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 열어… "노동부 감독하고 정규직 채용하라"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앞둔 9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작업인 '도금작업'을 편법 꼼수 계약으로 무력화 시도하려는 현대제철을 규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위원장 김명환)이 9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무력화하는 꼼수를 중단하고 도금작업 노동자를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제철 아연 도금업무는 순천공장과 당진공장 등 총 3곳에서 76명의 하청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 460도 고온의 중금속 용해로에서 아연을 녹여 철강제품에 도금하는 업무로 매우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으로 알려졌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작업에 다수의 하청노동자가 상시 노출된 상황이다.

오는 16일 개정 시행될 산업안전보건법은 법 제58조에서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대상으로 도금작업을 명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 질의에서도 '도급금지 대상'이라고 회시한 바 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여는 발언으로 "고용노동부는 8일 산재사고가 지난해 대비 116명이 줄었다고 발표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개정되는 건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마치 정부가 점검을 강화해서 법령이 개정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 발표가 역설적이게 전체사업장의 80%를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산업재해 사고는 줄지 않았다"라며 "이는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포함한 노동3권이 아직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계약촉탁직 채용과 관련해서도 "도금작업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개정된 법령에서 도급을 금지하자 현대제철은 계약촉탁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해 법령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을 개정하고 만들어도 현장을 운영하는 재벌대기업은 교묘하게 법령을 피해간다"며 "정부는 아전인수격 발표를 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궁극적으로 중대재해 처벌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동안전 정책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김기덕 새날 법률사무소 원장은 "현대제철 하청노동자는 원청인 현대제철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통제시스템이 적용된다"며 "원청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니 당연히 파견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위험성이 높은 도금 업무 외주화를 금지하면, 해당 업무를 수행할 노동자를 원청노동자로 직접고용하면 해결되는 일"이라며 "현대제철이 직접고용을 회피하고 별도의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법원 판결에 반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현장의 소리도 있었다. 이병용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장은 "실제 산업현장에선 재벌 대기업의 온갖 꼼수가 난무한다"며 "순천공장은 도급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계약직 또는 듣도 보도 못한 별정직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이들의 고용조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채용을 밀어붙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지회장은 실제 현장 모습이 담긴 사진 피켓을 보이며 "도금업무는 안면마스크와 작업복을 착용해도 아연 슬러지에 의해 금세 손상된다"며 "순천공장에선 정규직이 이 업무를 담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것은 산업현장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며 "관련 기관은 고용노동부와 청와대가 직접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위험의 외주화는 곧 죽음의 외주화"라며 "현대제철은 10여 년 동안 3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현장이다. 위험한 업무를 계속 외주화하면 죽음 역시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을 앞둔 9일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 작업인 '도금작업'을 편법 꼼수 계약으로 무력화 시도하려는 현대제철을 규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외주화 금지 관련 재벌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금속노조 현재제철 광주전남 이병용 비지회장이 순천공장 도금작업 사진을 보이며 현대재철의 도금작업 꼼수 회피 실태를 폭로하고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김용균 재단 김미숙 대표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무력화 하려는 재벌을 규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금속노조 현대재철 광주전남비지회 조합원이 순천공장 도금작업 사진을 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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