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추석 전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 촉구
송환 희망자 33명 중 20명 별세…대부분 고령에 투병 중

전쟁포로 출신 등으로 이뤄진 비전향 장기수 13명이 20년째 북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6.15 공동선언에 따라 2000년 9월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1차 송환됐지만, 2차 송환은 20년째 답보 상태다. 과거 2차 송환 희망자는 33명이었다. 이 중 오랜 옥고와 고문 후유증, 고령으로 20명이 숨을 거뒀다. 수십 년 감옥에 있으면서도 정치적 신념과 양심을 지켜온 비전향 장기수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남은 비전향 장기수 13명이 투병 생활을 이어가며 추석 전 송환을 바라고 있다. 이들의 염원을 위해 시민사회가 비전향 장기수 2차 송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 20주년 기념행사위원회, NCCK인권센터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전향 장기수를 추석 전에 송환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은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6.15 공동선언이자 인도주의 실천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의 평화 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은 “6.15 공동선언으로 1차 비전향 장기수 송환이 이뤄졌을 때 세계가 박수로 환영했다.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은 가족과 고향, 조국을 찾으려는 인간의 기본적 요구였기 때문”이라며 “2001년 정부가 2차 송환 희망자를 접수했지만, 20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일부 장관은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 문제 해결을 위해 추석 전 2차 송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렬 NCCK인권센터 소장도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공동선언으로 약속된 사안이다. 말만 하고 행동은 없는 정부에 신뢰를 잃었다. 국민의 신뢰뿐 아니라 북의 신뢰도 상실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금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약속을 먼저 실천해야 한다. 물건보다 사람을 남북으로 오가도록 하는 게 평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전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노사 간 약속인 단체협약을 어기면 법의 처벌을 받는다. 노사합의가 이런 정도인데 두 국가 정상의 약속은 더 엄중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새 통일부 장관과 국민의 촛불로 당선됐던 문재인 대통령은 더 우려하지 말고 두 국가 정상이 합의했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2차 송환 희망자 중 김동섭, 류기진, 서옥렬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월에는 허찬형 선생이 숨을 거뒀으며, 88세의 강담 선생은 ‘가족 품에서 죽고 싶다’던 마지막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폐암으로 지난 21일 별세했다. 또 35년의 옥고를 치른 88세 박종린 선생도 대장암 병세가 악화해 현재 중환자 병동에 입원 중이다.

한편 시민사회 각계 인사는 8일부터 오는 25일까지 통일부 앞에서 추석 전 2차 송환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