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김해 성모병원 장례식장서 기자회견 열고 강력한 투쟁 위한 상경 결의

▲ 문중원 노동열사 유족 상경 투쟁 기자회견.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문중원 열사가 한국마사회의 부정과 갑질을 고발하고 자결한 지 29일째인 12월 27일 오전 7시 30분, 유가족들이 김해 성모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강력한 투쟁을 위해 상경할 것을 알렸다.

유가족들은 문중원 열사가 사망한 이후 이미 여러 차례 죽음의 진상규명과 부정 갑질 행위 당사자에 대한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으나 한국마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21일(토) 유가족들은 서울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마사회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마사회는 이를 거부하며 경찰을 동원해 유가족을 폭행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는 26일(목) 상생 발전 운운하며 기만적인 '경마제도 개선안'을 발표해 문중원 열사의 염원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열사의 죽음을 모독하는 한국마사회에 맞서 더 완강한 투쟁을 하기 위해 문중원 열사의 시신과 함께 상경해 투쟁을 벌이게 되었다.

30여 분 가량 진행한 기자회견에는 유가족들과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 문중원 열사 부산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함께 했다. 산재 피해 가족 모임인 '다시는' 가족들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다시는' 가족들은 전날 김해에 도착해 하루를 머물렀다.

혹여 있을지도 모를 방해 책동에 대비해 열사의 시신은 지난 밤 미리 서울로 모셨다. "유족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라며 발언을 시작한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7명이 죽어도 변하지 않는 마사회를 바꾸기 위해 공기업의 실 책임자인 청와대로 향한다"라며 "열사를 앞세운 투쟁에서 후퇴란 있을 수 없다. 꼭 승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대책위를 대표해 발언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이 투쟁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유가족들이 꿋꿋이 버텨 주었기 때문"이라며 "큰 슬픔에 몸 추스르기도 힘드실텐데 투쟁까지 하시게 만든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문중원 열사의 장인 오준식 선생은 "공장에서 반복적인 재해가 발생하면 기계를 돌보거나 시스템을 바꾸는데 사람 7명이 죽어도 마사회는 바뀌지 않고 유가족들의 호소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마사회의 갑질과 비리를 온 천하에 알리기 위해 상경한다"라며 "이제 눈물과 감정은 뒤로 하고 우리 중원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 훗날 우리 손주들에게 아빠는 훌륭하게 싸우다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할 수 있게,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마사회의 태도를 보면 천인공노할 집단이며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전혀 없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다시는 죽지 않게, 이런 죽음의 행렬이 다시는 이땅에서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 김해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했던 문중원 열사의 빈소.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오준식 선생(문중원 열사 장인),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한빛 피디 아버지), 석병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강석경 선생(CJ 진천 현장실습생 김동준씨의 어머니)이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가운데)이 마사회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유가족들이 문중원 열사에게 절을 올리며 승리를 다짐했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문중원 열사의 영정을 안고 서울로 향하는 유가족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기자회견문]

죽음의 경마를 멈추기 위해, 
경마기수 문중원 열사와 유족이 서울로 갑니다.

오늘, 노동열사 문중원 동지와 가족이 함께 서울로 갑니다. 동지가 떠난 지 한 달, 한국마사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진심어린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유가족의 바램을 무참하게 짓밟고 있습니다.

문중원 노동열사의 죽음은 한국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가 부른 타살입니다. 선진경마라는 죽음의 경주가 그 원인입니다. 이 죽음의 경주를 멈추지 않는 한, 선진경마를 폐기하지 않는 한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죽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 죽음의 경주를 멈추기 위해, 우리는 오늘 서울로 가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서울로 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문중원 열사는 노동존중을 표한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죽음이기에,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김낙순의 한국마사회에서 일어난 죽음이기에, 공공기관의 중대재해 및 사고는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가 공기업의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7명이 잇따라 죽은 한국마사회에서, 더 이상 기다림은 열사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면담을 거부하는 한국마사회, 경찰을 동원해 문전박대하고 유가족을 폭행하는 등 최소한 예의조차 포기한 집단이 한국마사회입니다. 그러기에 기다림은 사치이고 수치임을 깨달았습니다.

내일이 문중원 열사가 자결한 지 한 달째입니다. 유가족과 경마기수 문중원 열사의 동료들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십쇼. 한국마사회는 문중원 열사의 염원과 한을 풀기 보다는 시간을 끌고 여론 물타기 등을 통해서 외면하고 왜곡하려 합니다. 선진경마를 폐기하기 보다는 승마기수협회와 상생협의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서 죽음을 왜곡하는 작태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마사회의 민낯은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났습니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습니다. 치졸하고 비열한 한국마사회가 열사의 죽음을 덮기 전에, 왜곡해 누더기로 만들기 전에, 우리가 한 발자국 앞서서 해결하고자 머나먼 투쟁에 나섭니다. 열사의 삶이 온갖 부조리와 불의에 맞섰듯이, 열사의 삶이 안락을 거부하고 저항한 것과 같이, 우리도 열사의 뜻에 따라 투쟁의 길, 승리의 길로 나서고자 합니다. 이것이 열사가 그토록 염원한 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유가족에게 한없이 죄송스럽고 미안합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진심 어린 공식사과를 받아내지 못해서 무엇보다도 송구스럽고 죄인의 마음입니다. 서울에서 더 강력하게 투쟁하고자 함께 싸우겠노라 먼저 나서는 유가족을 보며 저희들로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투쟁은 시작입니다. 

2019년 12월 27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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