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 과제는’ 토론회 열어
김동원 전문위원 “민방 대주주 자본의 재검토 필요해”
윤창현 SBS본부장 “기업가 정신 실종된 대주주들 규제”

지상파 민영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보장하고 민영방송의 대주주가 방송에 적극적인 재투자를 하도록 재허가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정필모・조승래・한준호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이 주최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관한 ‘민방 30년 생존과 개혁의 핵심과제는’ 토론회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다.

 

‘책임지지 않는 권력, 대주주 문제를 중심으로’를 부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군림하되 책임지지 않는 제왕적 권력, 30년 민방 역사에 대주주는 어떻게 행동해 왔는가(김동원 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 ▲미디어 빅뱅을 넘어설 민방 생존의 개혁 과제는?(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등의 발제와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정책전문위원은 민영방송 자본의 재구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지역성의 의무에서 면책된다고 볼 수 있는 태영그룹을 제외하더라도 민영방송의 핵심적인 역할로 언급되는 지역성은 현재 민영방송 대주주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을 때”라면서 “아래로부터의 지방자치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영방송이 국회 및 중앙부서(방통위)와 맺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김 정책전문위원에 따르면 민영방송의 대주주인 기업들은 지역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전국적인 사업 확장을 이룬 상황이다. 건설과 부동산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데 중앙정부와의 관계 형성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중요한 목표가 된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그들에게 방송사・언론사 사주라는 상징자본이 필요한 이유다.

 

이것이 민영방송 대주주가 방송사를 부속품처럼 취급하면서도 직접적인 지배 아래 두는 이유라고 김 정책전문위원은 설명했다. 이같은 조건에서 자연스레 지역 민영방송의 지역성・공공성 구현과 방송과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투자는 후순위로 밀리고, 방송 종사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정책전문위원은 형식적 심사가 돼버린 방송통신위원회의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를 면허 갱신을 위한 경쟁 심사 형태로 바꿔, 지상파 방송을 하고자 하는 자본이 공개적인 입찰 경쟁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어도 민영방송 대주주는 토지와 같은 주파수 대역 위에서 어떤 건물과 서비스를 제공해 사유재산으로서의 투자 효율성을 달성할 것인지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현재 실효성 없는 갱신 기대권으로서의 재허가 심사는 경매와 같이 민영방송 사업권에 대한 경쟁 심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주주들이 방송사업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 및 미디어 사업을 영위하려는 자본이라면 방송사가 기업집단 내 부속품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 분야에서 얻는 수익으로 어떻게 방송사를 전략 사업으로 육성할지에 대한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태영건설이 단기수익에만 목을 매면서 SBS의 수익을 외부로 빼돌리는 데에만 몰두해 왔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유경영 분리와 경영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방송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해 방송에 대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했다”면서도 “태영건설은 이 체제를 지상파 방송을 안정적으로 세습 경영하기 위한 우회로로 삼았으며, 소유경영 분리 체제를 거꾸로 악용해 방송수익을 외부로 빼돌리는 이익 터널링 구조로 10년 가까이 활용해 왔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자해적 경영’이라는 것이다. 태영건설은 SBS의 대주주로서 SBS의 비전과 전략을 고민하기 보다는 “콘텐츠를 덜 만들어 이익을 내고, 이익은 주주 배당 형태로 빠져나가는 ‘제 살 깎아먹기’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 SBS의 현실이라고 윤 본부장은 설명했다. 

 

윤 본부장은 2008년 미디어법이 통과되며 민영방송 대주주의 소유지분 제한 규제 기준이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된 것도 오로지 지배주주들의 사익추구에만 악용돼 왔음을 증명했다. 윤 본부장에 따르면 2007년 2조 6천억원 수준이었던 태영건설의 자산규모는 규제 완화 이후 2019년까지 무려 4배 가까이 폭증해 9조 7천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동안 SBS의 자산규모는 7,761억원에서 1조 760억원으로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증가만이 있었을 뿐이다. 또한 태영 그룹 내 30%에 달하던 SBS의 자산 비중은 30%대 수준에서 10%대로 주저앉았다.

 

윤 본부장은 방통위가 민영방송 대주주들에게 대규모의 재투자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통위는 민영방송에 대한 무관심과 방치에서 벗어나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방송발전과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배주주의 대규모 재투자를 조건으로 부가하고, 불이행 시 사업권 박탈까지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유와 경영의 분리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사장임명동의제도의 법 제도화 ▲노조 추천 독립 감사 제도의 의무화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 등의 필요성 역시 함께 강조했다.

 

두 사람의 발제 후 토론자로 나선 양병운 언론노조 특임부위원장, 박정희 부산민언련 사무국장,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등도 대체로 발제자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양병운 특임부위원장은 더 나아가 독일의 사례를 예를 들며 “(민영방송 대주주의) 주식 보유 한도를 제한하지 못할 경우에는 의결권을 없애 방송사의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하는 것도 좋은 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민영방송이 30년간 지속되면서 대주주들이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가져온 권한이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발제자들의 주장처럼 해법은 민영방송이 공공성과 지역책임성을 실현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과 활발한 재투자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익이 대주주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규제가 더 이뤄져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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