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여성노동자 인터뷰]
파리바게뜨 제빵사, 이수진

2020년 전태일 열사 항거 50주기를 맞았다.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를 외치고 산화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였다.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 고발이었다. 그리고 자신보다 더 열악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을 지키고자 했다. 민주노총은 여전히 불평등에 맞서는 여성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동과세계〉에서 소개한다. [편집자주]

 

“‘내 뒤엔 빽이 있다’는 생각으로… 우린 다 같은 노동자니까요”
파리바게뜨 제빵사, 이수진

이수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건복지부장. ⓒ 변백선 기자
이수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건복지부장. ⓒ 변백선 기자

파리바게뜨에서 제빵사로 일하는 이수진입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이고요, 노조에서는 보건복지부장을 맡고 있어요.

전에는 학교 행정실에서 일했어요. 무료하기도 했고 정적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저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그때 취미 삼아 홈베이킹을 하곤 했는데, 그러던 중에 SPC 구인공고를 보고 제빵사에 지원했어요.

10주간 교육을 받고 테스트를 거쳐서 SPC 제빵사 과정을 수료했어요. 그리고 매장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전에 하던 일보다 더 적성에 맞았어요. 워낙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뭘 하나 만들면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다시 사무직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 같아요. (웃음)

그렇게 파리바게뜨에 들어온 게 2010년이에요. 이제 10년 차가 됐네요. 처음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입사했는데, 이후 퇴사했다가 다시 직영점에 들어간 적도 있어요. 결혼하고 출산한 뒤에 다시 가맹점으로 왔고요. 그게 2015년이에요.

출퇴근 시간은 매장마다 조금씩 달라요. 지금은 아침 6~7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 반에 퇴근해요. 근로계약서에는 9시간 근무로 돼 있어요. 그러다 52시간 근무제로 바뀌면서 단축근무를 하기도 하죠. 그건 매장마다 사정은 조금씩 달라요.

그런데 이게, 52시간제가 된 뒤 정말 많이 힘들어졌어요. 원래 단축근무를 하지 않았던 매장은 정말 근무시간만 줄여놓은 거예요. 일의 양은 그대로인데요. 노동강도는 당연히 더 세지죠. 그리고 보통 점주들은 연장근무를 좋아하지 않아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많으니까 연장근무를 하는 건데도요. 점주들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장마다 등급이 있어요. 등급이 높으면 바쁜 매장이란 뜻이에요. 하루 생산량이 많은 매장. 그런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님들은 단축근무가 걸리면 제 시간 내 일을 끝내야 하니까, 정말 업무강도가 세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점심을 거를 수밖에 없기도 해요.

일반 회사는 12시 땡~ 하면 다들 일어나잖아요. 점심 먹으러 가야 하니까. 저희는 그런 게 없어요. 업종 특성상 점심시간을 따로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매장이 바쁜 경우에는 점심을 거르는 분들도 있어요. 지회에서 늘 조합원들에게 말씀드리는 부분인데요, ‘점심시간 한 시간은 내가 챙기는 거다’라고 해요. 점심시간 한 시간을 꼭 챙겨야 연장근무가 있을 때도 회사에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많죠.

매장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홀과 주방이 전부인 곳이 많아요. 옷 갈아입을 곳도 없죠. 제빵기사는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데. (웃음) 주방에서 갈아입을 수밖에 없는데, 주방에는 CCTV가 돌아가고 있으니까… 냉장고 문으로 가리고 그 뒤에서 후다닥 갈아입어야 해요. 그나마도 냉장고 문은 열어놓으면 스르르~ 닫힌단 말예요. 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옷을 갈아입죠. 정신없어요 하하 (웃음)

지회에서 처음 투쟁할 때도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에요. “탈의실이 없어서 옷 갈아입기 힘들다.” 그리고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80%가 여성노동자거든요. 그러면 회사는 점주에게 떠넘겨요. “탈의실 만들어라.” 매장이 들어설 때부터 본사에서 공간 배치를 다 해놓고선 이제 와 탈의실을 만들라면 점주들이 어디에 어떻게 만들겠어요?

그리고 저는 화장실을 잘 안 가요. 매장 뒤로 돌아가면 화장실이 있긴 한데, 이 건물 화장실은…. 저는 인근 카페 화장실을 써요. 다행히 야외에 있는 화장실이라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면 괜찮거든요.

이수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건복지부장. ⓒ 변백선 기자
이수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건복지부장. ⓒ 변백선 기자

저희도 몸을 써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반죽 재료를 들어서 옮기거나 그런 일이 많죠. 그리고 반복적으로 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손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오는 경우도 많아요. 게다가 오븐 위치가 보통 여자 키보다 높거든요. 도넛 튀기다가 기름에 데는 경우도 있고요.

다치거나 아파도 매장 상황에 따라 쉬지 못하기도 해요. 특히나 바쁜 매장은 더 그렇죠. 내가 당장 내일 쉬어야 하는데도, 이미 일정이 다 짜여 있으니 변경하기 어렵거든요.

저도 기름에 데서 2주가량 산재를 쓴 적이 있어요. 그동안 기사님들이 산재를 쓴 적이 거의 없었대요. 그러다가 노조가 생기고 나서 산재 건수가 갑자기 늘었어요. 전에는 회사에서 산재를 해주지 않고 대신 보상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휴직하고요. 그런 것들이 이제 다 산재처리가 되는 거죠.

기름에 덴 건 일 하다 다쳤다는 게 명확한데, 허리가 아프다거나 어깨 통증이 있는 건 따로 증명해야 한 대요. 그래서 조합원들에게 하루 일과를 촬영해두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산재 처리가 가능한 항목 중에 한두 시간 이상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거나… 그런 항목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노동강도가 어떤지를 촬영해서 산재 심사하는 분들께 보내기도 하죠.

제가 노조에서 맡은 일이 보건복지부장이라고 했잖아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80%가량이 여성노동자예요. 그러다보니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요. 저희는 생각보다 육아휴직 사용이 어렵진 않아요. 다만 임신하고 단축근무를 할 때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어요. 임신 후 바로 단축근무에 들어가야 하는데, ‘기다려라, 기다려라.’ 그러다 일주일 이상 지난다거나 그런 일도 있죠.

노조가 생긴 뒤로는 중간관리자에게 말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먼저 노조에 상담하곤 해요. “노조에서 이렇게 얘기하던데, 아닌가요?” 그러면 관리자들은 꼼짝 못 하거든요. 잘못 알려주거나 빠뜨리면 큰일 나니까요. 노조가 생기고 나서 조합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어디에 뭘 물어볼 곳이 생겼다”라는 거예요. 제가 맡은 직책이 있으니까 조합원들에게 육아휴직이나 사후지급금 신청 등을 많이 알리려고 해요. 회사는 절대 먼저 알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저희가 전국에 흩어져서 일하니까 만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전화만이라도 좋으니 조합원들이 노조로 연락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알려줘야 하는 위치에 있으니까,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은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틈틈이 고용노동부에 전화도 하고요. (웃음)

우리 노조는 2018년에 생겼어요. 전부터 ‘노조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육아휴직 끝나고 돌아오니 노조가 생겼더라고요.

SPC가 식품업계에선 큰 기업이에요. 뭐 하나 일이 잘 안 돼서 싸우게 되면 그 과정이 만만치 않거든요. 고용노동부에서 우리 제빵기사들 직접고용하라고 했을 때, 중간관리자들이 정직원 포기각서, 직접고용 포기각서 이런 걸 받으러 다니기도 했어요. 해피파트너즈란 자회사를 만들어서요. “너 이거 서명 안 하면 이 매장에서 일을 못 할 수도 있다”, “매장 발령 안 내주겠다” 뭐 그런 협박 아닌 협박이 많았죠.

노조 사무실 두고도 충돌이 있었어요. 회사에선 성남 야탑에 사무실 얻어놨으니 거길 쓰라고 하더라고요. 싫다고 했죠. 우리 제빵기사들은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 흩어져서 일해요. 그러니 한번만 모이려 해도 전국에서 와야 하는데, 교통편이 너무 불편한 곳에 얻어놓은 거잖아요. 우리는 끝까지 신도림 사무실을 주장했어요. 그런데 “이미 계약이 다 됐으니 써달라”고 계속 그러니 뭐….

파리바게뜨 사무실이 서울 동부, 서부, 남부에 하나씩 있어요. 한국노총 어느 간부 자리는 그 사무실 중 한 곳에 마련해줬더라고요. 참 대기업답게 하죠?

지금 우리는 PB파트너즈란 자회사 소속인데요, 제빵사 노동조합은 총 세 개가 있어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소속 파리바게뜨지회와 한국노총이 있고, 얼마 전 기업노조가 생겼어요. 부장급 관리자들이 모여 만든 노조예요. 한국노총하곤 연합이니 뭐니 해서 함께 다닌대요.

SPC는 신입 직원을 뽑으면 하루 날 잡아서 무슨 교육을 해요. 거기서 노동조합 가입서를 들이미는 거예요. “너 여기 가입해야 해.” 그 관리자들이 한국노총 소속이에요. 자연스레 한국노총이 다수노조가 됐죠. 그래도 그쪽은 대부분 가입하라고 하니까 가입한 경우가 대다수라면, 우리는 본인이 가입하고 싶어서 온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머릿수는 한국노총이 더 많지만, 실제론 우리가 더 단단하다고 생각해요.

저희와는 딱히 관계를 맺고 있진 않아요. 그들도 나름 뭔가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노동조합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보다 늘 한발 늦거든요. 우리가 먼저 사측에 제기해서 해결한 문제들을 자기들이 한 것처럼 SNS에 올려놓기도 하고 그래요.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거겠지만, 우리가 볼 땐 눈에 차지 않는 게 많아요. 조금 더 분명하게, 노조답게 행동하면 좋겠어요.

이수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건복지부장. ⓒ 변백선 기자
이수진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보건복지부장. ⓒ 변백선 기자

다 비슷하겠지만, 주변에선 그렇게 얘기해요. “총대 메지 마라” “왜 네가 나서느냐” 아무래도 걱정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노조가 없을 때 비하면 정말 좋아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요. 나 혼자 얘기하는 게 아니고 누군가와 함께 얘기하잖아요. 그만큼 힘도 더 실리고요. 혼자만 갖고 있던 불만도 누군가와 같이 나눌 수 있고, 그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걸 회사에 전달하고, 그러면 또 문제점이 개선되고.

처음엔 나서지 말라던 가족이나 친구들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제가 하는 활동을 조금씩 공유하는 편이거든요.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 ‘오늘은 회사가 그랬어’ 그러다보니 점점 노조 활동을 지지해주죠.

저는 노조가 ‘빽’이라고 생각해요. 노조를 찾는 사람들은 다 노동자잖아요. 자기 권리를 찾으러 온 사람들이에요. 노조는 그 노동자들을 대신해서 행동하는 사람들이기에, “내 뒤에 동료가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함께 행동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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