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다닐 곳이 아니다
팀장, 000 두 명이 정말 다니기 싫게 만든다.
000 제발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떠들고 다녀
진짜 애지간히 괴롭혀라
한마디도 못하는 내가 진짜 너무 싫네.

2020년 3월 17일 21시 38분.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청년 노동자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2살 청년노동자 서 씨.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오리온 익산3공장에서 초코송이 성형 마무리 작업을 했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괴롭힘과 성희롱이었다. 선임들은 사내 연애 중이던 고인에게 “꼬리 친다.”, “연애질 하려고 다닌다.”며 모욕을 일삼았다. 한 선임은 고인의 브래지어 끈을 만지고, 신체를 더듬었고, 땀에 흠뻑 젖은 다른 상사는 “이거 정액이야.”라며 고인을 희롱했다. 불량이 발생하면 야간근무가 끝난 후에도 퇴근하지 못하고, 질책과 시말서 작성 강요에 시달렸다. 한 번은 손가락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지만 출근을 강요했고, 출근한 고인에게는 “업무능력이 낮다.”, “엄살 피운다.”라며 타박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고인은 유서 4장을 남기고, 아파트 14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고인의 죽음 후 오리온은 잔인했다. 회사는 괴롭힘은 없었고, 개인적인 문제였다며 고인을 모욕했다. “자체조사를 완료했다. ‘시말서 작성 강요’는 없었다.”는 회사 관계자에게 고인이 작성한 시말서를 제시하자 “기억이 안 난다.”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위로금과 퇴직금이라며 700만원을 입금하고 유가족과 연락을 끊은 회사는 시민단체의 항의와 언론의 조명을 받고나서야 “공장 내 일부 경직된 조직 문화가 존재함을 발견했”지만 “극단적 선택의 동기는 회사 외 다른 데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며 공식적인 오리발을 내밀었다. 책임질 줄 모르는 회사의 안하무인. 잔인한 시간이 80일 넘게 흐르고 있다.

아쉬운 것은 고용노동부의 태도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된 이후 노동부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개정해 ‘폭언, 폭행,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사건 발생으로부터 80일, 사건접수일로부터 50일이 다 되어가도록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은 근로감독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여전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고 보는 걸까. 익산지청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직장 내 괴롭힘 방치법’으로 내몰고 있다.

‘오리온’을 검색해보니 식품 안전과 관련하여 유럽수준을 맞췄다는 기사들이 보인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으며, 괴롭힘 발생 시 가해자 혹은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하는 직원들이 만드는 과자를 안전한 과자라고 할 수 있을까.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직원을 모르는 척 하는 회사가 맞췄다는 ‘유럽수준의 안전’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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