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가 지난 10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56.9%였다. 법 시행 1년 4개월, 괴롭힘은 일부 줄었지만, 사장의 폭행·폭언, 사장 친인척의 갑질은 신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원청회사의 하청직원 갑질,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문제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괴롭힘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은 비정규직(50.8%)이 정규직(38.0%)에 비해 1.3배 높았고,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35.6%)이 5인 미만 사업장(49.0%)에 비해 1.4배 높았다. 

대표가 술만 먹으면 군기를 잡는다면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원들 따귀를 때린 적이 여러 번입니다. 주먹으로 직원들 얼굴을 때린 적도 있습니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대표가 소주병을 깨고 주먹을 휘둘러 골절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수술과 입원 치료를 했습니다. 회사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상습적으로 직원을 때렸는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을 받지 못하나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도(1항부터 5항) 처벌조항이 없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제보도 잇따른다. 직장갑질119로 7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접수된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882건 중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제보는 50.1%(442건)에 달했다. 괴롭힘을 신고한 건수는 19.5%(86건)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는데 회사가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제보도 76.7%(66건)나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법 개정 권고안을 냈고, 정부와 정치권도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국회의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은미, 김경협, 한정애, 태영호, 최종윤, 임이자, 이용호, 신정훈, 김영배, 강선우, 송옥주, 이원택, 윤미향, 황보승희, 박대수(이상 제안일자 순) 의원이 여야를 막론하고,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의미 있는 개정안을 만들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송옥주 의원은 △가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 친인척일 경우 과태료 1,000만 원 △의무사항 불이행 과태료 500만 원의 처벌조항 안을 발의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제3자(도급인, 고객, 사업주 친족) 법 적용 △의무사항 불이행 과태료 1,000만 원 부과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 개정 논의가 한참 진행되어야 할 지금, 국회는 놀랄 만큼 조용하다. 

반쪽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한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적용 범위 확대 △처벌조항 신설 △노동청 신고 확대. 사장 친인척, 간접고용,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 아파트 경비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적용되도록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최소한 가해자가 사용자이거나 사용자 친인척, 가해자가 상습범인 경우, 아파트 입주민, 원청 갑질은 처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조치의무 위반 처벌, 조사 기간 명시, ‘보복갑질’의 구체적인 행위 명시 등, 조치의무 실효성 강화도 필요하다. 회사에 신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경우(사장 갑질, 경비원 갑질, 조사미흡 등)에는 노동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지금껏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에 담긴 내용이다. 일터의 약자 보호라는 최소한의 역할,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의무를 외면하지 않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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