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 중 고정된 일자리를 잃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특히 많았다.”
(‘스러져야 보이는 이들의 슬픈 노동절’, 한겨레신문, 4월 30일자)

이천 한익스프레스 공사현장 화재 기사를 읽다 유가족 인터뷰에서 눈이 멈췄다. 동생이 다니던 공장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고, 일거리가 필요해 찾은 이천 물류센터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인터뷰.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만큼 위험에 가까워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고용동향」은 코로나19 고용위기가 어디에 직격탄을 날렸는지 드러냈다. 취업자를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상용직은 증가세가 둔화(2019년 3월 대비 45.9만 증가)된 것에 그친 반면, 임시직과 일용직은 감소폭이 확대(59.3만 감소)되었다. 직장갑질119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조사한 ‘코로나19와 직장인의 변화’ 설문조사 결과와도 유사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물었을 때.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상용직(66.3%)은 상용직(35.0%)의 1.9배였다. 비상용직 중에서도 프리랜서・특수고용 종사자들의 75.9%가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상용직의 2.2배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일, SNS에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주류로서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썼다. 이천 물류센터에서 목숨을 잃은 38명의 노동자를 ‘주류’라 부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제하더라도 ‘주류’에 들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규모는 상당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0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대책에 취약한 노동자의 규모’는 727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용대책에 취약한 노동자라 함은 초단시간,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 파견, 용역 등과 같은 고용형태로 일하면서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못 받는 노동자들을 뜻한다. 2020년. 대한민국 취업자 10명 중 3명은 ‘비주류노동자’다. 

‘비주류노동자’의 목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2020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0년 3월 취업자는 작년 3월 취업자 수에 비해 19.5만 명이 감소했다. 직전 3개월간 취업자 수가 50만 명 안팎으로 늘어났던 것과 비교할 때 실제 감소폭은 70만 명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3월 실업급여 신청자는 작년 3월에 비해 3.1만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만큼 실업급여 신청이 늘지 않았다는 것. 이는 취업자 수 감소가 고용보험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로 볼 수 없고, 정부의 고용대책으로 보듬을 수 없는 ‘비주류노동자’들은 이미 벼랑 끝에 서있다. 

대통령이 주류 노동자들에게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어달라고 말하던 날, 계약직, 파견직, 프리랜서 등 ‘비주류노동자’들은 서울 도심에서 △모든 해고 금지,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휴업수당, 실업수당 지급, △4대보험 모든 노동자 적용 등을 외쳤다. 이천 합동분향소에는 38명 비주류노동자들의 통곡이 맴돈다. 직장갑질119 오픈채팅에는 비정규직ㆍ프리랜서들의 호소가 끊이질 않는다. 사회안전망이 확대되지 않고, 중대재해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은 말잔치에 불과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