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124일 동안 울산시청에서 농성을 했다. 막바지에는 울산시청 옥상도 점거했고 경찰과 공무원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끌려 내려왔다.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의 투쟁은 온갖 폭력에 당하고만 살아왔던 방문노동자들의 문제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의미 있는 투쟁이었다. 그들은 결국 2인1조 안전 근무를 쟁취했고 성과제를 완전히 철폐했다.

많은 연대와 지지가 있었다. 하지만 안전점검원들이 주장하는 바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점검 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안전점검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정치인, 진보인사, 심지어 노동조합 간부까지도 “인력을 두 배로 증원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 과도한 요구 아니냐?”, “가스요금 올라가는 것 아니냐?”, “쉽게 되겠느냐?”라며 투쟁 중인 안전점검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안전점검원들의 투쟁은 전국적 이슈가 됐지만 힘 있는 연대를 모아내지 못했고 투쟁은 지지부진해지고 있었다. 안전점검원 노동자들은 시청옥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선택을 해야 했다.

사람들은 “2인 1조보다는 무전기와 몸 캠을 달아라”, “남성으로 점검원을 바꿔라”는 등 대안이라며 현실성 없는 내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몸 캠, 무전기, 호출기를 다는 것은 사후 대책밖에 되지 않고, 방문가정의 사생활보호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책이랄 수 없다. 남성점검원은 과거엔 있었지만 각종 사고와 점검율 하락 문제가 반복됐다. 안전점검원들은 투쟁 내내 방문자들에게 이런 문제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허비해야했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모아 토론회를 하려 했지만 “2인 1조 주장은 비용을 증가시켜 여성의 일자리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에 막혀 추진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안전의 문제는 생명의 문제임에도 가장먼저 생각하는 것이 비용문제였던 것이다.

“연 340억 순익에 40억을 주주 배당하는 회사가 년 간 20억도 안 되는 추가비용 때문에 안전점검원들을 각종 폭력에 방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조합원들의 항변에 사측은 “비용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전국에서 2인 1조 시행하는 곳이 없고 어떤 지침에도 2인 1조로 하라는 내용이 없다.”며 교섭이 진행되는 4개월 동안 사측은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정치인들이 그렇게 걱정하던 비용문제에 대해 사측은 오히려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대신 다른 곳과 비교되는 것에 대한 눈치 보기가 사측의 문제였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회사까지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해결대책에 대해 정치인과 관료들이 오히려 비용과 눈치 보기에 갇혀있다. 울산시장과 울산시의원을 비롯한 많은 지역정치인들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관심 있는 척 생색만 낼뿐 그 누구도 책임 있는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중앙정치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 활용할 방안을 고민할 뿐,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이해하고 개선하려는 진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경험도 없고 이해도 못하는 정치인들에게 해결을 위임해왔다. 경동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자신들의 업무과정에서 드러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투쟁을 했고 2인 1조 근무와 성과제 폐지를 쟁취했다. 다른 도시가스안전 점검원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 아울러 시민들은 더욱 안전하게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빈번이 일어나는 폭력도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용도 늘어날 것이다. 정치인들이 하지 못한 정치를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이 투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노동정치는 우리가 노동과정에서 직면한 모순을 해결하는 투쟁이다. 노동정치는 쥐뿔도 모르는 정치인들에게 노동자들이 느끼는 모순을 해결하라고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느끼고 있는 모순적 현실에 함께 하고 있는 노동자를 정치공간으로 직접 내세우는 것이다. 노동정치는 자본주의에서 노동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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