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노동운동 10년, 나의 아름다운 노동조합 이야기

<누가 우리를 멈추랴!>

학교비정규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학교 속 투명인간에서 권리를 자각한 노동자로 성장하고 변모해온 놀라운 역사가 책으로 나왔다. 

학교는 단지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학습하는 곳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란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는 교사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먹이고, 돌보고, 예술·체육·독서 등 다양한 활동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마음까지 돌보는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을 학교는 강사, 상담사, 영양사, 조리사, 사서, 돌봄전담사, 교무행정실무사 등으로 부르고, 어떤 정치인은 ‘아줌마’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키운다는 보람과 학교와 사회의 차별 속에서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며 일해 온 노동자들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자각하고 학교와 제도라는 편견과 차별의 장벽을 부수고 자신들의 권익을 찾고 올바른 학교문화를 만들고자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을 결성하고 싸워온 지 10년이 됐다. 그 10년의 발자취와 뒷이야기까지 이 책 상·하 두 권으로 정리했다. 

상권에는 조합원들이 선정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10년 중 10대 사건, △10주년 기념 조합원 설문조사 - “조합원이 생각하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 △전·현직 간부 대토론회- “눈물로 얼룩진 학교 회계직에서 당당한 교육공무직으로” 등이 실려 있으며, 황당하지만 웃음 짓게 하는 에피소드를 찾아 기록한 △전국수다방 - “이게 다 노동조합 때문이야”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부록으로는 인터넷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기사 <학교에 일하러 가는 사람들>도 모아놓아, 학교에서 일하는 다양한 직종의 실태와 현황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다. 

책 서두에는 전국 교육감들의 추천사도 담겨 있다. 경기도 교육감 시절 학교비정규직 노동운동을 지지해준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추천사에서 “학교 현장의 보이지 않는 다양한 노동이 우리 교육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고, 그 노동의 현실이 너무도 열악한 것에 대한 충격으로 기억합니다. …… 학교의 관리자를 비롯한 교직원들과 학생들도 이 책을 읽고 학교 현장의 다양한 노동에 대해서 이해하는 기회를 갖기를 소망합니다.”라고 하면서 노동이 존중받는 교육이야말로 참교육이라는 외침에 공감한다고 했다. 또,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은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지난 10년의 이야기 그리고 조합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부대끼며 살아 온 희망, 눈물이 오롯이 담겨있는 한 권의 책이 우리 앞에 놓였습니다. ……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이야기들은 그 자체가 감동적인 노동의 서사입니다.” 라며 책을 추천했다. 

하권은 인터뷰 모음집으로 “지부 사람들, 10년의 기록”의 제하에 전국 광역시도 16개 지부의 역사와 초대 지부장, 현 지부장, 조직국장 등의 기억과 변화, 눈물어린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태의 초대지부장은 “‘노동조합을 처음 시작한다고 할 때 모두가 말했다. 학교가 조직되겠느냐, 조직이 된다고 한들 유지되겠냐, 파업이 되겠냐, 탄압 한 번으로 모두 쓰러질 거다’며.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조차도 반신반의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소회를 밝혔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이시정 초대 사무총장(현 부본부장)은 “학교 비정규직의 대규모 조직화와 투쟁은 민주노총이 우리 시대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갖도록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조직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가운데, 지난 10년을 “1980년 노동야학부터 40년 노동운동을 해왔는데, 나의 40년 노동운동 역사에서 지난 10년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었다고 말한다. 

<누가 우리를 막으랴>는 학교 노동현장의 변화에 대한 기록이자, 그 역사를 만들어 온 수많은 사람들의 감동어린 이야기책이기도 하다. 

안명자 본부장은 “이제 새로운 꿈을 꿀 때가 되었어요. 지금까지 성장해온 우리가 사회에 기여하며 노동의 중심이 되고 있듯이, 앞으로 우리의 작은 노력이 나비효과처럼 세상으로 나아가 결국엔 세상을 바꿀 태풍이 될 거라 믿어요”하고 말하고, 전 수석부본부장인 최영심 도의원(전북도의회)은 자신의 변화가 자기도 믿기지 않는다며 노조는 “삶이 완전히 바뀐 터닝포인트였어요 ... 노조 활동을 하면서 영양사 외에 또 하나의 직업을 가졌고, 여기 도의회까지 오다보니 삶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어요”라고 했다. 

이밖에도 시위도 파업도 몰랐던 평범한 여성들의 놀라운 변화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나 하나만의 삶을 살다가 내 가정과 나만 생각하다가 여러 사람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들이 생겼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모든 게 노동조합 덕분이예요”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어 투쟁현장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도 했죠. 유치원 다니던 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됩니다. 엄마 곁에서 보고 배운 덕분인지 남달리 정의롭기까지 해요. ... 조합원들이 투쟁으로 어떤 결과를 쟁취하는 기쁨은 누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노동조합은 국가나 사회가 끝없이 배제하려는 사람을 가이드라인에서 밀려나지 않게 막아주는 버팀목이에요. ... 앞으로 인생에서 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을까요?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더 성숙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곳이 노조예요.”

“학교 다닐 때 공부가 너무 싫었어요. ... 근제 제 운명은 배움이라는 걸 여기 와서 깨달았어요. 그 때 못 배웠던 것을 배웠고 제 삶은 윤택해졌거든요. 노동조합은 저에게 변화를 주고 배우게 하고, 베풀 수 있는 시간을 안겨준 곳이에요”

저자 김유경은 영화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 작가다. 지난 경기도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인연을 맺었고 이 책을 집필했다. 작가는 “제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치고 당당했으며, 열정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차별받던 지난 시간이 서러워서 울고, 바빠서 챙기지 못한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울고, 함께해 온 동지들에게 고마워서 울고 또 섭섭해서 울었습니다. 그 눈물에 전염되어 저도 많이 울었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혼자 먹먹해지곤 했습니다. 여러분, 지난 10년 동안 정말 잘 싸웠습니다. 당신들은 제가 살아오면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신들의 빛나는 투쟁과 반짝이는 눈물에 저의 온 마음을 다해 존경을 보냅니다.”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누가 우리를 멈추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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