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진 지도위원 “유쾌하게 담대하게 될 때까지 투쟁”
김진숙 지도위원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해고자 복직과 노조파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182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친구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서 약 130km의 거리를 도보로 걸어 일주일만인 29일 오후 영남대의료원에 도착했다.

암 투병 중인 김 지도위원은 자신의 SNS에 ‘걸어서 박문진에게로 갑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부산에서 ‘박문진 힘내라’라고 적은 부채 하나 들고나와 발걸음을 땠다. 그는 첫날 출발할 때는 20~30일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지도 하나 없이 대구까지 얼마 걸리는지 검색도 안 해보고 나와 화장실도 없는 길을 3일째까지 걸었다고 하는 그는 친구를 향한 그 마음에 화답해준 모든분들에게 감사의 인사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저는 사실 아프니까 자존감도 떨어지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며 “아픈 건 대신 아파해줄 수 없으니까 어느 날 짠 하고 나타나 다 나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의 고공농성 100일이 넘어가니까 길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걷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1km씩 2km씩을 걸으면서 준비를 하다가 항암치료 때문에 간에 문제가 생겨 중간에 쉴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당초 걸어서 출발하기로 계획했던 날보다 2주가량 늦어졌다”고 도보행진을 시작할 당시를 설명했다.

김 지도위원은 박 지도위원에게 “너의 외로움을, 힘든 것을 아는 사람이 있으니 그것이라도 힘이 돼서 밥 먹기 싫어도 억지로라도 밥 먹고, 잘 버티고, 마음 상하지 말고 그렇게 건강하게 잘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영남대의료원 옥상에 올라 박문진 지도위원을 만나 20여 분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 농성중에 입었던 점퍼와 도보 행진하면서 함께했던 밀양 송전탑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목도리, 또 ‘희망꽃 목걸이’를 전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박문진 지도위원은 “서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쩌자고 회복되지도 못한 몸을 거친 땅 위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여기까지 왔는지 하염없이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숙이가 걸은 길은 소통의 길이고, 생명의 길이고, 공동체의 길이고, 시위의 길이고, 노동자의 순례길이 됐다. 힘든 암투병하면서 주눅 든 어깨가 펴지면서 용기와 결의를 다짐하며 크게 웃으며 다시 걸을 수 있는 패기를 얻었다. 당신이 준 이 우정 반드시 승리의 꽃으로 피우겠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쿠바 여행도 하며서 60평생 고단하고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위로하자”고 덧붙였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도보행진에 함께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 사람들은 “힘내라 박문진, 사랑해요 박문진”이라고 외치며 풍선을 흔들며 응원했다.

한편 김 지도위원이 도보 행진을 진행하는 동안 한진중공업지회와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 철도노조 부산본부와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등 노동자들도 박문진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도보행진에 합류했다. 또한 행진 마지막 날인 29일은 서울과 부산에서 온 참가자들까지 200여 명에 달했다.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은 지난 7월 송영숙 부지부장과 함께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파괴에 저항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건강이 악화한 송 부지부장이 땅으로 내려간 뒤 현재 박 지도위원 홀로 영남대의료원 옥상을 지키는 중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