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궤도협의회

시흥과 안산을 잇는 광역철도 소사-원시 노선을 운영하는 소사원시운영(주)의 노동조합(서해선 지부, 지부장 정문성)이 10월 29일 파업에 돌입, 아침 10시 출정식을 가졌다. 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 준수, 안전인력 충원,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며 임금에 관한 단체 협상을 진행, 최종 결렬되어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파업의 핵심적인 쟁점은 임금과 밀린 체불임금 그리고 이와 연관한 탄력근로제였지만, 노동조합은 다단계 위탁구조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문성 노조 지부장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불가능한 통섭근무를 계속 강요했다. 평화적 교섭으로는 풀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경숙 대의원은 “높은 이직율과 살인적인 교대근무시간, 타기관보다 현저히 낮은 임금 이 모든 게 직원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최선우 대의원은 “올해 초 사원과 업무직의 기본급 만 원이 인상됐는데, 최저시급법을 위반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편의점 알바냐?” 라며,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근무하고 싶다" 고 강조했다.

구조적 문제

소사원시운영(주)는 서울교통공사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철도공사와 함께 각각 역무 운영과 기술 유지 보수 그리고 운전 및 차량 관리를 맡는다.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민자 유치 사업으로 발주하였고, NH농협금융지주가 90% 가까운 지분을 가진 이레일(주)가 시행을 맡았다. 20년간 운영을 맡은 이레일(주)는 다시 운영권을 서울교통공사와 철도공사에게 분할 양도했다.(그림 참조) 현재 이레일(주)는 직원 10여 명이 근무하는 금융 기관으로 투자비를 이자를 얹어 회수해가고 있다. 한 마디로 손 안대고 코 풀기 사업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 역시 자회사 운영을 통해 배당금을 가져가는 구조다. 이러다 보니 소사원시 운영 수익은 20년간 대중 교통을 운영, 이용하는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투자되지 않는다. 그 수익은 고스란히 기업의 이윤 아니면 최소 수준의 운영 유지에만 들어갈뿐이다.  

“손 안대고 코풀기” - 9호선이 지옥철이 된 이유

2017년 겨울과 2018년 두 해에 걸쳐, 서울시 “황금” 노선이라 불렸던 9호선의 노동자들이 파업과 함께 천막 농성 등을 했다. 이때 노동자들은 시민과 노동자 모두에게 “지옥철"이었던 9호선의 변화를 요구했다. 당시 9호선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것은 소사-원시 노선과 같은 다단계 위탁구조였다. 이로 인해 문제가 불거지고 시민의 원성이 거세졌다. 그제서야 서울시는 1단계(개화-신논현)의 운영사였던 프랑스 파리교통공사와 한국의 현대로템의 합작기업인 서울메트로9호선운영(주)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시행사 직접 운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 역시 서울교통공사를 통한 자회사 운영 체계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접 운영으로 전환했다. 서울시는 위탁 체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2,3단계의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를 보장함으로써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9호선의 판박이 사례들은 계속 이어졌다. 올해 개통을 앞두고 노동자와 시민의 반발과 우려를 낳았던 김포도시철도가 그랬고, 이번에 소사-원시선이 그렇다. 

판박이

이러다보니, 서해선이 개통이 얼마 되지 않았고 서울 외곽의 노선이라는 점 때문에 이용 승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불편함이 크지 않다는 점만 빼면, 노동자들의 처우는 말 그대로 지옥철이라는 점에서는 9호선이나 김포도시철도와 다를 게 없다. 

우선, 서울교통공사노조 역무본부, 공공운수노조 서해선지부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근무 인력이 턱없이 적다. 단적으로 모회사인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문을 연 역이나 연장 노선의 신설 역의 인원으로 4개 조 최소 8명에서 13명으로 한 것에 비추어, 소사-원시 노선간 역 인원은 3개 조 3인이 기준이고 일부 역이 3개조 6인이다. 역 인원만 놓고 보면 서울교통공사 대비 절반에 못 미친다. 이것도 서울교통공사가 역 인원을 그동안 지속적으로 감축했고 최근 신설 역은 아예 무인역으로 추진하려다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그나마 인원을 이렇게 두기로 한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도시철도 공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기술”이라 불리는 전기, 통신, 신호, 궤도/토목 등의 업무에 대해 전문성을 살려 열차 운행의 안전을 책임졌다. 그런데 소사원시운영(주)는 이 업무를 “통합 업무”라 하여 서로 다른 업무를 한 데 묶어버려 인원을 대폭 축소해버렸다. 그 외 소방, 승강기, PSD 업무 등 다른 궤도 사업장에서는 구분되는 업무도 이곳에서는 한 데 묶여 더 적은 인원으로 일을 한다. 

이 같은 인원 축소는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만성적 부족인원을 낳았다. 물론 이로 인한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강화도 불가피했다. 휴가를 제때 못 가는 것은 자연스러울 정도다. 휴가를 가면 남은 노동자의 업무 강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저임금, 어두운 미래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더 낮은 현실은 노동자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 예컨대 소사원시운영(주)의 신입사원이 작년 한 해 대략 2천800여만 원을 받았다. 서울교통공사 신입 사원은 같은 해 평균 3천2백여만 원을 받았다. 자회사 신입 직원이 대략 400여만 원 덜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회사의 임금체계는 10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나 1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나 임금이 같아지도록 되어 있다. 왜냐하면 직제별 정원으로 되어 있어, 승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어렵게 진급을 했지만 임금상승 폭이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경력 10년차 4급의 소사원시 노동자의 기본급은 220만 원이 안 된다. 반대로 같은 수준의 서울교통공사 노동자의 기본급은 270만 원을 넘는다. 여기에 수당 등을 더하면 5십만 원도 훨씬 넘는 격차가 난다. 요컨대 오래 일할 수록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구조다. 오래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까닭이다. 

높은 이직, 만성적 인원 부족

최소 인력으로 인한 높은 노동강도, 저임금으로 인한 불안한 미래. 이 때문에 이직율이 높다. 서해선 노동조합에 따르면, 2018년 3월 26일부터 1년간 입사한 인원 166명 가운데 퇴사한 인원은 33명이었다. 간단히 말해 5명이 입사했다 1명이 퇴사했다. 회사는 또 그 사이에 일부 퇴사자의 자리를 비정규직 자리로 채웠다. 이러다보니 궤도 사업장에서 필요한 숙련도와 전문성의 부족을 노동조합은 가장 우려한다. 살벌한 현장의 분위기는 물론이다. 

총체적 난국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이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등에서 수차례 시정 요구를 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2019년 2월부터 10월까지 시정 지시 2건, 시정 명령 1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 송치 1건이 있었다. 검찰 송치 건은 초과 노동에 대한 연장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생긴 체불 임금 건이다. 약 3억 원의 돈이다. 반면 체불 임금이 발생하는 동안 회사는 모기업 서울교통공사에게 배당금 13억 원을 지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 관계는 파탄이 났다. 자회사는 모회사의 눈치를 보며 노동자들의 요구에 부정적이었고, 모회사는 자회사에게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이다. 

파업

이 같은 사정으로 노동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파업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하라” 하고 한결 같이 주장했다. 노조 지부장과 사무국장은 삭발까지 하며 분노를 대변했다. 노조는 무기한 파업을 선한 한 상태다. 파업 기간 동안 모회사인 서울교통공사 앞에서도 규탄 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 궤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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