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고, 민주노조운동의 길을 꿋꿋이 걸어갑시다

<b>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b>

최근 발생한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으로 인해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계실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
민주노총의 위원장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규약이 정한 바대로 강승규 전 부위원장을 수석부위원장으로 지명한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그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마땅한 일입니다.

이에, 위원장인 저를 포함한 지도부 전원은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사퇴하고 조기 선거를 결단하였습니다. 또한 저는 앞으로 스스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민주노총의 그 어떤 선거에도 불출마하고자 합니다.

<b>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b>

사퇴를 결단하고서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일은 한달 남은 하반기 투쟁입니다. 정권과 자본은 민주노총의 지도력 공백을 노리고, 언제든지 비정규 노동법 개악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1월에는 노동부장관이 공언한대로, 정부가 노사관계로드맵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한 하반기 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총파업투쟁은 더욱 어려워질 처지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하여, 저희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국회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비정규 법안문제와 노사관계로드맵 저지를 위해서는, 하반기 투쟁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로 지도력 공백상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달 남짓 남은 정기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하반기 투쟁을 흔들림없이 마무리하고, 12월초 정기국회가 끝나면 즉시 물러나고 새로운 지도부 선출절차에 곧바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사실상 총사퇴입니다.

<b>자랑스런 민주노총 조합원 여러분!</b>

저는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은 민주노총의 명예를 훼손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망가트리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판단합니다. 신속하게 규약이 정한대로 강력한 징계조치를 내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더 이상은 정권과 자본에 의해 농락당하는 일이 없도록 비리사건을 엄격하게 처리하며 혁신운동을 과감하게 벌려서, 남은 기간동안이나마 향후 조직혁신의 기틀을 다지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조합원 여러분이 받으셨을 충격과 실망을 생각하면 저 또한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말고, 멈추지 말고 민주노조운동의 길을 꿋꿋이 걸어갑시다. 열사들과 선배 동지들의 피땀으로 지켜 온 민주노총의 현 난국을 절개와 양심, 정의와 진보의 이름으로 희망을 잃지 말고 힘차게 극복해 나갑시다.

다시 한번 조합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2005년 10월 12일
<b>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수호</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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