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끝으로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전반기를 마친 통선대 대원들의 참가 후기에 이어 통선대 일정에 전면 결합한 대원들의 참가 후기를 전달한다.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제공

“위로와 환대는 주고받는 것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조합원 정부교

 

통일선봉대에 처음 참가했다. 참가하기 전, 주변에서 통선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저 막연하게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신청을 하면서도 어떠한 특별한 결의나 목표는 없었다. 그렇게 부산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분주한 분위기였다. 나도 모르게 빠르게 행동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파란색 티셔츠와 분홍색 목수건을 받고 입었다. 옷을 하나 걸친 것 뿐이었는데 마치 전쟁에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해졌다. 지금부터라도 어디든 가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스스로 ‘적응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날 정도만 상황을 잘 파악하면 그 후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번 통선대도 마찬가지였다. 첫 날 이후부터는 무리없이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단지 통선대 내의 명칭들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통선대일텐데, 아무리 엄격한 규율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중대장, 소대장들의 명칭과 중대 등의 깃발이름은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7박 8일의 기간동안 전국의 많은 투쟁 사업장을 다녔다. 그리고 일본 총영사관, 평택과 용산의 미군기지, 부산ㆍ대구ㆍ서울의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통선대의 기세있는 모습을 보이며 투쟁했다. 

여러 곳들이 기억에 남지만 무엇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투쟁의 삶을 오롯이 느낀 것이 좋았다. 노동조합의 조끼를 벗고 단결투쟁의 붉은 머리띠를 매지 않았다면 그들은 내 옆에 흔히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시원한 화채를 주면서 함께 먹고, 당신 자녀와 손자ㆍ손녀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는 한 명의 사람이다. 잔잔한 물결 같은 평온한 삶에 조금씩 조약돌을 던지며 파동을 일으키고 마침내 큰 바위로 물살을 어지럽히는 이들로 인해 고통받고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이 거기 있었다. 

그들은 이제 시원한 그늘에서 부채질을 하며 수박과 참외를 맛보고 웃고 떠드는 우리 이웃, 주변 사람들이 아니라 폭염과 폭우가 수도 없이 찾아오는 날씨 속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폭압과 풍파를 온 몸으로 맞으며 제 한 몸 가누는 것조차 힘들게 버티는 이름 모를 누군가들이 되었다. 그 누구도 그들을 온전히 맞이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 

소중한 사람들이다. 자기를 보아달라고, 우리를 인정해달라고 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사회의 성원에서 내쫓아버리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정하지 않고 성원권을 박탈해버린다면 그것이 어찌 사람일 수 있으랴. 결국 우리 사회는 그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물건, 도구.. 쓰고 또 쓰다가 헐겁고 삐걱대면 가차없이 버리는 한낱 쓰레기일 뿐. 

나뿐 아니라 통선대에 함께 참여한 동지들 모두 느꼈을 것이다. 투쟁의 현장에서, 다른 동지들과의 뜨거운 포옹과 악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대의 마음을. 그들은 함께 하는 통선대를 진심어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환영해 주었다. 우리 통선대도 가열차고 힘있게 결합하였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사람으로 인정하고 우리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 순간에 함께 했다. 연대 투쟁 사업장에 있는 분들은 한결같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힘이 됩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럴 때 나는 세월호 추모제에서 들리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라는 노래를 생각했다.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우리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바람이 되어 항상 우리 곁에 있겠다고 한다. 산 자가 죽은 자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가 산 자를 위로하며 희망을 품게 한다. 

이번 연대 투쟁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 통선대를 통해서 힘을 받은 것 보다 몇 배, 몇 십배 더 통선대가 힘을 받았다. 그리고 그 힘이 각자 삶의 현장에 돌아가 희망을 품고 투쟁할 수 있게 했다. 위로와 환대는 주고받는 것이다.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제공

7박 8일을 함께 한 여러 통선대 동지들이 생각난다. 바쁘고 힘든 일정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당연한 것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었다. 순간에 놀라고 범사에 감사한 통선대 일정이었다. 이 수많은 이들이 각자 삶의 공간에서 고군분투 한다고 생각하니 우리 세상은 곧 바뀌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통선대 일정에서 동지들과 통닭을 먹었다. 시원한 맥주 한 캔에 통닭 한 마리는 동지애를 나누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앞으로 통닭을 보면 2019년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가 생각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통선대 일정이 끝난 날 시장에 들러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집으로 갔더랬다.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제공

‘처음’으로 느낀 마음과 생각들

서비스연맹 화장품노조연대 김수정 조합원

 

노동조합 활동을 한지 채 1년이 안됐고, 정치적인 개념도 없었다. 그래서 중앙통일선봉대를 가자는 제의를 받고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7박 8일이나 시간을 할애하며, 고생을 해야하지?’. “거기를 가면 뭐가 좋은지” 물었더니, “다녀오면 많은 것을 배울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통선대 7박 8일 모든 일정을 마친 지금은 그 답을 이해할 수 있겠다.

부산, 울산, 대구, 소성리, 대전, 평택, 서울까지 곳곳의 여러 투쟁 현장을 다녔다. 이러한 투쟁은 처음이라 첫 일정이었던 부산의 자유한국당 투쟁은 조금 무섭기도 했다. 그러다 다음 일정에서는 ‘이 맛 이구나!’ 하는 생각을 느끼게 됐고, 그 다음이 되니 이번엔 ‘좀 아쉬운데~?’ 하는 생각까지 하는 나를 발견했다.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제공

울산과학대 연대 투쟁에서 우리 엄마, 아빠보다 더 연세가 많은 분들이 힘들게 투쟁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와중에 중통대가 온다는 소식에 간식까지 준비해 주셔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힘이 드실 텐데, 도와드리기는커녕 얻어먹고 간다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울산과학대에서 투쟁 하고 있는 어머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포옹을 하였는데,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말 해주시는 모습에 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현장에 다시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통일’이라고 말하면 ‘굳이?, 하게 되면 언젠간 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다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며 학습도 하고 책도 읽게 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과 현실의 북한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중통대를 통해서도 다양한 교육과, 영상으로 또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많은 연대 투쟁을 하며 아직도 말도 안되는 부당해고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고 그것이 내가 될 수 있고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통대에서는 ‘처음’이라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처음으로 ‘동지애’라는 마음을 가져봤고, 여러 투쟁 현장에서 처음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었다.  

20기 중앙통일선봉대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고, 여러모로 도와주신 동지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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