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1주기 태안화력발전소 현장 추모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고 김용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된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현장 추모제가 열렸다. 고인의 장례를 치르고 10개월 만이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김용균재단 이사장)와 200여명의 동료 노동자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위험의 외주화 금지하라“고 외쳤다.
추모제가 열린 장소에 고인을 추모하고 약속을 지켰다라고 하는 조형물을 세우기로 했지만 한국서부발전이 크기가 크다는 등 이유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세우지 못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의 합의를 어기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유가족과 동료들을 모욕했다"고 규탄했다.
추모제는 '일하다 죽지 않게! 다치지 않게!'라는 주제로 여러 각 현장에서 죽어간 노동자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추모제 첫 발언으로 고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지난 4월 태안화력발전소에 입사한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이용주 조합원이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하기 전부터 목표가 발전소 원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남들은 사고 난 발전소에서 일하려 하는 나를 말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정말로 현장이 그렇게 어두울까 했다”며 “그런데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조명 시설과 설비들이 개선되고 진행 중이어서 선배님이 느꼈을 어두운 곳에서 굉음을 내는 컨베이어의 소리에 저 역시 두려움과 공포심은 느낄 수 없었지만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뗐다.
이어 “선배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현장 설비가 먼저 개선 되었더라면, 우리 하청 노동자들의 의견을 들어주기만 했더라면 아마도 선배님께서는 추도식이 아닌 25번째 생일 축하를 받았을 것”이라며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1년이 다 되도록 선배님께서 피켓을 들고 바랐던 정규직 전환,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 이 모든 것은 제자리 걸음이다. 저는 선배님의 덕을 본 노동자 중 한 사람으로서 주눅 들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의 위험 요소를 찾아 두 번 다시 제2의 선배님이 나오지 않도록 후배들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대용 활동가는 “안전하게 일 할 권리는 결국 노동자의 권리와 다른 말이 아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사고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할 때 위험을 알아차리고 작업을 멈추거나 대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일터, 산업재해를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당한 사건으로 인식하는 사회, 금지와 규제를 쌓아 올리는 법이 아니라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킬수 있도록 권한과 역량을 강화시키는 법과 제도까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문용민 본부장은 “24살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동지가 첫 직장인 이곳에 입사하고 86일만인 작년 이날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김용균 동지가 죽었을 때 국회의원, 장관, 총리, 대통령까지 죽음의 외주화로 고통받게 하는 노동자는 없게 하겠다고 한 것은 다 헛소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에서 김용균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 풀리지 않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투쟁을 해야 한다. 자본의 컨베이어를 끊지 않으면 김용균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여기에 다시 오는 것이 싫었다. 아들 사고현장은 다시 상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사고당한 현장과 괴력에 힘없이 끌려갔을 아들의 처참한 당시의 모습이 그려져 아들을 잡아먹은 9, 10호기를 당장 폭파해 버려도 시원치 않을 듯 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차 타고 오면서 이낙연 총리가 특조위 권고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를 들었는데 금방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 현장 동료들 바뀐 것이 있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낙연 총리는 바뀐 것이 있으면 증거를 입증해서 보여줘야 한다. 잘 되고 있는데 우리가 길거리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가.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는 정부는 또다시 유가족을 기만하고 있다. 정부는 해결해 줄 것처럼 해놓고 1년간 방관하고 있다가 지금은 못 해준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저는 정부가 이제라도 약속을 빨리 이행하고 더 이상 이곳에 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며 “아들 동료들이 최소한 위험함을 피할 수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안전하게 현장에서 일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의 추모 발언후 고인이 일했던 태안화력 9·10호기 공장 앞을 지나 탈의실, 대기실이 있는 사무실 쪽으로 조형물과 함께 행진을 펼치고, 고인의 책상위에 헌화를 진행한 뒤 추모제를 마쳤다.
한편 현장 추모제에 앞서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앞에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의 구속과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서부발전은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와 합의를 통해 ‘하청구조로 인한 인력 부족과 안전관리시스템의 문제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그 책임이 온전히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특조위 진상조사 결과도 있지만 경찰은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과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사장을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공공운수노조 이태의 부위원장,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 송영섭 변호사 등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검찰과의 면담을 통해 검찰은 책임지고 사회정의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재조사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