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건강권 향상 방안

지난 11월 23일 정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 했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장시간 노동 문제 해소를 위한 사업주 조치의무 강화, 주 5일 근무(토요일 휴무제) 추진, 표준계약서 도입, 불공정 관행 개선, 적정 수수료 제공을 위한 택배가격 구조개선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내용이 강제성이 없고 ‘권고’와 ‘유도’ 등이어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 규정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택배기사의 작업시간 등에 관한 조정은 노사간의 협의가 전제”라고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산재보험 적용제외 부분은 폐지가 아니라, 현황점검을 통해 ‘전수조사’만 하겠다는 것이 대책이다. 또한 “건강검진 실시 여부 및 건강상 문제 등 건강관리”도 실태점검을 하겠다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근로자건강진단 의무를 가진 자는 없다. 지난 기고에 이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건강진단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겐 건강하게 일할 권리 자체가 없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겐 온전한 노동권, 건강권 자체가 없다. 정부는 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규정 자체를 만들지 않았고,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본은 극한의 노동으로 몰고가 이윤을 취해왔다. 그나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14개 직종에 한해 특례적용을 하고 있다. 다만, 사업주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절반씩 부담해야 하고, 원하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도록 적용제외 신청이 가능해 가입률이 10%에 불과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그마저도 없었다. 전면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일부 개정되었다. 하지만, 각 직종에 따라 극히 일부조항만 적용되고 있고, 근로자건강진단 등 보건조치에 대한 부분은 전무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상시 근로자에 대해 일반 근로자건강진단을 하고, 보다 각별히 건강관리가 필요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특수 근로자건강진단(배치전, 수시 등 포함)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그 동안 근로자건강진단을 통해 건강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여 직업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지지 못 했다. 아프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었다.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전체에 대한 건강관리 방안 필요

정부의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에서는 “대리점에 택배기사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진단 실시 의무 부과 검토”를 언급했다. 하지만, 택배기사만 해당되는 주먹구구식 대책은 안 된다. 택배노동자들은 근골격계, 뇌심혈관계질환에 노출되지만, 다른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도 여러 위험요인에 노출되고 있다. 최은숙1) 등(2018)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이미 특례적용되고 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9개 직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건강진단을 중심으로 건강관리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산재보험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①보험설계사 ②건설기계운전원 ③학습지교사 ④골프장캐디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⑦대출모집인 ⑧신용카드회원 모집인 ⑨대리운전기사 ⑩방문판매원 ⑪대여제품 방문점검원 ⑫방문교사 ⑬가전제품설치기사 ⑭화물차주) 14개 직종에 대한 맞춤형 근로자건강진단이 우선 실시되어야 한다. 아직 특수근로자건강진단의 공식 항목은 아니지만, 근골격계질환은 많은 노동자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②건설기계운전원 ④골프장캐디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⑨대리운전기사 ⑪대여제품 방문점검원 ⑬가전제품설치기사 ⑭화물차주직종에 대해서는 근골격계 진단이 필요하다. 직무스트레스는 고객의 폭언 등 감정노동과 관련 지어, ①보험설계사 ③학습지교사 ④골프장캐디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⑨대리운전기사 ⑩방문판매원 ⑪대여제품 방문점검원 ⑫방문교사 ⑬가전제품설치기사 등의 직종에 대한 적용고려가 필요하다. 이들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고객의 폭언 등에 대한 대응지침을 마련하는 것을 사업주 의무로 두고 있다. 야간특검은 ⑤택배기사 ⑨대리운전기사 ⑭화물차주등의 직종에게 필요하다. ②건설기계운전원은 광물성 분진, 피부장애 등, ⑭화물차주는 위험물질을 다루는 경우 해당요인에 맞춰 특수건강진단이 진행되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는 뇌혈관 및 심장질환 발병위험도 평가가 필요하다.

1)  최은숙(2018)_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건강관리 방안 연구_산업안전보건연구원(2018-연구원-794)

 

플랫폼 구축하고,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우선 비용 부담 문제 해결

비용은 당장 큰 문제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 3항에 의하면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안전 및 보건의 유지ㆍ증진에 사용하는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정부의 택배기사 건강진단 대책에서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초기에 건강진단을 통해 건강관리 시스템에 도입하고, 이후에 사업주에게 이를 부과할 방안을 모색하면 될 일이다. 다른 방법으로 최근 지자체 차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맞춤형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하는 사례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법규정이 미비하여 건강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산업보건서비스를 지원하고, 이후에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찾으면 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사업장 기반으로 수검자 선정, 비용 부담, 건강진단 실시와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는 현행 시스템에서는 건강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기고에서 언급했던 근로자 건강진단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을 통해 소규모사업장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들의 건강진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성을 가지도록 개편해야 한다.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녀야 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이력이 축적되고, 이들이 노출된 유해인자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평가, 예방사업이 구축되어야 한다. 택배기사를 비롯한 모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취약계층 노동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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