반드시 관리자에게 면대면으로 이야기한 후 결재를 맡아야 한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마치 ‘취조하듯’ 날아오는 관리자들의 질문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어머니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도 학교 근무를 명령받았다.

한 국공립중학교 교사는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하는 날임에도 오전 수업을 몰아하고 수술하러 간 뒤 수술 다음 날도 출근을 하라는 학교장의 지시를 들어야했다. 학교에는 복무 관련 전자결재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들이 구두 및 대면 결재를 요구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갑질 사례 고발 건수는 전체 756건으로 각 유형별로 나눈 표다. © 전교조 서울지부

이번 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본격 시행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가 지난 6월 5일부터 7월 10일까지 서울지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학교 관리자 갑질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교육청 업무메일 시스템을 이용한 온라인 설문조사에는 2252명이 참여했고, 이를 통해 고발된 갑질 사례 건수는 756건에 이른다.

교사 10명 중 4명, 휴가 사용 시 불편호소

서술형으로 응답하게 되어 있는 설문 내용을 갑질 유형별로 나눠보면휴가 승인 관련 갑질이 229건으로 가장 많았고, 독단적 의사결정 및 부당업무 지시가 205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폭언, 막말, 뒷담화가 130건 △친목행사 참석 강요가 42건 △차별대우 39건 △인사, 승진 관련 압박 31건 △사적인 심부름 강요 25건 △예산 관련 간섭 및 남용 19건 등의 갑질 사례가 있었다.

선생님은 휴가(연가, 조퇴, 외추르, 지참)를 사용하는데 불편하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결과 ©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들이 가장 많은 갑질(229건, 30.3%)을 당한다고 답한 ‘휴가 승인과 관련 갑질’에서 교사 936명(41.6%)이 휴가 사용 자체가 ‘불편하다’고 답했다. 가장 불편한 부분으로는 ‘대면 또는 구두 허락의 절차를 강요받는 것’이었다.

전자결재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휴가 사용 시사전 결재 형식의 대면 결재나구두결재는 필요 없게 됐고, 이는 교육부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 학교현장에서 휴가를 낼 때대면 혹은 구두로 허락받는 절차를 강요받은 적이 있는 교사는 1307(58%)로 응답자의 반수를 넘어섰다

"선생님은 휴가(연가, 조최, 외출, 지참) 결재 과정에서 대면 또는 구두로 허락하는 절차를 강요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결과 © 전교조 서울지부

육아시간, 모성보호시간, 자녀돌봄휴가, 출산 휴가 등의 특별휴가를 사용하는데도 불편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590명(26.2%)이나 됐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육아시간 장부를 만들어 교무실에 비치하고 쓸 때마다 기록하도록 강요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육아시간을 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하고 쓸 것을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지난 해 전체 교사들의 조퇴 회수를 통계내서 직원 종례시간에 보여줬다.

한 국공립 중학교 교사는 “아이가 4살인데 다 키워 놓았으니 육아시간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 사립 고등학교 교사는 교장으로부터 “자녀 돌봄 휴가보다 학교 행사가 더 중요하다,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선생님은 특별휴가(육아시간, 모성보호시간, 자녀돌봄휴가, 출산 휴가 등)를 사용하는데 불편하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설문 결과 © 전교조 서울지부

교사에게 ‘차렷, 열중쉬어’, ‘앞으로 나란히’

교사들이 두 번째로 많은 갑질은 당한다고 기술한 ‘독단적 의사 결정 및 부당업무지시’ 사례 들을 보면 비위행위에 해당할 정도의 사례도 포함되어 있어서 다소 충격적이다.

학교장만 급식판이 아닌 반상기를 내오라고 하는 경우, 학년 및 업무 배정을 교장 마음대로 하는 경우, 교사에게 ‘차렷, 열중쉬어’, ‘앞으로 나란히’를 시키는 경우,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게 강요하거나 출근 시 문안 인사를 강요, 서류 조작과 선도위 및 폭대위 은폐 축소 지시, 기간제 교사 채용 시 부당압력 행사, 학교장 지인 딜러에게 차량 구입 강요, 보건교사에게 교장실로 약을 가져달라고 하는 경우, 학교에 ‘교장 전용’ 주차장을 만들고 보안관에게 관리지시, 법정 공휴일에 등산 강요, 초과근무 상신을 불허하고 특근매식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등이 일부 사례다.

하대와 폭언 그리고 비난과 비아냥

 

“내가 누군지 몰라?”, “야!”, “너!”

“몸이 아픈 교사는 학교를 그만둬야 한다”

“내가 교장인데 오라면 와야지, 왜 안 오냐?”

“머리가 안 돌아간다”

하대와 폭언, 인격 모독적인 말, 비난과 비아냥 등 무례한 언행을 하는 관리자도 있었다.

사소한 일로도 경위서 작성을 강요하거나 막말을 하고, 결재판으로 툭툭 때리거나 외모 및 복장을 흉본다. 회식자리에서 교사에게 술잔을 던지는 학교장, 팔뚝 살을 지적하며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관리자, 본인 화 났다고 교사에게 소리를 지르는 교감, 극소수의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담시키고 괴롭히면서 친한 교사는 높은 성과급 점수를 주는 관리자, 수업 중 학생들 앞에서 고성을 지르는 학교장과 교감,...

이 모든 것이 2019년 현재 학교 관리자들이 교사한테 하는 언행들이다. 교사들이 세 번째로 많이 뽑은 갑질(130건, 17.2%)인 ‘폭언막말뒷담화’ 사례 중 일부다.

이 외에도 커피 심부름을 강요한다거나 배구대회 참여와 회식을 강요하고 심지어 본인 자녀 축의금 요구, 대학원 숙제 등의 대필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에 ‘대면결재 및 구두결재 강요’를 금지하고 학교 관리자에 대한 지도 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상식에 어긋나는 갑질을 저지른 관리자들 조사하여 엄정히 인사조치할 것과 학교장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올 하반기부터 공식적으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급별로 분류해 본 설문참여자는 초등학교 교사 1023명(45.4%), 사립학교 소속 중학교 교사 122명(5.4%), 국공립학교 소속 중학교 교사 396명(17.6%), 사립학교 소속 고등학교 교사 361명(16%), 국공립학교 소속 고등학교 교사 269명(11.9%), 특수학교 및 각종학교 교사 77명(3.4%), 유치원 교사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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