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로 들어오는 제보 중 직장 내 괴롭힘 다음으로 많은 것이 임금체불이다. 2020년 7월부터 11월까지 들어온 이메일 제보 1,074건 중 27.6%(296건)이 임금과 관련된 제보였다.
2019년 대한민국의 임금체불액은 1조7127억 원이다. 노동청 신고건수가 이 정도니 잡히지 않는 임금체불액은 더 많을 것이다. 세계 최악 수준인 임금체불은 작은 사업장에 집중된다. 사업장 규모별로 볼 때 30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체불액은 1조2580억 원. 전체 임금체불액의 2/3를 넘었다. 
임금체불과 과로는 직장인의 삶을 위협한다. 2019년 한국의 임금노동자 연간 근로시간은 1,957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많다. 문재인 정부는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을 위한 ‘칼퇴근법’”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눈치 야근 잡는 출퇴근시간기록의무제(일명 '칼퇴근법') △초과수당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도 규제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3년 6개월이 지나도록 공약은 청와대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누더기가 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그 동안 직장갑질119로는 아래와 같은 황당한 갑질 제보 사례들이 이어졌다. 

회사에서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야근해야 1일 1만원(저녁값 개념)을 야근수당으로 지급한다고 합니다. 9시 이전에 퇴근하면 야근수당 없고, 11시까지 일해도 똑같이 만원 지급한답니다.

업무상 오전 6시 출근을 하여도 포괄임금제라며 일찍 출근한 만큼의 연장근로 수당 또한 지급하지 않으며 오히려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지시합니다. 실제 출근을 7시에 하였으나 출퇴근 지문기록은 8시 30분에 하도록 하고, 퇴근시간은 포괄임금제 위반되지 않도록 18시 퇴근기록 등록 후 업무연장 중입니다. 회사에서 당연시하게 연장근로를 지시하여 직원들은 퇴근시간이 22시 이후가 되더라도 출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는 사람, 연장근로를 넘어서 야간근로까지 당연시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포괄임금제가 왜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는지는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갑질 사례가 여실히 보여준다. 포괄임금제 약정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고,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없으며,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 유효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일터에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님에도 포괄임금제가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다. 
상담 사례를 통해 본 포괄임금제의 가장 큰 문제는 야근과 임금체불의 일상화다. 포괄임금제가 시간 외 근로를 전제하고 있으니 노동자는 회사에서 지시하는 연장근로를 거부하기가 힘들어지고 야근이 당연시된다. 포괄임금제로 약정된 시간 외 근로시간보다 더 일하는 경우 추가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업장은 드물다. 추가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근로시간 산정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거짓으로 출퇴근 기록을 하게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불법과 편법이 만든 포괄임금제라는 악습이 ‘무제한 야근’과 ‘추가수당 임금체불’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렇듯 노동법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사실상의 제도로서 존재하는 포괄임금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입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근로시간 기록 및 발급(교부) 의무, 근로시간 분쟁에 대한 입증책임, 임금명세서 발급(교부) 의무, 근로계약서 설명 의무 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일터에서 공짜 야근과 불공정한 근로계약이 사라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노동부의 태도도 변해야 한다. 현재 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규제를 위한 지침을 내부적으로 마련해 놓고도, 3년 동안 단속에 뒷짐을 지고 있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데도 포괄임금제를 활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포괄임금제가 무효인 경우 기본급 산정에서는 노동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의 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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