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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산안법 시행 하루 전...산업안전법에는 '안전'이 없다도급금지 확대, 원청책임강화 하라는 인권위 권고에도 노동부는 모르쇠
  • 노동과세계 성지훈
  • 승인 2020.01.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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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표방하며 28년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본격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작 산업 현장에선 개정 산안법과 하위법령들이 아무런 효력을 내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기존 산안법보다 개악된 독소조항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개정된 산안법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등 산업 현장의 안전을 후퇴시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논의는 지난 2018년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으로 촉발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며 위험업무의 도급금지를 골자로 하는 산안법 전면 개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명 ‘김용균 법’으로 불린 산안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과정부터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정 산안법이 도급을 금지하는 작업의 범위가 매우 협소한데다 원청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원청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김용균 법’으로 불리는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돼도 정작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군이나 故 김용균 씨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산안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해 11월 고용노동부에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권고안의 핵심은 ‘도급금지 확대’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권고안을 통해 고용노동부에 “위험의 외주화로부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산안법에서 도급금지 위험작업의 범위를 확대할 것”과 “노동관계법 회피 목적으로 발생하는 위장도급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상위법령으로 규정하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일까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답변을 내놔야 하지만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개정 산안법 시행일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김용균 재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40여개 시민사회 단체는 15일 오전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이행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재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재벌 대기업 현대제철이 도급금지 업무를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등 자본의 산안법 무력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위험의 외주화로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가치인 생명과 안전이 하청 노동자에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아연도금강판 제조과정에서 산안법이 도급 금지 업무로 규정하는 ‘도금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를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국가인권위의 노동관련 권고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노동법이 극심한 인권침해 영역이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진 활동가는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에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권고안은 헌법은 물론 국제노동기구 기준과 한국정부가 비준한 협약을 근거로 작성된 것”이라며 “정부기관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스스로 산업재해의 가해자 위치에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안실장은 16일부터 시행되는 산안법 개정안의 문제요소들을 꼬집었다. 박세민 실장은 특히 노동부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범위가 극도로 줄어든 문제를 지적했다. 기존 산안법은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가 작업을 전면 중단할 수 있었지만 개정 산안법은 ‘동일한 작업과 설비’에 한해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박세민 실장은 “500톤 프레스에서 사고가 나면 500톤 프레스만 작업을 멈추고 작업환경과 안전여부는 상관없이 200톤, 300톤 프레스는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개정 산안법”이라고 말했다. 개정된 산안법이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도외시한 채 오히려 기업의 책임 회피 구실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세민 실장은 “기업들에게 산업재해 예방 대책 강구를 강제할 수 있는 행정명령 자체가 무력화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산업현장의 위험은 충분히 관리될 수 있지만 ‘도급’이 위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외주화가 산업재해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인임 사무처장은 “하청-도급이 되는 순간 8배나 많은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정작 정부조차도 공공기관의 자회사를 만들어 도급을 고착화 시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과세계 성지훈  lumpenace02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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