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이라 더 서럽다”

15년 근속 정규직·비정규직 차이 4.7배

정부 공통 기준도 비정규직엔 미적용

다가오는 추석에 모든 국민이 웃음 짓고 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서럽기만 하다. 공공부문에서 명절 상여금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해 지급하고 있어서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 차별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공공운수노조는 명절 상여금 차별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내놨다. 조사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4,137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과 무기계약직의 명절 상여금 차이는 입사 시 2.6배에서 15년 근속 시 4.7배까지 나타났다. 비정규직이 공공부문에서 일하면 할수록 정규직과의 명절 상여금 격차가 확대된다는 뜻이다.

또 노조는 명절 상여금을 받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정규직 대비 몇 퍼센트의 금액을 받고 있는지 조사했는데, 무기계약직과 기간제는 20~40%의 금액을 받는다는 비율이 52.8%와 69.6%로 가장 높았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20% 미만 금액을 받는다는 비율이 58.5%로 가장 높았다. 상대금액 비율을 평균으로 냈을 때 무기계약직은 36.7%, 기간제 29.1%, 간접고용 27.2%에 불과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린 '비정규직 차례상' ⓒ 김한주 기자

아울러 비정규직은 고용형태에 따라서도 명절 상여금을 달리 적용받고 있었다. 무기계약직은 90.4%, 기간제 노동자는 77.6%, 간접고용 노동자는 51.4%가 명절 상여금을 받고 있었다. 기관 유형별로도 달랐는데 중앙행정기관은 91.6%, 교육기관은 94.6%, 공공기관이 41.6%가 명절 상여를 적용받았다.

정부 공통 기준에 따라 경찰청은 기본급의 120%, 국세청은 기본급의 70%, 소방청은 120만 원, 환경부는 80만 원, 우정사업본부 우편집중국 50만 원, 교사·공무원은 기본급의 120%의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각 부처, 기관이 정부 기준을 온전히 지키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는 24일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 차별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공공운수노조는 24일 국회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명절 차별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이중원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장은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받은 명절 상여금은 50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 본부장은 “우리는 설날과 추석 25만 원씩 상여금을 명절 떡값 정도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는 기본급의 60%, 120%씩 명절 상여금을 받고 있었다. 정액제여도 80만 원에 달한다. 정규직엔 명절 상여금이 또 하나의 월급이었던 셈이다. 이는 비정규직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전했다.

김미경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우리는 노조를 만들고 10년 만에 명절 상여금 50만 원을 만들었다. 명절 교통비로 쓰기에도 빠듯한 돈이다. 그런데 지금 정규직은 200~300만 원 상여금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이는 전부 말장난이었다. 지금도 비정규직은 가난이 반복되는 삶을 견디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지난해 1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 파업으로 정부는 공무직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차별 해소를 위한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명절 휴가비, 밥값, 맞춤형 복지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고 정부가 2년 전 발표했는데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모범적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는 기자회견 현수막 앞에 ‘비정규직 차례상’을 놓기도 했다. 이 차례상에는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을 연상하는 컵라면과 즉석밥, 조촐한 과일들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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