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공기에 대한 권리를 빼앗긴 홍익대 청소노동자

환기도 안 되는 계단 밑 국립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이곳에서 70대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장년 노동자의 죽음이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작지 않았고 이후 서울대는 조악한 청소노동자 직고용 발표를 했다. 국립대가 이런 수준인데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래서 동이 트기 전 공공운수 서울지부 소속의 청소노동자들을 찾아 나선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미술대학, 대학 적립금 1위 그리고 또 한 가지 노동자들에겐 이사장의 독단 운영으로 유명한 홍익대학교를 찾았다. 정문 입구의 16층 건물이 으리으리하다. 한 경비노동자분께 노동조합 사무실 위치를 물으니 환한 얼굴로 안내를 해주신다. 조합원의 표정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조합원 154명의 홍익대분회는 대표노조다. 49일 본관 점거와 문제 업체 퇴출을 위한 86일 천막 농성 과정들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많은 개선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곧 감출 수 없는 당혹감이 된다. 업체나 대학의 개선 노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오히려 학생들이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모닥불’이란 모임을 만들어 환경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고용노동청 감독관에게 심각한 노동환경을 고발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권고 가이드는 강제성이 없다.’이다. 원청 사용자성 문제에 있어서도 명확한 답을 안 한다. 감시와 통제를 해야 할 국가기관이 대학의 눈치를 보고 방치하고 있다. 노조는 이사장에게 공문을 지속해서 보내지만, 답이 없단다. 그래서 졸업식장에서 직접 대화를 시도하다가 오하려 고소를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인문관 c동, 노후된 건물의 층마다 계단통로 밑을 칸막이 작업을 해서 휴게실로 쓰고 있다. 당연히 천정이 낮고 환기를 위해 문을 열면 지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서로가 무안해진다. 노곤해진 몸을 쉬게 하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통해 얻은 반짝이는 새 냉장고가 어색해 보인다. 낡은 건물이라 휴게실마다 보수한 흔적들도 있다. 그래도 지하가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할까.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발걸음을 옮겨 조형관 1층, 조합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가 휴게실에요.”, “네?” 작은 문을 열자 정체 모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천장과 벽엔 얼룩 자국들. 창고 같은 휴게실 바로 밑에 건물 하수와 쓰레기가 집중되는 시설들이 있단다. 비가 오면 냄새는 한층 더해진다고 한다. 두 명의 노동자가 장판을 깐 창고에서 쉬는 거다. 언론에도 자주 알려진 창고 아니 휴게실이지만 대학이나 업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다. “사실 학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죠. 학생들이 재료를 사서 직접 공사를 했어요. 발 뻗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진 거예요.”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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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학생들이 지원한 공기청정기는 기능을 못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처음 들어왔던 정문 쪽에 자리한 신관인 홍문관으로 향한다. “신관은 지하 6층 주차장에 휴게실이 있어요.” 신축이지만 애초 건물 설계에서부터 노동자들의 휴게 시설은 배제됐다. 유일한 환기구인 환풍기는 주차장 매연을 뿜어내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이 공기청정기를 마련해줬지만 맑은 공기가 유입되지 않으면 기기의 의미는 없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합원들의 분위기만큼은 좋다. 장년이 되어 얻은 직장이고 청소를 천직으로 여긴다고 한다. 월급 통장을 확인할 때엔 뿌듯함마저 느끼고 정년까지 일하고 싶다고 한다. 노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는 여성 노동자의 얼굴엔 자부심이 느껴진다. 노조 활동으로 앞으로 바꿔나갈 것들도 많단다. 중앙대처럼 사계절 내내 온몸으로 땀을 쏟아내지만, 몸을 씻을 샤워실조차 없다. 퇴근 후 버스를 타면 몸에서 날 냄새에 너무 조심스럽다고 한다.

지하 6층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속도가 무척 빠르다. 건물을 빠져나와 크게 심호흡을 한다. 핵전쟁이 일어나 지하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서울 도심에서 숨 쉬고 햇빛을 볼 권리가 이렇게 힘든 노동자들이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게 미안할 정도다. 그래도 흔들림 없는 민주노조와 학생들의 지지는 언젠가 이사장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할 것이라 믿는다. 지상층으로 빠르게 올라가야 한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홍익대 못지않게 대차게 잘 싸운다는 사업장이 있다. 흥미진진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 같아 조금은 설렌다. 연세대 분회장님이 신신당부하신다. “새벽에 일찍 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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