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일하는데 점심시간 외 휴식 없어

급여 차이 만드는 실적평가…쉴 수 없는 환경

“‘닭장 콜센터’…50분 근무, 10분 휴식 및 환기해야”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 김한주 기자

코로나19로 질병관리본부, 고용노동부 등 공공기관 전화 문의가 폭증하는 가운데, 콜센터 노동자는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실적평가제가 쉬지 못하게 만들어 ‘번아웃’에 이를 지경이라고 당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민주노총은 25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콜센터 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에 만연한 ‘실적평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콜센터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 중 5시간 이상씩 통화를 한다고 증언했다. 노동자들은 몇 시간만 통화해도 마스크는 축축해지고 냄새까지 난다며 열악한 노동 환경을 설명했다. 그런데도 실적평가제 때문에 조금도 쉴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적평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고, 이에 뒤처지면 곧바로 생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는 성과평가제에 따라 수당 차이가 한 달에 25만 원, 연 300만 원까지 난다. 4시간 단시간 노동자도 최대 한 달 11만 원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고용노동부고객상담센터 천안콜센터지회 김보경 직무대행은 “우리는 실적이라는 등급으로 점수화돼 기계처럼 콜을 받아야 한다. 한 콜을 덜 받으면 달라지는 월급에 이를 악물고 버틴다. 마음도 몸도 모두 한계지만 실적평가라는 족쇄로 우리는 쉴 수가 없다. 상담사를 위해 실적평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예방 정책을 쏟아내는데도, 콜센터 노동자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국민의 문의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육이 없어 노동자들이 직접 자료와 기사를 보고 안내하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노동자 쉴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 김한주 기자

노동 환경도 변한 게 없다. 지난 3월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163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닭장 콜센터’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 ‘1339콜’을 받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의 노동자 간 거리는 1m도 안 된다. 좌석 간 칸막이도 없다. 6개 지역 센터 노동자 790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60%가 감염 의심을 걱정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지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데 우리는 점심시간 외에 휴게시간이 전혀 없다”며 “원청인 공단은 (휴게시간 보장을) 하청업체에 얘기하라고 하지만, 하청업체는 근무환경 및 근무방식 변경 권한이 없다. 원하청 관계가 노동자 처우개선을 가로막는 것이다. 또 성과평가제 때문에 거리두기와 휴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심명숙 지부장은 “좁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상담석을 넣어야 임대료를 줄일 수 있으니 옆 상담사와 간격이 1미터도 안 되는 것이다. 최근 언택트, 비대면 작업 전환으로 민간과 공공기관 모두 전화 문의가 많아졌다. 그래서 업체는 최대한 빨리 콜을 받아야 한다며 노동자를 압박한다. ILO는 고도의 긴장된 업무의 경우 1시간 당 20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콜센터도 50분 업무, 10분 휴식 및 환기를 지침으로 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간 콜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김필모 전국금융서비스노조 비정규센터장은 “우리 노조가 있는 홈쇼핑 콜센터의 점심식사 시간은 20분이다. 실제로는 5분만에 밥을 먹어야 하니 위장 질환이 있는 노동자도 적지 않다. 콜을 받고 자료를 정리하는 후처리 작업도 근무시간에 못하도록 한다. 초과노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 김한주 기자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50분 근무에 10분 휴식 및 환기 ▲실적 평가제 폐지 ▲정책 제도 변경 시 공무원 직접 교육 실시 ▲점심시간 상담 금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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