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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말고 사람을 채용하라!"국토부, 운전실에 감시카메라 설치 시도…
  • 노동과세계 김승현(궤도협의회)
  • 승인 2019.12.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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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감사원, 대체기록장치 있어도 “운전자 과실 여부 파악 한계” 지적
- 국토부, 12월 중 철도안전법 관련 시행 규칙 개정 예고하기로
- 국회, 11월에 감시카메라를 역, 차량기지까지 확대하는 개정 법 통과
- 전국 기관사들 “운전실 안 기관사들 감시하면 열차가 더 안전해지기라도 하나?” 반발

전국 철도운영기관 작업장에 걸린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 현수막 ⓒ 궤도협의회

합법적 감시

감사원이 지난 9월 10일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 발표의 취지는 이랬다. “운전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철도안전법 제39조의3이 있지만 국토교통부가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함에 따라 19개 철도운영기관(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의 차량 중 99.5%가 설치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동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의 승무분야대표자회의가 알아본 바, 국토교통부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12월 중 관련 시행규칙을 삭제하는 입법 예고를 할 것이라고 한다.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76조의2 ①항 2호는 "다른 대체수단을 통하여 철도차량의 운전 조작 상황이 파악 가능한 철도차량"은 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제 국토부는 이 조항을 삭제하여 감시카메라를 운전 중인 기관사의 머리 위에 “합법적”으로 달아, 기관사를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하여 승무분야대표자회의는 전국에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를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 법 개악 저지 투쟁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투쟁

철도 현장에 감시카메라 설치 시도가 처음 있었던 것은 2013년이었다. 당시 국토부의 철도산업위원회가 안전 운행을 확보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국토부는 철도공사에게 철도차량 운전실에 감시카메라 설치를 권고했고, 철도공사는 2014년 12월 철도차량 3대의 운전실에 카메라를 시범 설치했었다.

이렇게 해서 철도 현장의 감시카메라 논쟁이 시작됐다. 철도노조는 옳게도 강력 반발하며, 저지 투쟁을 벌였다. 그 와중에도 국회는 2016년 1월 철도안전법에 제39조의3 영상기록장치의 장착 등에 관한 조항을 새로 도입했다. 하지만 노조는 멈추지 않고 투쟁, 결국 2017년 앞서 언급한 시행규칙 76조의 2의 ①항 2호를 제정토록 해, 카메라 설치를 막아왔었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원은 강릉역 KTX 탈선 사고를 핑계로 엉뚱하게도 카메라 설치 강행을 끄집어 낸 것이다.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는 지난 11월 26일, 여야간 갈등 속에서도 영상기록장치에 관한 철도안전법 조항을 전면 개악해, 열차뿐만 아니라, 역, 차량정비기지 등에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도록 했다.

기관사 머리 위에 달리게 될 감시카메라. (사진출처: 프레시안) ⓒ 궤도협의회

진정한 목적

따라서 당시의 논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요 쟁점은 ‘감시카메라가 안전을 더 확보할 수 있는가’, 또 ‘불가피하게 감시카메라로 기관사의 인권 및 개인정보 보호의 가치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였다. 이 과정에서 감시카메라는 안전과 상관없으며 거꾸로 기관사의 안전 운행을 방해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2015년 2월 16일, 철도공사가 당시 장하나 국회의원실의 질의에 답변한 자료에 의하면, 의원실의 "기관차 내 CCTV설치가 철도사고를 예방한다는 가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연구용역 등의 자료가 있는가" 하는 질문에 공사는 "영상기록장치가 철도사고를 예방한다는 공식적인 통계나 연구용역 등의 국내·외 자료는 확인할 수 없으나, 미국과 일본의 일부 철도기관에서 운전실내에 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한 것을 확인 함”, "국내의 경우 철도차량 운전실에 CCTV를 설치한 사례는 없으나, 도시철도 운영기관에서 객실감시 목적의 CCTV를 운용하고 있음"이라고만 답해, 국토부나 철도공사 어느 쪽도 뚜렷한 근거도 없이 안전 운행 확보가 목적이라고 했던 것임이 드러났다. 반대로, 철도공사와 철도노조 사이 협의 과정에서 철도공사는 카메라 설치는 "기관사들의 운행 행태를 보기 위함"이라고 해, 그 목적이 주로 기관사 감시임을 드러낸 적도 있다.

감시카메라의 목적은 감시, 감시의 목적은 통제

감시카메라 이른바 폐쇄회로티브이(CCTV)의 설치 목적은 자못 멋지게 포장된다. 노동자 자신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역시 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범죄 예방을 위한 감시카메라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카메라의 설치로 범죄가 예방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같은 믿음과 달리, 비록 카메라의 설치로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의도가 일부 감소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감시카메라 그 자체가 범죄 예방 효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감시카메라 설치 과정의 투명성, 지역 주민들의 동의 등 공론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현실에서 범죄는, 감시카메라의 수가 늘어난 만큼이나, 카메라 앵글의 사각 지대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헛된 믿음

작업장에서의 감시카메라 설치에 대해서도 이런 믿음을 이용해 사용자들은 그 효과를 부풀리거나 아예 거짓을 주장한다. 예컨대 생산성 향상이나 재교육에 도움이 된다거나, 분쟁시 객관적 자료가 된다거나, 또는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 별 문제가 없다는 따위다. 그러나 정반대다. 생산성 향상이나 재교육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노동자의 감시로 인한 노동 강도 강화와 스트레스의 증가, 그리고 이로 인한 불만 등의 고조로 경제(사회)적 비용이 더 늘어난다. 카메라 설치/유지 비용은 별도로 하고 말이다. 게다가 분쟁의 객관적 자료가 되기는커녕 오남용의 소지가 더 큰데, 개인과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며 때로는 관리자가 의도적으로 노동조합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열차 운전실의 감시카메라 설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토부와 철도공사는 안전을 위해 그리고 사고의 원인규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설치한다고 말한다. 감사원 역시 “운전자의 과실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거짓말이다. 우선 특별히 더 안전을 위해 운전실에 무언가를 더 둘 필요가 없이, 사고 방지 운전 보안 장치는 많다. 그 이름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나아가 운전자의 과실 여부 파악에 한계라고 했지만 감시카메라 설치로 기관사 부주의나 기기 오취급을 다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운전실 내 각종 기록장치와 관제와의 소통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은 충분히 밝혀낼 수 있다.

기관사는 혼자서 수만 가지 일을 한다. 기관사를 더 뽑지는 않고 카메라만 늘리겠다는 정부. ⓒ 궤도협의회

기관사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 이런 감시카메라 설치가 불필요하게 다른 문제들을 낳는다는 것이다. 철도와 지하철 등 열차의 좁은 운전실에 기관사는 혼자서 매우 높은 숙련도와 집중력을 발휘하며 몇 시간씩, 끼니나 화장실을 거른채 승객(또는 화물)을 태웠다 내렸다, 선로 위를 달려야 한다. 최대 4시간 가까이 연속 운전을 하며, 출퇴근 시간의 경우 1, 2분의 간격을 둔 후속 열차와의 안전 거리 유지, 승하차 승객의 안전 점검 같은 업무를 거의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하 구간의 운전, 승객 사고 우려 등이 교번 근무, 심야 운행 등의 특징과 얽힌다. 이 때문에 기관사라는 직업은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에 특히 취약한 직업으로 분류되어 있을 정도다.

그런데 카메라 설치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감시의 눈을 의식하고 기관사의 운전을 방해만 할 것이다. 그리고 기관사의 운전 방해의 결과는 열차 사고의 위험 증가다. 실제로 휴먼에러연구위원회는 긴장과 불안이 안전에 위험 요소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회는 KTX 동대구역 통과 사고 관련 최종 보고서에 "처벌이 아닌 시스템 보완을 통해 인적오류를 원천 방지해야한다" 하고 권고했었다. 안전은 기관사 한 사람의 운전을 감시한다고 해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카메라 말고, 기관사 신규 채용을 늘려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감시카메라 설치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직전에, 여야간 첨에한 갈등 속에서도 카메라 설치의 범위를 차량 기지 등까지 확대하는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반면 기관사들은 쉴 수가 없으니 기관사를 더 채용해달라고 요구한다. 기관사가 충분히 쉬지 않으면 승객들이 위험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청년들을 더 뽑는, 채용 규모를 늘리기는커녕 정작 기관사를 감시하는 데 엄청난 돈을 쓸 계획이다. 옳게도, 전국철도지하철노도조합협의회의 승무분야대표자회의는 급하게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 투쟁으로 이 개악을 막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철도안전법을 개정하는 투쟁을 2020년 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과세계 김승현(궤도협의회)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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