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기념 사진전 인터뷰]
렌트카서비스원, 변순희

2020년 전태일 열사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고 산화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였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평등 속에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는 오는 11월, 지금의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현재를 사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 우리는’. 사진전에 앞서 민주노총이 만난 여성노동자들을 〈노동과세계〉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함께 뭉쳐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렌트카서비스원, 변순희

변순희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렌트카지부 조합원. ⓒ 송승현 기자
변순희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렌트카지부 조합원. ⓒ 송승현 기자

제 이름은 변순희입니다. 나이는 올해 61살. 제주도 토박이에요. 저는 렌트카 회사에서 차량 내부 세차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 분들이 사용하고 난 차를 반납하면, 세차동으로 들어와요. 들어온 차의 내부, 트렁크 등에 쓰고 남은 쓰레기나 깔판 같은 더러워진 것들을 청소하고, 에어건으로 먼지 날리고 닦고 하죠. 워셔액이 떨어지면 본닛을 열고 보충시키기도 하고요.

2016년 3월부터 시작했어요. 이일을 하기 전에는 세차장을 운영했습니다. 손세차장이었는데 임대 받아서 한 10년 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계약기간 끝나고 연장이 되지 않아서 나오게 됐어요. 한 달 정도 쉬다가 제주오일장 신문에 보니까 마침 세차업무 공고가 보였어요. 하던 일이니까 하기 쉽겠다 싶어서 그런 계기로 들어온 거에요.

처음에는 스타렌트카 소속이 아니고 용역업체 소속이었어요. 용역으로 들어와서 2년 정도 일하고 있는 중에 회사가 용역업체에 인건비를 주지 못하는 사정이 되어서 직영체제의 일환으로 2018년 9월 1일부터 스타렌터카 소속으로 바뀌었어요. 스타렌트카 소속으로 바뀌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거였는데, 한 4개월간은 정규직인지 몰랐어요. 통보도 없었고, 회사는 우리를 비정규직처럼 대했어요. 갑질이 너무 심해서 노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을 때 회사가 “정규직인데 왜 노조를 만들어?”라고 하면서 알게 된 거예요.

저희들 업무는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해 저녁에 7시 30분에 끝납니다. 시간마다 10분씩 휴식시간 있어요. 한 시간 일하고 10분. 그리고 오후 4시부터는 퇴근할 때까지 휴식시간이 없고요. 세차업무는 보통 한 차량 당 두 명이 하고 있어요. 청소가 끝난 차는 그 차번호를 sns방에 보고를 하고 있어요. ‘4. 1234, 4’. 앞 숫자는 제가 일하는 사로 번호에요. 그 뒤에 오는 숫자는 차량번호를 표기하는 겁니다

회사는 이 SNS 보고를 통해서 직원 통제를 하고 있어요. 오늘 하루 몇 대를 닦았는지, 이 사람이 놀았는지, 시간별로 잘 체크를 했는지, 또 휴식시간 오버해서 썼는지 체크하고 있는 거죠. 한 달 이 사람이 몇 대를 닦았는지 직원별로 실적에 따라 부족하면 지적이 들어와요.

일적인 부분에서는 원래 늘 하던 일이니까 별로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 안하는데 그 갑질이죠. 차량 청소하면서 모래 같은 거는 아무리 잘 털어도 박혀 있거든요. 조금 있는 것도 청소 불량이라고 해요. 청소 불량으로 지적되면 제 번호를 sns방에 올려 창피를 주는거죠. 이게 누적되면 시말서 등 징계가 들어오는 거죠. 이런 식으로 트집 잡고 꼬투리 잡는 등의 괴롭힘으로 오래 버티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우리는 직원이 아닌 거에요. 그냥 뭐 이를테면 일회용품인 거죠. 그냥 쓰다가 버리고 다시 채용해서 쓰고 하는 그런 걸로 밖에 생각을 안 해요. 그런 게 좀 힘들죠. 사람한테서 받는 스트레스가 커요.

또한, 저희 회사가 ‘화장실도 통제하는 대표의 갑질’이라고 하면서 sbs뉴스에도 나왔어요. 자주 가면 업무에  방해된다고(헛웃음) 두 번 갈 거면 한번만 가라고 하는 거죠. 사람 생리현상인데 그걸 어떻게 참아요. 그런데 여자 화장실이 없어요. 여성 직원도 적지 않은데 남녀공용이고, 회사 공간 안에 달랑 두 개뿐이고 그마저도 그냥 오픈되어 있어요. 탈의실, 개인물품 보관할 사물함도 없어서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뒤편 구석에서 옷을 갈아 입어요.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요.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마음먹었던 게 그게 작년이죠. 갑질 뿐만 아니라 4대보험이 미납됐어요. 건강보험에서 집으로 우편을 보낸 거에요. 3개월분이 미납된다고요. 그래서 김00 과장한테 가서 해명해 달라고 했더니 귀찮다고, 그런 거 물어 보려면 나가시라고 하는 거 있죠. 헛웃음만 났어요. 이것뿐만 아니라 급여도 제때 잘 안 나왔거든요. 현재 1년 6개월 동안 봉급이 제대로 한 번에 나온 적이 없어요. 만약 월급이 200만원이면 100만원만 줘요. 그리고 나머지 금액도 두세번으로 나눠서 줘요. 언제 들어올지도 몰라요. 월급이 제때 안 나오니깐 일단 생활이 힘들잖아요. 다달이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는데. 밀리면 그사이에 다른 방법으로 메꿔야 되고 하니까 그게 힘드니까 못 버티는 거죠.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신용불량자도 있을 정도에요. 대부분 이런 문제로 그만 뒀어요.

억울했어요. 그래서 위원장이랑 같이 2019년 9월 5일 날 노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지금 제주도에 렌트카 업체가 130여개가 있는데 그중에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스타렌트카가 유일합니다. 회사 갑질로 인해 만들어진 노동조합이에요. 노조가 생기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아직 월급 연체 지연과 4대보험 체납 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제 나이도 있고 여기서 나가야 나 같은 사람 써주겠어요. 할 수 있음 좀 더 일하고 싶어요. 이제 정년이라고 나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버텨볼 뭐도 없어요. 지금 단체교섭을 통해서 62세까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냥 생각 같아서는 5년 정도만 더 했으면 싶은데 그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전태일 님에 대해서는 전에 뉴스도 접해보고 했지만, 그렇게 확 몸에 와 닿고 그렇지는 않았어요. 제가 노조 활동을 하면서 더 마음에 와 닿았어요. 생각하니까 다시 마음이 아프네요.(울먹) 그 젊은 나이에도 그 생각을 했다는 게. 하지만 아직까지 근무하는 이곳은 1970년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 너무 비참해요.

그 분이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 후손들이 뭔가 그 분의 뜻을 이어받고 과제 삼아서 더 깨우쳐 나가야 된다는 과제가 남은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온 게 그 분 희생이 있어서 지금이라도 이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그렇고 국민들이 조금 더 깨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부당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저 개인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내 뜻에 상관없이 회사에서 나가라면 나가고, 그렇게 되는 게 옳은 건 아니잖아요. 회사 눈치, 주변 눈치 그런 거 보지 말고 함께 뭉쳐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변순희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렌트카지부 조합원. ⓒ 송승현 기자
변순희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렌트카지부 조합원. ⓒ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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