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는 마니커? 거짓말은 마니커. 노동탄압도 마니커.‘

마니커 자본 규탄 서경지부 결의대회가 17일 오후 동두천 공장 앞에서 진행 중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파업 8일 차인 2월 17일, 마니커 동두천 공장 앞에서 '계약해지, 해고 마니커 자본 규탄 결의대회'가 열렸다. 창립 초기부터 일했다는 34년 차의 화물연대 서경지부 북부지회 마니커분회의 한 조합원이 핏대를 세웠다.

"이지바이오는 기업 사냥꾼이다. 지금까지 네 번이나 경영자가 바뀌었는데 다 비슷하다. 회사는 항상 어렵다고 했는데 이전 경영자는 횡령에 주가조작까지 하고 이지바이오에 팔아넘겼다. 지금도 아마 눈 먼 돈이 빠져나갈 것이다“ 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지바이오는 2011년 마니커를 인수한 축산계통 등 43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이다. 조합원은 마니커공장이 이지바이오 계열사로부터 사료를 공급받는데 질이 낮아서 발육이 늦고 육질 또한 떨어진다고 말했다. 업계 1위 '닭고기는 마니커'란 명성은 이젠 옛 이야기란다.

조합원들은 해고와 관련한 회사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천안공장의 충북지부 충주지회 마니커분회의 한 조합원은 “천안공장까지 계약해지, 해고한 건 다 계획된 일인 것 같다. 회사가 어렵다면서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마니커의 재무제표와 증권거래소 공시를 살피면 그룹 계열사 등이 전환사채(CB)를 통해 주식 지분을 늘렸다가 매도 차익을 보기도 했다. 게다가 연봉이 2억 원이 되는 이사들만 6명이 있는데 축산업과 무관해 보이는 한의사도 등재되어 있다. 업계 현황이 좋지 않다는 말에 의구심이 생길 만한 대목이다.

앞서 마니커는 천안공장처럼 동두천공장 노동자들과 물류사를 통한 계약이 아닌 직계약을 하자고 구두합의를 한 바 있다. 분회는 회사와 직계약을 하는 것이 사측에겐 비용이 절감되는 일이고 노동자겐 물류사의 횡포와 갑질에서 벗어나는 서로에게 이로운 것으로 봤다. 결국 사측이 물류사와의 계약해지를 유도하고 직계약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게다가 사측은 천안, 동두천 공장의 계약해지와 더불어 용역 깡패를 투입했다. 동두천공장의 경우 경찰이 용역 깡패와 합동작전으로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논란이 됐고 동두천 경찰서장이 직접 사과한 일까지 있었다. 더불어 증권거래소 통해 ‘파업으로 안한 생산 중단’ 공시를 발표한다. 이 모든 일들이 며칠 만에 진행됐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물류회사와의 유착관계, 그리고 노조탄압을 의심하고 있다. 천안공장 노동자들이 동두천공장 파업사태에 동조하자 바로 즉각 계약을 해지하고 용역을 투입한 점, 비용이 더 드는 물류회사를 고집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던 회사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화물노동자가 운전대를 놓은 맥락이 여기 있다. 한 조합원은 "회사가 작심하고 벌인 일이라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노조가 없는 현장에선 운송료 인하, 각종 수수료 인상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실제 이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운전대를 놓는 날엔 돈을 벌 수 없다. 차량을 구매하여 화물의 특수성에 따라서 추가로 개조를 하고 차량 수리와 보험비까지 직접 책임지게 된다. 소위 ‘사장’이라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화물노동자는 운임 계약에 있어서 물량을 주는 사측 앞에선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

이광재 화물연대본부 서경지부장은 집회에서 “기만적인 마니커 자본은 파업 이래 지금까지 교섭에 전혀 응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탓을 화물연대에 돌리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김정한 화물연대본부장은 ”공권력과 자본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을 마다하지 않는 화물연대다. 마니커 투쟁이 이번 주를 넘긴다면 전 조합원의 투쟁으로 확대할 것이다.“라고 했다.

동두천 공장 화물노동자들은 마니커 자본과의 직접계약 약속을 믿고 운송사의 갑질과 횡포를 하루하루 견디며 보내왔다. 직접계약이 아닌 계약해지와 해고를 자행한 마니커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이 만만치 않다. 마니커 자본이 현재까진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향후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 ‘이상한 해고‘의 공은 마니커와 이지바이오 자본에게 넘어갔다.

마니커 공장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조합원들 뒤로 마니커 광고탑이 보인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30년 넘게 마니커에서 운송을 했다는 한 조합원은 하루 아침에 직접 계약 약속 번복에 대한 배신감이 크다고 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마니커 자본 규탄 서경지부 결의대회가 17일 오후 동두천 공장 앞에서 진행 중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마니커 자본 규탄 서경지부 결의대회가 17일 오후 동두천 공장 앞에서 진행 중이다. 경찰과 용역들이 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17일 마니커 자본 규탄 서경지부 결의대회에서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결의대회 진행 중에 상징의식으로 조합원들이 직접 쓴 등자보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김정한 화물연대본부장이 마니커 자본과 공권력에 대한 규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이광재 서경지부 지부장이 거짓말과 무성의로 일관하는 마니커 자본에 분노의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이광남 충북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이 마니커 충남공장 투쟁 상황을 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공장 앞 노숙농성장의 서경지부 버스사무실에서 조합원들이 대책 회의 중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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