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삭감안에 동의 못해”… 8차 전원회의 불참
고용노동부 앞 200여 조합원 참가 행진 및 결의대회 진행
밤 사이 최저임금 8,720원 의결…1.5%, 역대 최저 인상률

13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2021년 최저임금 결정을 눈앞에 두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압박 투쟁이 이어졌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대표해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이날 오후 열린 결의대회 무대에 올라 최저임금 협상 진행 과정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 양지웅 기자 (공무원U신문)
13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2021년 최저임금 결정을 눈앞에 두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압박 투쟁이 이어졌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대표해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이날 오후 열린 결의대회 무대에 올라 최저임금 협상 진행 과정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있다. ⓒ 양지웅 기자 (공무원U신문)

2021년 최저임금 결정을 막바지에 둔 민주노총의 압박 투쟁이 이어졌다. 민주노총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13일 오후 3시 열린 8차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가맹산하 상근간부 200여 명은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 모여 ‘7.13 최저임금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동자위원들이 전원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이날도 사용자위원들이 삭감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전원회의에 앞서 열린 간사 운영위원회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오늘 회의에서도 삭감안을 낼 예정인가?”란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위원들이 1일 4차 회의에서 2.1% 삭감안, 9일 6차 회의에서 1% 삭감안을 제시했다. 한국노총 또한 16.4% 인상안을 깨고 9.8%로 삭감된 안을 내놨다. 민주노총 노동자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8차 전원회의는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을 제시하는 쪽으로 진행됐다. 공익위원들은 하한 0.35%인 8,620원, 상한 6.1%인 9,110원을 제시했다.

결의대회에 앞서 윤택근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소득의 불균형과 빈부격차를 없애고자 국가가 만든 기구다. 시장논리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민주노총 노동자위원들은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삭감 또는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위원들의 만행에 맞서 삭감 철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고용노동부 앞 농성장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최임위 회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민주노총 노동자위원인 윤택근 부위원장과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 김연홍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오후 8시 최저임금위원회 기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심의 불참을 최종 통보했다. 삭감안을 굽히지 않는 사용자위원에게 던지는 보이콧이다.

기자회견에서 정민정 사무처장은 “저임금노동자들이 먹고 살 수는 있게 하자고 논의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최저임금 동결, 삭감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나”라며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은 곳에 모인 사람들이 우리의 노동을 잉여 또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주된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이번 심의에 불참한다고 무책임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왜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했는지 알릴 기회가 없다. 그만큼 절박한 우리 심정을 알아달라”라고 호소했다.

윤택근 부위원장 또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 장시간 논의를 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더 대화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삭감안을 철회하고 함께 살아갈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으나 메아리만 돌아오는 데 절망감을 느낀다. 지금보다 더 어렵더라도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 원 약속을 뿌리친 모든 이를 비판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세종시에 모인 민주노총 가맹산하 조합원들은 결의대회에 앞서 오후 4시20분 세종도담센트럴 앞에 모여 고용노동부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공무원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충북본부, 전북본부, 세종충남본부 조합원 동지들이 행진과 결의대회에 함께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과 류조한 경남본부장은 “최저임금은 노동자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해왔다”라며 “우리는 재벌을 상대로 그들의 곳간을 열라고 요구해야 한다”라고 이날 모인 조합원들에게 투쟁의 응원을 보냈다.

현장발언에 나선 이중원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 지부장은 “우리가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하는 이유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의 절대 기준이 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단적인 차별을 개선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되기 때문”이라며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들이 삭감안을 내놨다고 한다. 2017년 모든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오늘 우리는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최저임금은 단 0.1%가 인상되더라도 그 돈은 노동자의 생계비가 됐고 삶이 됐다”라며 “오늘 결의대회에 모인 동지들의 투쟁으로 우리의 목표를 쟁취했다. 사용자위원들의 삭감안은 폐기됐고, 저녁에 예정된 전원회의에서 인상안 논의가 시작됐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에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밤 사이 9차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1.5% 인상된 8,720원이다. 공익위원들은 심의 촉진구간에서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 안을 냈고, 이와 같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오후 8시 민주노총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기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감안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메아리만 돌아오는데 절망감을 느낀다”라며 2021년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할 것을 선언했다. ⓒ 민주노총
13일 오후 8시 민주노총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기자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감안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메아리만 돌아오는데 절망감을 느낀다”라며 2021년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할 것을 선언했다.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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