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순회투쟁 2일차... 한국지엠, 대흥알엔티 등 현장 조합원과의 만남에서 확인해

민주노총은 지난 26일부터 총연맹 위원장 및 임원들이 직접 영남권 조합원과 만나는 순회투쟁을 진행 중이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민주노총이 가진 힘을 느꼈다. 민주노총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단결할 방도를 찾아야 할 때다."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분명한 전술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무작정 싸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중앙 지도부와 현장 동지들이 규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민주노총 순회투쟁단은 27일 이틀째 투쟁을 이렇게 정리했다. 중앙에서 느낀 위기감과 어려움을 하나의 전술로 헤쳐나갈 수 있다고 봤다. 

순회투쟁단은 27일 오전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를 찾아 정규직 대의원 간담회를 열었다. 약 5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벌어지는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문제를 보면 '현장의 동지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각오와 전력, 단결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장 조합원들의 규합을 호소했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이란 수치가 아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조합원이 모이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지엠공장은 최근 생산량을 줄이면서 비정규직 노동자 560여 명에게 해고를 예고했다. 지금은 비정규직에게만 들이댄 칼날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고 신차 수입에만 의존하는 한국지엠이 생산량을 더 줄이면 몇 년 안에 이 칼날이 정규직에게도 향할 수 있다. 

순회투쟁단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명분 없는 싸움이 결코 아니다. 정부가 한국지엠에 8,100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생산량 감축, 비정규직 해고로 해결하려 한다"며 "현장 노동자들은 그 부분에서 사측에 비전을 보이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함께 현장에 있는 동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후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중식선전이 이어졌다. 선전전 한쪽에서 창원지회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1교대 전환 반대' 서명을 받았다. 예상외로 많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명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지엠은 생산량 감축-비정규직 해고의 대안으로 기존 2교대 근무를 1교대제로 바꾸려 한다. 

최희태 민주노총 경남본부 조직국장은 "창원지회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일종의 애증 관계 같은 것이 있다"며 "같은 형제인데, 지금은 마치 배다른 형제처럼 돼버렸다. 그러니 정규직 지회에서는 남에게 말하지 못할 어려움을 스스로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지도부가 풀어줘야 한다"며 "오늘 간담회가 그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해야 중앙에서 조직하려는 투쟁도 구체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김해시지부 간담회에서 같은 맥락의 이야기가 흘렀다. 이상진 부위원장과 정혜경 부위원장이 찾은 간담회에서 "최근 김천 톨게이트 투쟁이 중요한 만큼 영남권은 그쪽 투쟁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았겠나"란 의견이 있었다. 아울러 "대흥알엔티가 사측에 맞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 더 연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라는 요청도 있었다. 

오후 1시30분부터는 경남도청 앞에서 전국민중대회 경남지역 출정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금 현실은 1년에 300명 넘는 노동자가 죽어 나가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려는 때"라며 "문재인 정권은 재벌을 청와대로 초청해 박근혜 시절에도 하지 못한 규제 완화를 시도한다. 그것을 위해 법도 바꾸려 한다"고 규탄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가 촛불에 숟가락만 얹었다는 비판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막 나가는 이 정권을 향해 노동자, 농민, 빈민이 다시 촛불을 들고 함께 투쟁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출정 기자회견 후 열린 경남대리운전연합 노조탄압규탄 기자회견에선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을 계승하는 정권이 아니다"라며 "후보 시절 공약 중 가장 첫 번째로 꼽았던 적폐청산은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최근 행보는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적폐청산을 전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성을 갖지 못하는, 노동의 사각지대에서 매일 죽음을 걱정하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있다. 고용노동부와 지자체, 사측을 상대로 매번 어려운 투쟁을 해왔다. 특수고용노동자 역시 문재인 정권이 '노동자의 권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라며 "이 역시 문재인 정권의 거짓이 드러난 것이다. 민주노총은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째 순회투쟁을 마친 후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은 "현장을 찾으면 지역 조합원 동지들, 특히 간부들의 고생이 느껴진다"며 "이것이 민주노총의 힘이라 생각한다. 이를 어떻게 단결해 폭발적인 힘을 낼 것인지 중앙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많은 산업 구조화가 예정된 상황이다. 이런 싸움들에 대해 민주노총이 주도권을 갖고 총연맹 차원의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며 "오늘 여러 투쟁현장의 간담회 참석으로 그 싸움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마무리했다. 

민주노총 순회투쟁단이 27일 오전 대흥알엔티를 찾아 출근선전 후 간담회를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27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와의 간담회를 찾아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민주노총 순회투쟁단이 27일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간담회 후 조합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조합원들에게 "함께 투쟁하겠다"는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민주노총 순회투쟁단이 한국지엠 창원공장 앞에서 중식선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지회가 마련한 '1교대 반대 서명'에 함께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민주노총 순회투쟁단이 27일 단체교섭 정상 해결을 위해 지부장이 농성 중인 거제 대우병원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비롯한 노동개악저지 현장실천단이 27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 경남지역 출정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7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 경남지역 출정 기자회견에서 "막 나가는 이 정권을 향해 노동자, 농민, 빈민이 다시 촛불을 들고 함께 투쟁해야 할 때"라고 발언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이상진, 봉혜영 부위원장, 류조환 경남본부장이 27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경남대리운전연합 노조탄압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 연대를 표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7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경남대리운전연합 노조탄압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7일 오후 전교조 경남본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27일 오후 전교조 경남본부 간담회에 참석했다. ⓒ 노동과세계 순회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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