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분리 채용 방침 허구성 드러나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소를 제기한 노동자’ 외에도 모든 노동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23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김 모씨외 1인이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관련 대법원 판결은 영업소 및 근무기간 등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그 모두에 대하여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자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해고된 날로부터 복직시까지 도로공사가 월 175만원 상당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명령했다. 이로서 요금수납원 개개인의 판결결과에 따라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도로공사의 입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도로공사는 지난 9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노동조합과 ‘정규직 전환 합의’를 하면서 대법원 판결에 원고로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개별적으로 소송을 해서 선택적으로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가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전원의 직접고용에 있다”고 지적해 왔지만 도로공사와 한국노총은 일방적 합의를 진행함에 따라 ‘소송을 통한 시간끌기’,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고등법원 판결이 도로공사의 분리 채용 입장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밝히면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전원 직접고용의 법적 근거가 더 확고해진 셈이다.

고등법원은 이어 도로공사의 교섭해태를 지적하며 도로공사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등법원은 결정문에서 “채권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과 채무자 사이에 교섭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있고 그밖에 채권자들의 고용을 둘러싼 구체적인 상황에 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도로공사와 노동조합 간의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해고와 복직 문제에 진전이 없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이번 재판의 변호를 담당한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모범적 사용자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파견법에 따라 부당해고된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을 지금 당장 직접고용해야 하고, 이번 서울고등법원의 가처분결정은 이러한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가처분 인용으로 도로공사는 해고된 노동자 1500여 명에게 해고기간 임금을 보전해야 할 가능성이 발생했다. 민주일반연맹은 1500명의 해고기간 미지급 임금이 연간 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민주일반연맹은 “부당해고로 인한 임금보전액의 증가를 방치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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