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열려

학교 돌봄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법안에 대해 학교 교육과정 정상화라는 환영 의견과 돌봄 운영 민간 위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가운데 ‘돌봄’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땜질식 돌봄 정책을 한목소리로 비판했지만 돌봄 교실 운영 주체를 현행대로 학교로 두자는 주장과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요구가 팽팽히 맞섰다. 겸용 교실 문제 해결과 돌봄 전담사의 고용안정, 정규교육과정과 돌봄 운영 분리를 통한 교사 업무 경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 교육주체들이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손균자 기자
▲ 교육주체들이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 손균자 기자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 지원에 관한 특별법(온종일 돌봄법안)을 대표 발의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사, 학부모, 돌봄 전담사, 시도교육감협의회, 지방자치단체, 교육부 등 돌봄 관련 주체들이 모여 각 단체의 입장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찾기 위한 토론을 이어갔다.

 

‘돌봄’의 중심에 학생이 있어야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강미정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면서 “공적 영역에 있어야 할 돌봄이 민간 위탁에 떠넘겨져 온갖 사고와 비리의 온상이 되는 사립유치원 등의 사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돌봄 현장에서 질적 문제, 안전문제, 노동의 문제를 더 주요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영 서울혁신교육지구학부모네트워크 부대표도 “돌봄이 교육이냐 보육이냐 논의 이전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돌봄이 현행대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함께했다.

반면, 교사들은 학생을 중심에 둔다면 ‘자차체 이관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정 서울 월천초 교사는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돌봄이 ‘안전한 공간’인 학교에 들어왔지만 돌봄은 시간과 공간, 일손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면서 “아이들이 살고있는 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진정한 돌봄을 이룰 수 있고 그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교사와 돌봄 전담사의 갈등, 서로의 업무 미루기로 이 상황을 보는 것은 본질을 가리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 돌봄교육의 지자체 이관은 학생을 중심에 둔 돌봄의 첫걸음이라는 의견을 밝히는 김하영 교사  © 손균자 기자
▲ 돌봄교육의 지자체 이관은 학생을 중심에 둔 돌봄의 첫걸음이라는 의견을 밝히는 김하영 교사  © 손균자 기자

임운영 한국교총 부회장도 “학교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에 아이들을 몰아놓고 어른들의 만족을 위해, 손쉬운 정책 실현을 위해 학교 위주의 돌봄 정책을 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정규교육과정, 돌봄, 사교육비 경감을 내세운 방과후 학교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커녕 각각의 질향상을 도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돌봄을 제공하려면 교실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위탁,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 

학교돌봄의 지자체 이관은 부실한 민간 위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법안에 따른 돌봄의 지자체 이관은 사실상 민간 위탁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학교 돌봄에 대한 교육당국의 땜질식 처방을 해결하고  겸용 교실 문제 해소와 전용 시설 확충, 독립적 운영 체계를 마련해 교사들의 돌봄 부담을 줄여야한다. 돌봄 전담사를 상시전일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은희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부장도 “전체 돌봄시설의 73%를 학교 돌봄교실이 담당하며 전국에서 약 30만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지자체 이관은 돌봄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학교 내 돌봄교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전체 86%가 4시간, 6시간 등 시간제 일자리인 돌봄 전담사들을 상시 전일제로전환해야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지원 체제 마련해야

손동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은 “시도교육청들은 돌봄 수요에 최대한 대처하고 있지만 돌봄과 교육의 불분명한 경계, 한정된 재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돌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촘촘한 돌봄망을 구축하는 한편 교육과 돌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정 지원 확대는 필수라는 점도 덧붙였다. 

박동국 서울시교육자문관도 초등돌봄교실은 법적으로 교육활동의 근거를 갖지 못해 16년 동안 방과후 학교 정책 안에 포함되어 교육부 고시에 따라 운영되어 온 점을 상기시켰다.

▲ 교육부 담당자가 토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손균자 기자
▲ 교육부 담당자가 토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손균자 기자

박동국 자문관은 “해외국가 특히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방과후 시간은 여가의 시간으로 설정하고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발달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방과후 학교가 아닌 방과후 활동으로, 돌봄교실이 아닌 레저타임센터로 보편화 된지 30년이 넘었다. 한국의 시군구 역시 이를 자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전국의 혁신교육지구 등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협력을 통해 돌봄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마소정 교육부 온종일돌봄체계현장지원단 부단장은 “돌봄 확대와 질 개선에 대한 필요성,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생각 차이를 좁혀가고 더 나은 돌봄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적극 고민하겠다.”는 짤막한 소감을 전했다.

토론을 진행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가 최근 제 3의 돌봄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의식한 듯 “교육부도 민주적인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겠나. 교육부의 입장을 이야기할 마음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마소정 부단장은 즉답을 피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돌봄 교실의 민간 위탁 운영 등이 지적된 만큼 법안을 명료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돌봄 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소모적 갈등이 아닌 협력으로 연대해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를 기대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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