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출근비를 내야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

부산 대리운전 노동자 총파업 투쟁 결의대회.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노동자가 일하러 가면서 출근비를 내야 하는 곳은 없다. 게다가 20%가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은 정말 불공정한 일이다. 밤이슬 맞으며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진 대리운전 노동자들에 대해 정부는 법적 보호는 고사하고 업계 자율에 맡긴다는 정책을 냈다. 업체의 갑질 횡포로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부산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25일부터 3일간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이와같이 말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그간의 울분을 토해냈다. 이날 한 조합원은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앞서 파업 결의를 다지며 머리를 삭발했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와 경기 악화 등 대리운전을 필요로 하는 수요는 적어지고 있지만 대리운전 노동자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평균 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는 "대리운전 노동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법조차 없는 상태에서 대리운전 업체들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며 높은 중계 수수료와 '숙제'라 불리는 의무 콜 수 강요, 콜 취소 벌금, 일방적 배차, 보험가입 강요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는 ▲표준요금제 정착 ▲보험단일화 ▲합류차(대리운전 노동자 이동차량) 통합 및 운영내역 공개 ▲기타 불공정 행위(숙제, 취소과금, 일방적 해고 등) 폐지 등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세웠다.

신동석 총파업 추진위원장은 "우리를 특별대우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대리운전 노동자도 사람이다. 이 총파업을 통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권리와 자주권을 되찾은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는 비조합원들과도 함께 총파업에 나서기 위해 '총파업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파업을 독려했다. 이번 총파업에는 조합원 1천여 명과 비조합원 1천여 명, 총 2천 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부산시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끝낸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송상현 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지지발언에 나선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인류의 DNA는 오랜 기간 동안 밤에 잠을 자도록 길들여져 왔다. 그래서 야간노동은 참으로 고되고 비인간적인 노동"이라면서 "그런 노동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어떤 업종보다 우대해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할 망정 출근비를 받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분노했다.

결의대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노기섭 시의원과 도용회 시의원이 함께 했다. 두 시의원은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언제나 곁에서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지역의 주요 대리운전 업체는 '로지 소프트'라는 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로지연합(친구넷, 손오공, 시민연합), '콜마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콜마너연합(오천콜, 드림콜, 부경연합), 트리콜 등 세 업체가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전국 약 20만, 부산 약 7천 명이 있다.

부산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는 대회 후 송상현 광장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요구사항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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