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로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항공산업 등 특정산업에 대한 막대한 타격만이 아니라,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과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에게도 타격이 크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정책이나 무급휴직자 지원, 실업급여 등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거론되지만, 작은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이주노동자 등에게는 해당되지 않거나 배제되기도 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큰 타격은 실업이다. 실업은 많은 건강문제를 야기하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는 사업장 안전보건을 전반적으로 후퇴시킬 우려가 높다.

IMF 등 실업이 증가하는 시기에 노동자에게는 많은 건강문제가 발생한다. 실업과 건강에 대해서는 인과성 논쟁이 있으나, 경제적인 손실, 생활습관의 변화, 자존감의 상실, 사회적 격리 등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등의 이유가 건강 악화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Kraut, 2000). 실업은 정신질환, 심혈관계질환, 자살, 사망 및 음주, 흡연 등의 증가를 야기한다.

Artazcoz(2004)은 스페인에서 실업과 정신건강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했다. 남성, 비사무직노동자 일수록 그 영향이 커서 고용된 전체 남성에 비해 6.56배나 정신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Iversen 등(1986)은 실업자들에서 3년 관찰기간동안 심혈관질환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비교집단에 비해 1.29배 높았음을 보고하였다. Gallo 등(2004)은 비자발적 실업을 경험한 집단에서 심근경색증의 발생이 1.89배, 뇌혈관질환의 발병이 2.64배가량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박종순(2003)은 1983~2000년까지 한국 실업률과 자살률을 조사하였고, 실업률이 자살률 변화에 82.6%를 설명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Kposowa(2001) 등도 사회경제적 위치 등의 혼란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실업자들에서 2배가량의 높은 자살률이 나타난다 하였다. 실업에 의해 자살을 촉발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의 스트레스 환경에 놓이게 되는 것이 자살 증가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Nylen(2001)은 스웨덴 쌍둥이 코호트를 대상으로 실업과 사망과의 관련성을 24년간 관찰했다. 실업군이 고용유지군에 비해 남성은 1.43배, 여성은 1.98배의 사망의 차이를 보였다. 첫 5년간 사망의 차이가 남성에서 3.29배를 보이는 등 실업 후 초기에 사망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김형렬(2006)은 1996년 인천의 한 건강진단기관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31,127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여, 1997-2000년 각 년도의 실업자와 고용유지자의 4년 내 사망률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실업군에서 실업이후 4년간의 사망이 연령, 성, 질병유무의 영향을 배제하고도 고용유지군에 비해 1.80배 높았다. 여성은 1998년도 실업군의 사망이 고용유지군에 비해 2.28배 높았고, 남성은 1999년도 실업군의 사망이 1.99배 높았다. 1997년 IMF 경제 위기에 의한 실업이 다른 변수들의 영향을 배제하고도 노동자 사망을 증가시킨다는 결론이다.

산업재해율, 산재사망만인율 및 강도율, 1988-20181) 재해율 = (재해자수÷근로자수)×100.2) 사망만인률 = (업무상 사고 및 질병 사망자수÷근로자수)×10,000.2) 강도율 = (총근로손실일수÷연근로시간수)×1,000.출처: 고용노동부, 「2018 산업재해 현황분석」
산업재해율, 산재사망만인율 및 강도율, 1988-20181) 재해율 = (재해자수÷근로자수)×100.2) 사망만인률 = (업무상 사고 및 질병 사망자수÷근로자수)×10,000.2) 강도율 = (총근로손실일수÷연근로시간수)×1,000.출처: 고용노동부, 「2018 산업재해 현황분석」

경제 위기는 사업장 안전보건 상황 전반도 후퇴시킨다. 한국 산업재해율은 1970년대 이후부터 1998년(재해율 0.68)까지 감소 추세였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재해율은 증가하여 98년 수준으로 재해율이 회복되기까지는 10년(2011년, 재해율 0.65)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강도율은 발생한 재해의 크기나 심각성을 고려한 지표로 사용하는데, 2000년 1.88로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다시 증가하여 2005년 2.67로 크게 높아졌다.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이를 “IMF 경제위기 이후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근로복지공단 공식블로그 희망누리에서는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 산업재해율 변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중략... 정책 면에서는 안전보건규제가 완화되었으며 사업장내 안전보건관리조직이 약화되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연이은 변화로 2004년까지 산재재해율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연도별 산재율 추이출처 희망누리 https://m.blog.naver.com/comwel2009/120156122183
연도별 산재율 추이출처 희망누리 https://m.blog.naver.com/comwel2009/120156122183

코로나 위기는 노동안전보건 전반을 후퇴 시킬 가능성이 높다. 실업에 의한 건강악화 및 안전보건규제 완화와 안전에 대한 투자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실업과 건강의 연관성에 대해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된 핀란드나 덴마크의 연구에서는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Schmitz(2011)는 독일에서 사업장 폐업으로 인한 실업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이를 독일의 폭넓은 실업급여와 보편적인 의료보장제도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였다. 정부는 다른 국가의 사례처럼 고용유지지원확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실업부조 등을 통해 실업에 의한 건강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IMF 이후 산업안전보건 관련하여「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완화되고, 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직무교육 폐지, 프레스, 리프트 정기검사 폐지, 제조업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심사의무 폐지 등 수많은 조항들의 고삐가 늦춰졌다. 매년 평균 산재사망자가 2,400명에 달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의 80%가 발생하는 현재의 실태를 방치하게 만든 나쁜 규제완화였다. 코로나 위기를 틈타 경영계가 요구하는 규제완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내고, 더욱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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