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동시에 민주노총 창립 25주년, 광주항쟁 40주기를 맞는 해다. 남다른 사회적 의미와 과제가 있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맞는 2020년은 진정한 성찰과 치열한 토론으로 모두의 미래를 여는 실천의 전환을 준비할 때다. 이에 〈노동과세계〉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필진으로 초대해 그들의 식견과 경험이 담긴 글을 게재한다. 첫 주자는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탭이다. 꼭지명은 [88.2%]. 그는 첫 글에서 “2018년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조합 조직률은 0.1%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조합 밖 88.2%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한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었다.(3월 4일 11시 기준 5328 명) 동네 우체국과 하나로 마트 앞에는 마스크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나와 줄을 선다. 개학연기, 출국금지, 집회금지, 공무원 시험 연기….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조치들이 연이어 발표된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상향되면서 직장갑질119 오픈채팅방에는 ‘코로나갑질’을 당했다는 제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에서 확진자나 접촉자가 아니어도 대구에 방문한 이력이 있을시 무조건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습니다. 격리기간 동안 무급 처리된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갑질 아닌가요?”

“코로나로 인한 경영악화로 직원감축 중입니다. 회사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근무시간 감소로 인한 추가수당 제외, 기본급 일부 회사 기부’라고 합니다.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권고사직으로 처리를 한다는데요. 저는 이대로 해고 되어야 하는 건가요?”

“코로나로 인해 카페 매출이 줄고 있습니다. 점장님은 카페가 어려우니 2~3달 쉬다 오라네요. 해고를 하면 해고예고수당이라도 달라고 할텐데 무급으로 쉬고 오라니 속상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휴업수당도 요구하기가 어려워요.”

직장갑질119로 들어오는 ‘코로나갑질’ 유형은 ①강제연차・무급휴가 ②해고 등 인원감축 ③임금삭감 ④보호조치 위반 등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 자체 판단으로 감염법 확산방지를 위해 근로자를 출근시키지 않는 경우, 또는 그 밖의 이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휴업수당(평균임금 70%)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밝혔지만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직원이 5인 미만인 경우는 더 문제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휴업수당을 신청할 수 없으며, ‘부당해고구제신청’도 할 수 없다. 눈앞에서 무급휴직을 강요받아도, 해고를 당해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3월 2일, 「코로나19 고용노동대책회의」에서 “‘적극적 고용안정 지원대책’이 지금부터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가 밝힌 지원대책의 내용은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검토 ▲지역별 맞춤형 대책 지원 ▲가족돌봄비용 지원(최대 5일 5만원) 등에 불과하다. 코로나19를 틈타 노동자를 해고하고, 강제로 휴가를 쓰게 하고, 월급을 삭감하는 사장님들의 ‘코로나갑질’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의 ‘갑질 감수성’이 의심스럽다.

코로나19로 인한 회사의 어려움은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있다면 회사와 함께 대응방안을 찾을 수 있고, 회사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노동조합이 ‘코로나갑질’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백신인 셈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1.8%(2018년 기준)에 불과하다. 직장인 10명 중 9명(88,2%)이 ‘코로나갑질’에 취약한 셈이다.

비상시국일수록 주변을 챙기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하청・용역・계열사 노동자들이 ‘코로나갑질’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노동조합 차원에서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다. 전태일 열사가 살아있었다면 시다들이 겪는 ‘코로나갑질’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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