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말 나를 포함한 미주 방북단 일행은 어느 날 저녁 환영만찬장에서 만난 어느 북측 관료가 심각한 표정으로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지금 조국(북조선)이 공장에서 좋은 물건을 많이 만들어도 어디다가 내다 팔 나라가 없습니다. 수출이 여기저기 다 막혀있습니다”라며 대북 경제제재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고립 압살정책의 결과를 우려스럽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또한 그 며칠 전에 만난 김철주사범대학 정치학 강좌장 정기풍 교수도 우리에게 “대동강 타일공장에서는 일반 대리석보다 강도가 7배나 되는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었는데도 미국의 제재조치 때문에 외국 어디에도 내다 팔수가 없습니다” 라며 푸념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우리 일행들은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조치가 북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심각한 현실이라는 걸 체감했다. 나와 일행들은 촬영 팀을 꾸려 그토록 대리석보다도 더 강하고 좋은 제품이라며 자랑하는 대동강타일공장을 방문했다. 그 후 대동강타일공장의 명칭은 2014년 8월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 천리마타일공장으로 변경됐다. 천리마의 고향인 강선에 자리 잡은 공장이니 그 이름을 천리마타일공장으로 명명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2년 9월과 2014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이 공장을 참관했다. 그런데 필자가 처음 방문했을 당시 이 공장의 운영주체가 노동당 행정부에 소속된 장수길이 책임을 맡아 운영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2014년 8월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하면서 이 공장을 조선인민군대에서 운영하도록 과업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평양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남포시 천리마구역에 있는 타일공장을 찾았다. 필자가 두 번째 방문 할 때는 공장 참관을 마치고 평양으로 상경하는 길에 구경삼아 평양골프장을 잠시 들리기도 했다. 평양과 남포를 잇는 고속도로의 태성호수에 인접해 있어서 태성골프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나중에 평양CC는 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건설된 미래과학자거리 빌딩가.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건설된 미래과학자거리 빌딩가.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1. “타일제품은 사람의 겉옷과 솟옷과 같습네다”

남측이나 해외 언론을 통해 자주 보게 되는 평양시내 고층아파트와 빌딩들의 내벽과 외벽에 사용된 다양한 타일들과 자재들은 모두 천리마타일공장(대동강타일공장)의 제품들이라고 보면 된다. 2009년에 준공됐다는 이 타일공장은 준공 당시 책임일군이 “2012년이면 평양의 면모가 크게 바꿔 질 것입니다”라고 조선중앙텔레비전에 나와 인터뷰한 장면을 고려호텔에서 시청한 생각이 얼핏 기억났다. 그런데 그의 말이 실제로 현실화된 것이다. 창전거리, 여명거리 고층 살림집 건설을 비롯해 최근 미래과학자거리와 고층아파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우리일행의 공장 방문을 환영하고 영접한 사람은 리홍기 사장과 윤갑병 부기사장이었다. 부기사장보다 나이가 어려보이는 사장은 만나자마자 “가까운 장래에 우리 온 나라가 20세기의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을 차려 입을 것입니다”라며 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의미는 수도 평양 외에도 전국적으로 모든 중소 도시와 마을들의 면모를 모두 획기적으로 일신하는 건설이 곧 추진된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거리와 건물들마다에 저희 대동강타일을 붙인다는 것은 우리 인민들이 입는 옷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속옷도 겉옷도 모두 우리의 것이니 진짜배기 멋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처럼 만나자마자 자주적이고 창의적인 책임일꾼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자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컨베어벨트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자동으로 생산된 제품이 컨베어벨트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2. “대동강타일은 이딸리야 제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어서 일행은 공장 내 대형 브리핑 룸에 도착해 부기사장과 부소장으로부터 현장 상황 설명을 50분 동안 소상하게 청취했다. 설명을 시작하던 부소장도 미국의 제재조치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우리 조선의 마감건재 공업이 눈부신 도약을 이룩하여 대리석처럼 견고한 타일을 생산했으나 미제의 조선경제압살정책으로 인하여 수출이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며 운을 뗐다. 아마도 나와 일행들이 모두 미국에서 방문한 동포들이다보니 더 강조하고 있는 듯 했다. 이어서 이번엔 부기사장이 자신은 지금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마감건재공장을 모두 둘러보았으나 여기처럼 종합적인 생산기지는 이제껏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그럼 원료는 어디에서 수입합니까?”라고 물었더니 “아 저희는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습니다. 원료들은 모두 함경남도 길주군 룡담리, 고령석은 량강도 은흥군 령하구, 규석은 평안북도 녕변군 옥향리에서 직접 생산합니다. 투희석이라고 부르는 재료를 직접 실고 와서 무연탄으로 가스화 공정방식으로 연료를 만듭니다”

한편 이곳 타일공장이 건설되기까지 국가의 막대한 투자가 있었으며 지금까지의 사업성과는 돈으로 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의 자체의 힘으로 된 것이며 그 결과 원료와 연료의 국산화를 성공했다는 것이다. “각 나라의 설비는 돌과 흙을 그 나라에서 정한 배합 비율에 맞게 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우리 조선에는 없고 외국에서 수입해야 할 원료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공장은 순수하게 우리나라의 돌과 흙으로 만드는데 마침내 성공한 것입니다.” 해마다 수백만 평방미터 분량의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각종 타일과 다양한 기왓장을 생산한다는 이 공장에서는 얼마 전까지 평양 민속공원 건축을 위해 120만 장의 도자기 기와를 두 달 만에 생산했고 올해 안으로 평양에 10만 세대 아파트 건설에 소요되는 타일 마감재도 공급하기 위해 생산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기와 외에도 외벽타일, 내벽타일, 바닥타일, 대리석타일, 장식 및 띠 타일, 도자기 기와 등을 대량생산하고 있었으며 공장부지 면적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우 웅장하고 광활했다. 특히 우리 일행이 당도하기 얼마 전부터 대형유리 복합타일, 미정석, 대형 인조 대리석타일 등을 생산하는 종합연마 흐름선 등의 설비를 끝내고 공장은 이미 풀가동 중에 있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 3년 동안 일반 살림집과 공공건물, 극장, 호텔 등 호화시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축물의 설계에 따라 필요한 마감건재를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종합적인 생산기지로 더욱 바뀌게 된다고 했다. 우리일행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종합전산실로 행했다.

천리마타일공장 종합상황실 모니터에 비친 공장전경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 종합상황실 모니터에 비친 공장전경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 종합상황실 전산요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을 지켜보는 필자.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 종합상황실 전산요원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을 지켜보는 필자.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3. 최첨단시스템 주조종실의 전산인력이 노동인력을 대신하다

공장안에는 종합상황실의 역할을 하고 있는 주조종실이 있었으며 그 안에는 20여명의 전산실 요원들이 푸른 제복을 입고 최첨단제어장치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모니터를 보며 컴퓨터를 정신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CNC(컴퓨터수치제어)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볼 때 모든 시스템이 자동화와 현대화를 마쳤다. 물론 이곳 뿐 아니라 다른 공장이나 기업소도 100% 현대화 자동화를 마쳤다. 옛날처럼 엄청난 설비시설이 갖춰 있어서 노동력이 투입되는 공장시설을 탈피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설비에 지장이 없도록 관리만 하고 있었다. 세밀한 공정이나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하는 부분은 현장에서 직접 노동자가 관리하고 노동력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전 구역이 자동화가 되어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유약원료 생산 공정과 타일 원료 가공 공장 구내만을 왕복하는 미니버스를 탑승하고 구내를 참관하기 시작했다. 컨베어 벨트에는 제품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한편에서는 물건을 포장하고, 또 한편은 제품을 운반하는등 제 각각 맡은 임무에 집중하는 모습들이었다. 일행을 인도하기 위해 셔틀버스에 탑승한 부소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마감건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나라는 이딸이야(이탈이아)인데 이젠 우리 조선의 대동강타일상표(브랜드)가 그 수준을 넘어서 있단 말입니다. 망치로 두드려도 절대로 깨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 높은 제품들이 우리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거의 모든 타일제품들이 대리석의 7배가 되는 강도를 지니고 있습니다”며 확신에 찬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건재수요의 확대는 경제부흥 지표 중에 하나다. 생산 확대에 앞서 건설이 있는 것이다. 공장, 기업소에서도 설비를 놓기 전에 건물을 세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일과 더불어 시멘트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가 활성화된 증거이다.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인민이 남부럽지 않게 사는 사회주의 강성국가는 그 누가 저절로 안겨주지 않고 오로지 자체의 힘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믿는 신념의 강자들이 우리나라의 건재부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우리공화국은 앞으로 부강 발전할 일만 남았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포장이 완료된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포장이 완료된 모습.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 타일제품 전시실.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 타일제품 전시실.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4. 공장 내 유독성 냄새에 대한 노동환경이 개선되다

미니버스가 중요지점에서 잠간씩 멈춰 서서 해설을 맡은 부소장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의 코에는 이상하게 유독성 냄새가 흘러 들어와서 잠시 호흡이 불편했다. 시야도 뿌옇고 역겨운 냄새가 은은히 진동하는데 그런 공장안에서 노동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내 고향이 경기도 양평인데 7-80년대 양평에서 서울을 갈 때마다 서울 근교 덕소를 버스가 지날 때마다 원진레이온 공장에서 나오는 유독성 악취 때문에 나와 승객들은 무척이나 힘들었던 추억이 잠시 스쳤다. 놀란 나는 떠나기 전에 부소장에게 노동자의 노동여건과 환경의 차원에서 그 문제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의 답변은 “노동자들을 위한 마스크는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나 노동자들이 일하는데 불편하고 번거롭다며 쓰지 않고 일 한다”는 답변과 “그렇지 않아도 지금 환기시설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하루빨리 공장건물 전체에 유독가스 발생요인을 제거해야 하고 환기시스템 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공기정화 시스템 공사를 해야만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그 공장을 떠났다. 다행스럽게도 그 후 2014년에 다시 방문해서 확인해보니 그 당시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쾌적한 실내 환경으로 변모해있었다.

천리마타일공장 브리핑 룸에서 설명하는 윤갑병 부기사장.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천리마타일공장 브리핑 룸에서 설명하는 윤갑병 부기사장. (사진제공 : 최재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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