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인간, 청소노동자

공공운수 소속 청소노동자 실태 연재기사는 국립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경각심을 갖고 있고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 양상을 보일까란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청소노동자의 실상은 민주노조의 투쟁만큼 딱 그 선에서 멈춘 상태이다. 대학 등 관계 당국의 움직임은 변화가 없거나 너무 느린 게 사실이다. 고용노동부와 안전공단은 2018년 8월 사업장 휴게실 가이드를 마련했다. 그 내용을 살피면 매우 기본적인 조치들이고 현장의 요구 사항들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기본적인 노동권은 물론 인권, 건강권마저 보장 받기 힘들다. 공공운수 청소노동자 사업장을 담당하는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손승환 조직국장의 글로 연재를 마친다.

 

연세대학교 ⓒ 노동과세계 정종배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의 다수는 청소, 경비 등 시설관리 노동자였다.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이라고 불렸던 청소, 경비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게 된 계기였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50~60대의 청소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퇴직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임금, 복지 등 약간의 처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한 발 뺐고 법적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다. 직접고용이 된 곳도 노동의 가치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정규직은 되었지만 여전히 열악한 휴게실에서 쉬어야했던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사망 사고였다.

청소노동자는 유령이었다. 최저임금을 겨우 받으며 점심 밥 한 끼 따뜻하게 먹을 수 없어 찬물에 밥 말아먹고, 돼지우리 같은 휴게실에서 숨죽이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10년 전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매년 쉬지 않고 싸워 온 청소노동자들은 중식비와 명절상여도 따내고, 휴게실도 개선할 수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우호적인 사회적 여론으로 처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고, 고용은 안정적이지 않다. 사용자는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인원을 삭감하고, 하루 8시간이 아닌 3~4시간의 단시간노동자를 고용하려 한다. 원청은 별 생각 없이 손쉽게 용역업체를 바꾸지만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는 근속이 단절되고 매년 신입사원이 되어 연차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중앙대학교 ⓒ 노동과세계 정종배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단체협약이 제대로 승계되지 않아 노동조건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원청이 노동조합을 인정하는 용역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의도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업체를 선정하기도 한다.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면 탄압을 받는다. 중앙대, 광운대, 고대안암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하루하루가 노동탄압의 연속이다. 원하청은 노동조합으로 쟁취한 권리를 없애버리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근로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나이든 청소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사치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청소노동자 대다수가 간접고용이다. 포털사이트에 청소노동자로 검색하면 정식명칭이 청소용역노동자로 되어 있을 정도로 간접고용 형태가 일반화 되어있다. 사용자가 만든 고용형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 정책도 편승했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보험법이었다. 10년이 넘게 한 곳에서 일하며 고용보험료를 납부했는데 65세가 넘어 용역업체가 변경되어 사용자가 바뀌었다고 실업급여 수급대상에서 배제되어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도 올해 초 고용보험법이 일부 개정되어 65세 이상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소급 적용되지 않아 많은 고령노동자가 혜택을 보지 못했다.

얼마 전 중앙대 청소노동자가 학교 샤워실에서 샤워하다 미끄러져 다쳤지만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항의한 끝에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이런 경우처럼 간접고용노동자기 때문에 원하청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육체노동자에게 샤워실은 꼭 필요하고 고용노동부도 휴게실과 함께 샤워실을 갖출 것을 권고하지만 원청의 비협조와 비용 문제 때문에 샤워실이 설치된 곳은 거의 없다. 사용자가 제공한 샤워실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샤워실에서 샤워했다고 개인적인 샤워가 되어 산재가 불승인 되어서는 안 된다. 고령의 육체노동자가 안전하고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지고 그 책임도 원하청이 공동으로 져야한다.

홍익대 인문관, 계단 통로에 마련된 청소노동자 휴게실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60세 이상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기 때문에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지 못했던 경우에는 국민연금조차 얼마 되지 않는다. 노인인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노인빈곤율이 46%로 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에서 고령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청소노동자는 직접고용, 자회사, 간접고용의 형태에 따라, 사용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노동조합의 유무 등에 따라 노동조건이 다르다. 대다수가 고령인 청소노동자들이 어디에서 일하든 노동이 인정받을 수 있는 표준을 만드는 것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조합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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